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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용 Dec 20. 2016

나는 왜 국정감사 참고인으로 출석했나

국회 국토교통위 국감에서 논의된 대리운전시장의 문제점

"...벌금에, 업자들의 영업비까지 대리기사들로부터 빼앗아 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우리는  차마 이 대리판을 그대로 두고볼 수만은 없었습니다...."(국회 정론관 기자회견 중, 민주당 우원식의원 발언)

"...로지사(로지소프트사)의 사장님이 국정감사 증인으로 불려나간다니, 정말 놀랐어요. 신기했구요. ...그리고 피가 거꾸로 치솟는 거에요. 이 사실을 알리는 홍보물을 쥐어든 손이 마구 떨리더라구요. 로지사...정말 이번에는 어떻게건 혼내서 다시는 못된 짓을 하지 못하게 해야해요. 대리기사들이 이대로는 정말 살아갈 수가 없잖아요...."(대리기사 A씨) 


왜곡된 대리운전 시장 
                            
▲ 국회 국토교통위 국정감사 현장: 지난 1일 오후, 국토교통위 국정감사 현장에서 문병호 의원과 필자(전국대리기사협회 회장)가 질의와 답변을 나누고 있다. ⓒ 국회방송화면캡쳐



2013년, 대리기사들이 국회 국정감사를 바라보는 눈길이 뜨겁다.  대리운전시장의 큰손, 로지소프트사의 송민기 사장이 국토교통부 국정감사의 증인으로 채택돼 불려가게 되었기 때문이다. 국회 문병호 의원은 송민기 사장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하고, 필자(전국대리기사협회 회장)를 참고인으로 불렀다.  대리운전시장 문제가 국정감사 현장에 모습을 드러내게 된 것이다. 


사실 국정감사의 증인이라 하면 보통 대기업 CEO나 유명 정치인 혹은 고위관료들을 떠올리게 된다. 비록 대리운전업계의 큰손이라 하지만 로지소프트사는 사회 전체적으로 보면 중소기업에 불과하다. 


중소기업이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불려나갔다는 것은 그만큼 이 대리운전시장의 문제가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리운전시장이 그만큼 커졌음을 보여주는 결과이기도 하다. 


대리운전시장은 오더 중개어플을 판매하는 프로그램사를 중심으로 각 대리업체가 협력관계를 이루고 있다. 수도권의 경우 로지, 콜마너,아이콘이라는 프로그램사가 있는데, 각 대리업체들은 이들 프로그램 사용자들을 중심으로 연합이 결성돼 있다. 


로지연합이니, 콜마너연합, 아이콘 연합이니 하는 것들이 바로 그것이다. 로지소프트사는 그중 업계 1위의 프로그램사다. 대리운전시장에서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대리운전시장을 좌우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리기사들의 벌금과 업소비 부과의 정책을 펴고 자사의 프로그램을 통해 기사들에게서 그 비용을 거둬가고 있다. 게다가 뻔한 오더를 가지고 프로그램을 3개로 쪼게 팔아먹기를 해서 대리기사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그래서 원래 로지소프트사뿐만 아니라 그 소속 연합장들인 H대리, 부천H연합, D대리의 대표들도 국정감사의 증인 채택을 시도했다. 전국대리기사협회 이수복 사무국장의 말이다.


"...로지사는 프로그램 운용사의 이점을 최대로 악용, 벌금을 뜯어가고, 업소비오더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그래놓고도 자신들은 단지 프로그램 제작사일 뿐이라고 발뺌을 합니다. 벌금갈취, 업소비 갈취 등에 대해 물의를 일으키고 대리기사들과 언론들로부터 비판을 받자 자신들과 상관없는 것이고, 대리업체들이 시켜서 그런 것이라고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죠. "


국회에 선 대리기사들 


▲  우원식 의원과 유은혜 의원, 각 시민사회단체와 대리기사들이 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1일, 오후 2시경, 민주당 우원식 의원, 유은혜 의원, 전국 을살리기 비대위 인태연 대표, 경제민주화 국민본부 이선근대표 등과 전국대리기사협회 회원들은 국회 기자회견장인 정론관에 집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원식 의원은 대리기사들에 대한 벌금과 업소비 부과를 중지할 것을 촉구하고 조속한 대리운전법 제정을 위해 노력 할 것임을 밝혔다. 


전국대리기사협회 측은 벌금과 업소비 철폐, 프로그램 직거래 도입, 프로그램 쪼개팔기 중지와 수수료 인하 등을 요구했다.


1일 오후 4시, 국회 본청 5층 국토교통위 국정감사 현장, 주승용 위원장은 로지소프트사의 송민기 증인이 불출석했음을 알리고, 차후 국회차원에서 조치를 취할 것임을 밝힌다. 국회와 대리업계의 집중된 관심에도 불구하고 결국 로지소프트사의 송민기 사장이 증인 출석을 거부한 것이다. 


문병호 의원은 대리운전시장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리업체와 대리기사들 간의 대화와 타협을 위한 기회가 만들어지 못한 점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참고인으로 출석한 필자는 "대리운전시장은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는 상태로서  조속한 대책과 대리운전법 제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에 지금과 같은 대리운전시스템이 도입된 지도 십여년이 더 되어간다. 대리운전업은 음주운전을 방지해주고, 교통사고를 예방하며 시민의 안전한 이동과 귀가를 책임지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일선에서 이러한 업무를 담당하는 대리기사들은 무법상태와 열악한 근무조건, 궁박한 상황을 악용한 대리업자들의 횡포와 형편없는 수입, 고된 노동앞에서 신음하고 있다. 


이런 현실 앞에서 불합리한 문제들의 시정과 공정한 시장풍토 조성을 위해 노력하는 정치권과 대리기사, 시민사회단체들의 활동이 이번 국정감사를 계기로 큰 성과를 볼 수 있을지, 대리기사들은 물론 대리운전업체 전체의 과제로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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