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라함과 망설임, 거대한 출발 되다
2012. 2.11일 11시, 강남 신논현역으로 가는 버스입니다. 12시부터 진행할 대리기사 벌금 갈취 철폐 서명운동이 있습니다. 걱정이 많습니다. 준비상황을 점검해보니, 걱정이 앞서는군요. 유니콘천사님과 통화해서 좀더 구체적인 계획도 세워보며 갑니다.
12시경, 신논현역 2번출구 앞입니다. 아..조금 지나 빙어님께서 합류하십니다. 마음이 든든해졌습니다.
우선 아는 식당으로 가서 테이블을 가져와야 합니다. 식당 주인 아주머님, 반가이 맞으며 테이블과 의자, 게다가 화이트보드까지 꺼내서 줍니다. 아...정말 고맙습니다. 피케팅을 따로 해야하나, 대자보를 붙여야 하나 마음만 복잡했는데, 건네주시는 화이트보드에 서명운동 제목도 쓰고 테이블에 걸어놓으니 그럴 듯 합니다.
초라한 출발, 거대한 첫발
대리기사 벌금갈취 철폐서명운동이라 써서 테이블 위에 올려놓습니다. 홍보물이 부족하여 급히 근처 PC방으로 달려가 홍보물을 제작해옵니다. 서명용지와 준비물들을 올려놓으니 그럴 듯합니다. 한시름 놓았습니다. 식당 주인, 옳은 일 하느라 고생한다고, 손난로 한박스를 건네주십니다. 함께 하는 기사들에게 나눠 주라고...아 나는 왜 이리 인복이 많은지 모르겠습니다. 마음만 앞서고 제대로 갖추지도 못한 것들, 이렇게 한꺼번에 다 해결 되다니요.
이제 든든히 목청껏 외치고, 서명을 받고 기사들의 단합된 힘을 모아가면 되는 일입니다.
뜨거운 성원에 힘이 절로 납니다
토요일 밤이라 그런지 신논현역 근처에 대리기사들이 많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 앞을 지나가시는 거의 모든 기사님들, 반가이 다가와 서명을 합니다.
어떤 분들은 고생 한다고 붕어빵도 사다주고 가십니다. 어떤 기사님, 서명운동 제목이 쓰여진 화이트보드를 머리위에 들고 덩실덩실 거리 홍보에 참여하십니다. 아..비록 좁은 공간이지만, 어느새 기사님들이 몰려들면서 뜨거운 토론장으로 변합니다. 기사라면 누구나 참여해서 서명해야 한다고 열변을 토하는 기사님, 이렇게 힘 모아 청와대도 쳐들어가고 종로거리도 나가고, 방속국에도 몰려가 우리들 억울한 사연을 알리자고... 그간 쌓이고 쌓인 기사들의 서러움, 울분, 그리고 새로운 희망을 마음꼇 느껴보는 밤입니다.
아..반성이 절로 됩니다. 서명운동을 준비하면서도, 걱정이 앞섰고, 얼마나 호응할지, 홍보연설은 잘 할 수 있을지, 불안하기만 했습니다. 하지만 기사님들 앞에서 외쳐대니 한결 자신감만 늘어갑니다. 오늘밤 우리가 이렇게 나와서 실천하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아마 투덜대기만 하다가, 세상을 원망하고 뭉치지 못하는 기사 탓만 하면서 돌아다녔을 겁니다.
오늘 하루 일당, 돈벌이는 못했지만, 우리는 이미 충분한 '본전'을 다 뽑았습니다.
새벽 3시가 넘습니다. 예정했던 시간은 지났건만, 소문을 듣고 오셨는지, 떼거리로 몰려와 서명하며 토론을 벌입니다. 결국 4시까지 연장하고 철수를 준비 합니다. 주변에 빙 둘러선 기사님들께, 참여해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말, 월요일밤, 화요일 새벽에 다시 찾아뵙겠다는 인사를 하며 정리 합니다.
운동은 자신부터 바꿔줍니다
식당에 돌아와 정리를 하고 향후 계획을 세웁니다. 놀랐습니다. 현장에서 합류하신 기사님이 더욱 적극적입니다. 이번 월요일 밤, 화요일 새벽 뿐만 아니라, 앞으로 일주일동안 매일, 그 자리에서 서명운동을 벌이자고 제안합니다.
우리의 넘치는 열정과 성과를 절감하는 우리들, 당연히 모두 동의 합니다. 서로 부딪히는 소주잔에 도원결의의 의기만 가득합니다
벌금 갈취 행위를 없애겠다고 모였습니다. 세상을 조금은 더 정의롭게 바꾸자고 함께 실천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분명히 깨닫고 있습니다. 대리판을, 주변을, 세상을 바꾸기 이전에 이미 우리 자신부터 바뀌고 있음을 우리는 이미 알아버렸습니다. 오늘 서명운동을 벌이기 전과 지금, 엄청 달라져있는 우리들의 모습을 서로 확인하면서 웃습니다. 망설임과 걱정, 두려움과 억울함, 이것은 이미 우리들 마음속에 남아있지 않습니다.
어느덧, 우리는 자그마한 몇시간 실천에서 자신감과 뿌듯함, 동료애와 해방감의 둘레에서 행복한 아침을 맞고 있습니다.
앞으로 1주일, 매일 서명운동합니다
앞으로 일주일, 우리는 충분히 서명운동을 힘있게 벌일 수 있을 겁니다. 오늘 밤, 우리들의 작은 실천이 나 자신부터 바꾸어버렸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확실하게 자신감을 가져버렸습니다. 동료기사들의 성원과 참여를 우리는 벌써 깨달아버렸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1주일, 우리는 매일밤 이 자리에 모여서 묵묵히 활동을 할 겁니다. 남을 원망하지도 않고, 복잡한 논쟁을 벌이지도 않고, 우리는 일단 앞만 보고 갈 겁니다. 앞으로 1주일, 저희들의 활동이 어떻게 변화할지 아무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희는 믿습니다. 이 세상은 충분히 겪어볼만 하다고. 세상이 주는 현실의 역동성, 우리를 달구는 힘입니다.
*출처:사단법인 전국대리기사협회 http://cafe.daum.net/wedrivers/6rmC/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