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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용 Dec 18. 2016

대리운전법 삼국지, 그 현장을 가다

시장 구성 3주체의 합리적 정비, 대리기사의 단결권 보장되야

"의원님의 법안을 고쳐야 합니다...대리기사들은 무시한 채 업자들과 짜고 만든 법이지 않습니까...대리기사들은 이 법안을 반대합니다..."


 

2012년  9월27일, 대리기사들의 권익단체인 전국대리기사협회의 임원들이 국회 강기윤의원실을 항의방문합니다. 그 며칠전 국회에 입법발의한 대리운전업법의 부당함을 항의하고 대리기사들의 입장을 전달하기 위해서입니다. 법조차 존재하지 못해 어떤 제도적 지원과 보장도 받지 못하는 대리기사들, 그들은 왜 법 제정을 반대하는 것일까요

 

참혹한 대리현실


 

2011년  9월 새누리당의 강기윤 국회의원은 대리운전 이용자의 보험 보장, 대리운전시장의 정비 등을 명분으로 내세워 관련법안을 국회에 입법 발의했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전국대리기사협회 등, 대리운전기사들은 반발하고 있습니다.


대리기사들이 국회 강기윤의원실을 방문, 항의와 함게  성명서 등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대리운전업은 이제 수조원에 달하는 연매출, 20만여명에 육박하는 종사자수, 하루 이용건수 60-70만건 등, 시장의 급팽창과 함께 이미 시민들 일상생활 속에 깊이 뿌리내린 업종이 되었습니다.

 

음주운전의 방지, 교통사고의 예방, 시민의 안전한 이동과 귀가 등, 대리업계가 하는 사회적 역할이 만만치 않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참혹합니다. 우선, 관련법 자체가 없기에 이에 따른 어떤 제도적, 정책적 장치가 전무합니다. 정부나 서울시 등 자치단체 어디에도 대리운전업을 담당하는 부서는 커녕 담당자도 없습니다. 기껏 서울시에 택시물류과라는 유사분과에서 직원 한명이 업무를 겸하고 있지만, 가장 기본적인 상황 자체도 파악이 안되는 듯 합니다. 국토해양부에 대리업무를 겸하는 직원이 하나 배치된다고 하는 정도입니다.

 

이런 상황을 악용한 대리업자들의 기사착취는 유명합니다. 20퍼센트가 넘는 살인적 고율의 수수료, 보험료 횡령, 벌금갈취, 터무니없는 배차제한 등, 무도한 횡포는 끝이 없습니다. 한 대리기사의 말은 대리기사들이 처한 참혹한 상황을 잘 나타내 줍니다.

 

"제가 처음 대리기사 일을 하다보니, 순간순간 착각을 하게 되더라구요. 뭐랄까...문화적 충격이라고 해야하나,  아..대한민국에 아직도 이런 노예같은 세상이 존재하다니..." 3년차 고참 대리기사의 말입니다.

 

 

대리기사들은 이런 업자들의 횡포를 기사장사라 합니다. 업자들이 정상적 영업을 통해 수익을 내려하기보다, 기사들로부터 각종 명목의 비용을 갈취해서 먹고사는 시장이 되어있다는 것입니다.

 

"...한 회사에 소속기사가 1백명이면, 벌금이니 보험료 착복이니, 핸드폰 강매니해서 기사들로부터 별도로 뜯어가는 돈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 그 돈이면 웬만한 규모의 사무실 운영비, 직원월급을 다 주고도 남는다는 거잖아요. 대리업체사장들이 출근해서 맨먼저 확인하는게 간밤 거둬들인 벌금액수라고 하고요. TV와 라디오에서 매일이면 수도 없이 터져나오는 대리운전광고, 그거 다 우리 기사들 등쳐먹은 더러운 돈으로 만드는 거 아닙니까...  

굳이 업자들이 어렵게 영업을 해서 오더(주문)을 받고 할 필요 없이 기사들에게 몇개씩 벌금을 뜯으면 되니까, 어느 업체가 제대로 회사를 운영하려 하겠어요.  대한민국, 이런 기사들의 고통과 원한을 밑천 삼아 버텨가야 되겠습니까. "



 

대리기사 두번 죽이는 악법

 

이러한 상태에서 뒤늦게나마 관련법이 입법발의 된 것은 다행이라 해야 할까요? 사실 대리운전법은 지난 18대 국회에서도 발의된 바 있습니다. 송영길,손숙미, 정의화의원 등, 여러 의원들이 입법발의하였지만, 해당 상임위인 국토해양위원회도 통과하지 못한 채, 18대 국회가 폐회되면서 함께 사장되고 말았습니다.  

전국대리기사협회(약칭 기사협회, 대표 김인태)의 송영진 사무국장은 강기윤의원의 법안이 가진 문제점에서 그 원인을 찾고 있습니다.

 

" 강기윤 법안은 시민 서비스 개선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사실은 대리기사들에게 다시 한번 족쇄를 채우기 위한 악법입니다. 대리운수시장의 한 주체인 대리기사들은 배체한 채, 대리업자만의 대리운전협회를 만들게 하고 그것을 통해 기사들을 쥐고 흔들겠다는 거지요. 그러잖아도 각종 횡포와 저수입에 시달리는 대리기사들을 두번 죽이는 법안입니다..."


