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6월, 책 한 권을 냈다.
빽없는 워킹맘의 직장 육아 생존비책.
책을 냈다고 해서 삶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다.
여전히 아침에는 아이를 깨워 유치원 준비를 하고,
출근해 일을 하고,
퇴근하면 다시 육아의 세계로 돌아가는 평범한 하루였다.
다만 하나 달라진 것이 있다면
가끔 내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들려줄 기회가 생겼다는 것.
그 시작은 작년 11월이었다.
수원 호매실 도서관에서 북토크를 연다는 공지를 보고
‘안 되면 말지’ 하는 마음으로 무작정 문을 두드렸다.
다행히 도서관에서 작은 북토크가 열렸다.
그리고 해가 바뀌고, 인스타 DM 한 통이 도착했다.
경기인재개발원 역량지원과 직원이었다.
도서관 북토크 포스터를 보고 연락을 주셨다고 했다.
교육 과정에서 워킹맘 이야기를 한번 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이었다.
그렇게 해서
3월 11일, 경기인재개발원에서
‘G맘대로 콕 과정 – 빽없는 워킹맘의 직장·육아 생존분투기’
1기 강의를 하게 되었다.
사실상 공식 강의로는 처음이었다.
강의 대상은
경기도와 시군 공무원, 의회 공무원, 공공기관 직원들.
워킹맘 21명,
워킹대디 3명.
강의 시작 전에는 꽤 긴장됐다.
‘내 이야기가 과연 이분들에게 도움이 될까.’
교육장 앞에 서니 그런 생각이 스쳤다.
그래서 준비를 많이 했다.
1강의 주제는 ‘사회적 자아를 지키기 위한 제도 100% 활용법’이었다.
임신기, 출산기, 육아기.
이 세 시기에 활용할 수 있는 제도의 디테일을 다뤘다.
국가 및 경기도 공무원 복무지침을 다시 들여다보며 준비하면서
한 가지 생각이 계속 들었다.
어쩌면 이 강의실 안에는
나보다 더 많은 걸 알고 있는 전문가가 있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공무원 복무지침에는 이미 남녀고용평등법보다 앞선 내용들이 많다.
그래서 더 치밀하게 준비했다.
‘제도가 있다’는 말이 아니라 ‘내가 써보니 어떤지' 를 이야기하려고 했다.
어떤 점을 고려해서 사용할지,
어떤 선택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그리고 무엇보다
시행착오를 최소화 하며 사용하는 방법에 대해서.
제도는 종종 종이에만 존재하니까.
누군가 실제로 써보기 전까지는.
2강의 주제는 ‘개인적 자아를 지키기 위한 333 마인드 균형법’이었다.
일하는 부모가 무너지지 않고 오래 버티기 위한 마음의 균형에 대한 이야기다.
나는 다섯 개의 질문을 준비했다.
첫 번째 질문.
왜 한국 워킹맘은 죄책감을 갖고 있을까?
한국 워킹맘에게는
거의 불치병처럼 따라다니는 감정이 있다.
바로 죄책감이다.
아이에게 미안하고
회사에 미안하고
집에 미안하고
어디에도 완벽하지 못한 것 같은 감정.
두 번째 질문.
내가 직장에서 소수 혹은 개척자가 되는 길을 택해야 한다면?
세 번째 질문.
우리는 언제까지 눈치를 봐야 할까?
네 번째 질문.
도대체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려고
우리는 일과 육아 사이에서 이렇게 고민하고 있을까?
강의실 여기저기에서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마지막 질문.
그냥, 나의 가치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사실 나는 이 질문의 답을 가장 오래 고민했다.
대단한 방법을 알려줄 수 있으면 좋겠지만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건
내가 실제로 하는 방법을 이야기하는 것뿐이었다.
나는 매일 1%의 감사 포인트를 기어코 찾아낸다.
그리고 감사일기를 세 줄 쓴다.
거창한 일은 아니다.
오늘 아이가 웃어준 일.
출근길에 햇빛이 좋았던 일.
퇴근 후 밥이 맛있었던 일.
그 정도면 충분하다.
그리고 내 몸을 돌본다.
운동을 한다.
워킹맘에게 몸은
생각보다 중요한 자산이다.
몸이 무너지면
멘탈도 같이 무너지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나는 글을 쓴다.
글쓰기는 나에게 정신적 소화제다.
하루 동안 삼킨 감정들을 조용히 꺼내 정리하는 시간.
그렇게 해야
다음 날도
다시 살아갈 수 있다.
강의가 끝났을 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일도 하고, 아이도 키우고,
어떤 날은 버티고
어떤 날은 겨우 견디며
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구나.
돌이켜보면 참 신기한 흐름이다.
책 한 권을 냈고,
도서관 북토크를 보고 문을 두드렸고,
그 포스터를 본 누군가가 DM을 보냈고,
그 인연이 이렇게 강의로 이어졌다.
인생은 가끔
계획이 아니라
용기 하나로 굴러간다.
빽은 없지만
그래도 문은 계속 두드려 볼 생각이다.
어디선가 또
열릴지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