85년생. 여자. 기혼. 엄마.
이중 나에게 가장 중요한 단어는 뭘까?
모두가 나를 가리키는 말임은 분명한데, 우선순위를 매길 수 있을까?
희망 우선순위는
여자>85년생>기혼>엄마
아마도 단어의 매력도 문제이지 않을까.
일단 나는 여전히 흰티에 청바지가 잘어울리는 여자이고 싶고,
세월을 탓하며 뱃살이나 주물럭 거리고 싶진 않으니까.
여자는 나의 자존감과 맞닿아있다.
두번째,39살이란 나이도 그다지 싫지 않다.
물론 40을 목전에 앞두고 있지만 100세 시대에 나이를 시간으로 치자면
40세는 아직 9시 36분에 불과. 해가 지려는 시간보다 해가 뜬 시간에 가깝다.
무엇보다 내 스타일, 내 색깔을 아는 39세도 나쁘지 않으니까. pick!
그리고 기혼자.
나는 원래 결혼 희망나이가 35세였는데, 90세를 평균수명으로 볼때 최소한 1/3이상은 싱글로 살고 싶었기 때문이다. 아니면 너무 억울할 듯 싶어서. 결국 나는 36세에 기혼자가 됐으니 괜찮은 선택.
결혼을 안할 생각은 아니었으니, 일종의 인생과업(?)을 해결했다는 안정감이 있는 단어다.
마지막으로,엄마.
내가 살아온 37년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버린 엄청난 파괴력의 단어다.
36에 결혼하여 37에 아이를 낳았고, 엄마가 됐다.
지난 3년의 삶이 준 영향이 지난 37년의 삶보다 클 정도니.
덥썩 1번으로 내세우기엔 무서운 절대적 단어.
그렇다면, 중요도 순으론 어떨까?
엄마>기혼자>85년생>여자
손이 가는 대로 적어보니..
아이러니하게도 중요도순과 매력도순의 단어가 정반대다.
1번 엄마.
나는 '엄마는 신이 아니다'라는 브런치북을 썼는데,
지금 28개월, 3살 아들한테 엄마는 거의 신에 가깝다.
기저귀 갈기, 밥해주고 먹이기, 목욕시키기, 같이 자기 등등
모든 의식주가 엄마한테 달려있다.
그러니 한생명체를 스스로 살아가게 만들기 까지 얼마나 지난한 세월과 엄중한 노력이 필요한지..
그리고 아이는 나와 혈연이다. 때문에 엄마는 그만둘수 없는 '나'다.
2번 기혼자.
이건 아마도 지금의 내 관계망에서 가장 근간이 되는 단어이지 않을까.
법적으로 기혼이니, 내가 지켜야 할 선과 도리가 있다.
나는 그리스인 조르바가 아니니 자유를 갈망하며만은 살수 없는거다.
그리고 2번은 1번과 필연적 관계. 1번보다는 약간의 틈이 있지만, 지켜야 하는 단어다.
3번 85년생.
이건 아마도 사회적 압박감일 테다.
40을 목전에 두고 무엇을 이뤘는가?
앞으로 무엇을 이룰 준비가 됐는가?
은퇴 후 집에 대출이 없다는 전제하에 6억이 필요하다는데, 알고있는가?
사실은 경제적으로 무거운 단어.
지금은 회사의 과장이지만, 앞으로는 무슨 호칭을 달고 살텐가?
지금 이대로 살아도 되는가? 등등.
한국사회에서 나이가 주는 압박감을 무시할순 없으니.
나의 세번째 단어가 됐다.
마지막으로 4번 여자.
아니 왜 이단어가 중요도에선 꼴찌로 밀려났을까?
아마도 이건 1,2,3번의 단어들 무게 때문일까?
엄마이니, 기혼이니,곧40이니 뭐가 중요하겠냐는.
네가 여성으로서 사는 삶은 20대 때보다 덜 중요하지 않냐는.
사실은 그런 것 같다는 기저의 물음들.
네가 남자를 만나 연애를 할 것이냐, 나간다 한들 곧 40인 여자의 매력도가 높겠느냐,
그럼 애는 어쩌구?
등등의 현실적인 질문들을 떠올리면,
여자라는 단어를 1번으로 내세울 자신은 없다.
인정.
그러나, 분명한건 나는 여자라는 단어도 내인생에서 버리지 않았다는 거다.
여자도 여전히 나를 설명하고, 정의하는 단어다.
네가지 단어 모두가 있어야 내가 살아가는 삶이 설명된다.
그래서 나는 이글을 쓰려한다.
이 네가지 단어의 균형잡기, 특히 희망에선 1순위지만 중요도에선 꼴찌인 여성이라는 단어를 지키기 위해.
항상 빛날 순 없지만, 그 빛을 잃고싶지는 않은 내안의 여자를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