 

과거 목효상의원의 법안부터 지금의 강기윤법안에 이르기까지, 대리업자들의 일방적인 법안이다보니, 대리기사들의 반발이 심할 수 밖에 없습니다.  부실하고 무성의한 내용이다 보니 어떤 동력도 마련하지 못한 채 미처 국회에서 논의조차 한번 제대로 되보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기껏 몇몇 대리업자들의 로비를 통해 법안이 발의되곤 하지만, 흐지부지 되고 맙니다.

 
 

"...우리들은 협회와 상의해서 법안을 만들었습니다. 대리운전시장의 혼란상을 더 이상 방치해둘 수 없다는 판단을 하였던 것입니다....대리기사협회의 입장을 들어봤기에 나름대로 입장을 반영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강기윤의원실의 답변입니다.  협회 등 대리업계의 의견을 반영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사실을 알고 보면, 대리업체들만의 의견을 들어봤다는 이야기입니다.  사실 대리업체들의 대표적인 단체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대리기사가 모래알이면 대리업자들은 콩가루입니다. 몇몇 업체들의 친목적인 모임이 몇개 존재하고 있건만, 지난 18대 국회시절부터 법제정을 기회로 대리운전협회를 주도하여 시장을 주무르겠다는 몇몇 '야심'찬 업자들의 로비만 횡행할 뿐이었습니다.

 

 

다시 기사협회의 입장을 들어봅니다.

 

"...현 강기윤법안의 문제점은 크게 두가지입니다. 첫째, 업자들끼리만 협회를 구성하게 해서 대리기사들을 얽어매려 한다는 점, 둘째, 현 대리시장의 무도한 횡포는 무시한 채, 부당행위에 대한 처벌 조항이 기껏 벌금 5백만원이라는 점, 결국 기사들에게 일방적인 부담만 전가시키면서 업자들끼리 시장 통제, 기사통제를 강화하려는 속셈인거지요....." 

 

 

대채입법, 공정입법, 문병호 대리운전법

 

이날 전국대리기사협회는 문병호의원을 방문합니다. 강기윤법안을 반대하는 것만으로는 답이 될 수 없기에 개혁적 국회의원들과 함께 새로운 법안을 만들자는 취지랍니다. 민주통합당의 문병호의원은 그동안 경인지역에서 무료변론과 노동자 지원 등, 오랜동안 인권변호사로 활동해온 분입니다.

 


기사협회의 취지를 듣곤 바로 공정한 대리운전법 제정을 위해 앞장서기로 약속합니다. 이제 바야흐로 전국대리기사협회와 문병호 의원이 연합하여 공정한 대리운전업법이 탄생할 순간이 다가온 것입니다.  


이러한 기사협회의 발빠른 움직임에 민주노총도 나섭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도  이미경의원을 통해 별도의 법안을 준비합니다.  기사협회와 서비스연맹은 회합을 갖고 함께 연대해서 제대로 된 법을 만들기로 약속합니다.

 

현재 문병호의원실은 법제처의 자문까지 끝낸 법안을 완성했습니다. 2월중이면 국회에 입법발의 될 것으로 보입니다. 문병호의원실의 김제동 수석보좌관의 말입니다.

 

"이번 법안은 대리운전시장의 3주체인 소비자, 대리업체,대리기사 3자의 입장을 충실히 고려한 합리적인 법안이 될 것입니다. 무엇보다 대리기사들도 참여할 수 있는 대리운전연합회를 만들어 시장의 분규를 예방하고, 시장의 수요와 공급의 자율적 조정, 부당행위에 대한 처벌 강화 등을 통해 대리운전시장을 합리적으로 정비하는 내용입니다. 결국 그 결과가 대리운전 졷사자의 삶의 질 향상, 궁극적으로는 시민서비스 향상으로 나타나겠지요 ..."


 

대리운전법 삼국지, 그 운명은 어디로...

 

이제 바야흐로 문병호의원과 이미경의원 그리고 강기윤의원 등 3명의 국회의원들이 주도하는 대리운전법이 동시에 한판 승부를 벌입니다. 그 결과는 어떠할지 대리기사들은 물론, 대리업계가 숨죽여 지켜보고 있습니다.  굳이 도식화하자면, 강기윤의원+대리업체, 문병호의원+전국대리기사협회, 이미경의원 + 민주노총, 이런 3세력의 한판 승부가 벌어지지 않을까요?  

 

전국대리기사협회의 김종용 권익위원장은 말합니다.

 

"그동안 민주노총 서비스연맹과는 법안 작성과정에서부터 서로 의견을 교환하고 소통하는 등, 협조와 연대를 해오고 있습니다. 이후에도 입법지원활동을 벌이면서 양자가 연대하여 좋은 결과 나오도록 하겠습니다. "

 

 

이 결투의 승자는 따로 있는게 아닐 겁니다. 어차피 국회에서 상호 병합되어 심리가 이루어질 것이고, 그 과정에서 일정한 양보와 타협을 통해 법이 완성될 것입니다. 합리적 법안을 만드는 사람이 승자가 될 것입니다.

 

굳이 이름 붙이면, 문/이/강/법안으로 탄생하지 않을까요?

전국의 대리업체,20만에 달하는 대리기사와 종사자들이 숨죽여 지켜봅니다. 대한민국 국회의원님들, 부디 양심과 소신에 따라 합리적인 법을 만들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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