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값비싼 목숨, 값싸게 맡겨
10.7(금), 새벽길,
성남 분당구 정자동 분당경찰서 앞에서 야탑동까지 운행 중입니다.
에쿠스 차량에 50대 후반 정도의 손입니다. 가는 길 내내 이 손, 대리보험 이야기입니다.
대리보험 때문에 손해 본거 있는 걸까요?
" 기사양반, 대리운전하다 사고 나면 어떻게 되는거요? "
" 대리보험에서 일정 책임 져 줍니다."
" 얼마나 책임 지지요?"
" 나도 정확히는 모르지만, 대물보험3천만원으로 알고 있습니다."
엉터리 대리보험
"3천만원 넘게 사고가 나면 어떻게 되는거요?
그리고 대인 보험은 천상 차주가 물어야 한다죠?"
" 아마도..."
" 사고는 기사가 내는건데, 왜 차주가 책임져야 하냐 고~오~"
" 그러니 이 대리판이 엉망인거죠.
단체보험금 일부는 대리회사가 착복하니 더 터무니 없는 일들이 벌어집니다."
" 이거 불안해서 천상 택시를 타고 다녀야 겠네요. 왜 차주들이 책임을 져야 하는거냐고~"
" 그리도 불안하시면 천상 택시를 타시는게 나을 겁니다."
" 글타고 맨날 택시를 타고 다닐 수도 없는거자나요. "
" 그래서 아마 대인사고도 대리보험에서 담당하는 걸로 압니다.
" 그래야겠죠.
그리고 차주가 물어야 한다해도 결국 기사가 책임져야 하는거 아닌가요?
자기가 저질러논 일인건데..."
" 그것이 맞겠지요.
하지만 현실은 그러지 못하니, 이 대리기사라는게 답이 안 나오는 일인거에요."
공정거래위원회인가...앞으로 대인보험도 대리기사가 책임지도록 바꾸려 하는거 같더군요."
값비싼 재산을 값싸게 맡기니 문제인 겁니다.
" 그래야지요. 이거 불안해서 대리운전 맡기겠어요?"
" 전반적으로 대리판이 정비되어야 할겁니다.
보험도 기사가 책임을 지고, 그에 합당하게 운행비도 올라야하고..."
...
운행비도 올라야하고....운행비도 올라야하고...올라야하고...하고..하고..
...
" 그래도 값비싼 재산을 맡기는 것인데, 기사들이 그렇게 무책임하면 안되지요.
기사들이 책임져야 해요. 책임..."
" 값비싼 재산을 너무 값싸게 맡기니까 문제인겁니다.
이 비싼 에쿠스 차량과 소중한 손님의 목숨을 기껏 돈 만2천원에 맡기다보니,
값싸게 지불하니 값싸게 대우 받는거겠지요."
...
...
거품 물고 대리보험의 문제점을 설파하던 손, 갑자기 조용해집니다.
차는 어느덧 손의 아파트 지하주차장입니다.
차들이 엉망으로 놓여있어 주차가 만만치 않습니다.
" 돈 만원 벌자고 이러다, 차량 사고 나면 대리기사들은 뭐가 남냐구요.
이러니 참, 이 대리판, 답이 안나와요...답이~~."
손, 얌전히 차에서 내려 자기가 주차하겠다 합니다.
" 괜찮으시겠어요? 어흠~"
만이천원짜리 대접, 만오천원짜리 대접
손, 지갑을 열어 운행료를 계산합니다. 아...떨리는 손의 손,
만원짜리 하나, 천원짜리....천원짜리....
...떨리는 손의 손, 차마 천원짜리 꺼내지 못하고, 만원짜리 하나 오천원짜리 하나. 이렇게 끄집어 냅니다.
손,
만이천원짜리 대접이 아니라, 그래도 만오천원짜리로 대접 받고 싶었나 봅니다.
근데 뭐...어차피 운행은 마감했고, 대접은 다 끝난건데....
손님, 사실은 에쿠스 차가격 정도라도 대접해드리고 싶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