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은 자궁근육의 수축으로 시작된다. 아기를 아래로 밀어내어 출산 문으로 슬라이딩시켜준다. 분만의 시작을 알리는 이 수축과 그에따라발생되는 통증을 '진(짜) 통'이라고 한다. 더 쉽게 설명하면, 출산으로 이어지는 자궁수축과 통증을 진통이라 하고 그 외는 다 가(짜) 진통 이라 한다. 임신 초기부터 아랫배 (치골 위) 자궁에 불규칙적으로 찾아오는 가진통은 병적인 상태가 아니고 특별조치 없이도 증상이 사라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산부인과에서도 잘 쉬고, 잘쳉겨먹고, 운동하라고 한다.
가진통과 자궁근육 하모니
자궁근육은 '세 겹'층으로 되어있다.가장 바깥층은 근육섬유 (옷 원단의 섬 유실 같은)가 세로 방향이라 자궁을 위아래 수축시킬 때 효과적이다. 출산 당일 아기를 밀어주는 아주 중요한 근육섬유다. 중간층은 얇은 옷처럼 자궁 전체를 포근히 감싼다. 이곳에 혈관과 신경이 풍부해서 적절한 수축과 이완은 신선한 혈액을 자궁에 공급한다. 가장 안쪽층은 근육섬유가 가로방향이다. 자궁 하부에 많이 분포하고 있어 커지는 자궁의 부피와 압력을 잘 견뎌내게 한다. 풍선에 바람이 새지 않도록 묶어놓은 꼭지 부분 주변 고무가 좀 더 밀도감 있는 것처럼. 가진통은 이 세겹근육들의 늘어남과 수축됨을 말한다. 무슨 의미 일까?
가진통은 신호다
아기는 성장 공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릴렉신 호르몬이 골반 인대를 늘려 골반을 확장한다. 이제 자궁근육이 늘어나고 양수가 채워지고 아기가 성장한다. 이 과정에서 자궁근육은 한 번에 쫙 늘어나는 것이 아니다. 급하게 늘어나면 근육에 미세 염증이 생기고 출산 후 복구가 어렵다. 그래서 근육은 늘어남과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며 조금씩, 조심스럽게, 자궁의 부피를 늘린다. 이때! 이 과정 중 자궁 근육 일부가 수축될 때 가진통이 발생한다! 지금 아기 위한 공간을 마련 중이라는 신호다! 산모의 몸에서 이 대단한 일이 진행되고 있음을 [생방송 LIVE]로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우리 아기가 씩씩하게 성장하고 있구나. 내 아내가 응원과 지지가 더 필요할 때구나.
가진통은 사랑이다
내 몸에 한 생명이 자라고 있다. '엄마'가 되어가는 아내는 모성애 이상의 고귀한 인간애로 태아를 키운다. 아기에게 공간을 주기 위해 내 몸을 늘리는 것이다. 이건 희생이다. 숭고하다. 산모의 몸이 '통증' 신호를 통해 정보를 전달해주는 것이다.
'지금 아기에게 공간을 주고 있어요. 놀라셨죠. 근육이 너무 과하게 늘어나지 않도록 조금씩 수축시킨 거였어요. 이렇게 수축과 이완이 반복되면 자궁의 부피를 필요한 만큼 원활히 늘릴 수 있어요. 혈액 순환도 원활해져 산모님 자궁도 출산 후 더 건강 해질 수 있는 거죠. 통증으로 불편하게 해 드린 것은 죄송해요. 하지만 출산 전까지는 여러 번 더 있을 거예요. 다만, 남편이 배를 위아래 가로 세로로 부드럽게 쓰다듬어 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원을 그리듯 배꼽 주변을 10분만 보듬어 주어도 자궁근육이 한결 편해질 거예요. 아기는 무사해요. 아빠의 손길을 아기도 얼마나 좋아할까요 '
가진통은 남편과 아빠를 부른다
가진통이 찾아올 무렵. 아기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아내의 몸속 호르몬은 파도치듯 한다. 내 아내의 감정은 요동치는 파도 위 작은 배 같다. 배에는 작은 아기도 타고 있다. 남편이 할 일이 무엇이겠는가? 파도를 진정시키기 위해 파도에 맞설것이가? 이때 아내를 안아주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다. 배를 만져주며 아기에게도 아빠가 곁에 있다고 목소리를 전해주자. 그러면 사랑의 호르몬 엔도르핀이 찾아온다. 파도를 진정시키고 자궁을 편하게 해 주고 진통제보다 강렬하게 하지만 우아하게 통증을 경감시켜준다.
아내가 얼마나 놀라고 불안했을까? 그 마음을 공감하고 임신과 출산을 함께 동참하고 있다는 남편의 고백은 아내와 아기에게 믿음을 준다. 두려움 없는 출산과 고통 없는 출산의 시작은 바로 이 믿음이다.
가진통, 출산의 꽃을 피워내다
진통은 없어야 할 감각이 아니다.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몸의 신호이다. 이 신호에 대한 남편의 반응이 바로 출산의 꽃이다. 통증과 몸의 긴장. 그리고 마음의 두려움은 출산의 세계에서 해결하고 싶은 과제이다. 이 두려움이 바로 난산으로 이어지는 주된 원인임을 출산의 대가들은 오랜 기간 입을 모으고 있다. 해결책으로 무통주사, 촉진제, 선택적 제왕절개, 산전 운동, 명상, 영양제, 히프노 버딩 (최면)등이 제시되어 왔다. 이 모든 것에서 빠진 것이 있다. 바로 남편이다.
남편도 마음으로 임신해서 아내와 함께 진통하자. 우리 아기가 행복하게 자랄 공간을 마련하는 아내를 응원해주자. 남편의 마음이 담긴 작은 행동과 손짓과 말 한마디가 아내의 마음에 믿음을 준다. 그 믿음이 두려움을 이기는 힘이다. 이 마음과 믿음이 아기의 영혼을 키우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