엡스타인의 생일에 우디 앨런이 보낸 편지
제프리 엡스타인, 바로 그 엡스타인!!!에게 우디 앨런이 편지를 보냈다.
감옥에서 자살(당)한 엡스타인에게 보낸 우디 앨런의 편지라니, 흥미진진!
읽기 편하게 번역을 해 봤다.
Being neighbors, my wife Soon-Yi and I have been invited for dinner many times.
이웃으로 지내며, 아내 순이와 나는 여러 차례 저녁 식사에 초대받았네.
Always accept, always interesting.
우린 늘 응했고, 늘 흥미로웠지.
Wide variety of interesting people at every dinner just about.
거의 모든 만찬엔 흥미로운 인물들이 진을 치더군.
Politicians, scientists, teachers, magicians, comedians, intellectuals, journalists, an entymologist, a concert pianist.
정치인, 과학자, 교사, 마술사, 코미디언, 지식인, 저널리스트, 곤충학자, 콘서트 피아니스트까지.
Anyhow, it's always interesting and the food is sumptuous and abundant.
어쨌든 언제나 흥미로웠고, 음식은 호화롭고 푸짐했어.
Lots of dishes, plenty of entrees, numerous desserts, well served.
요리는 많고, 앙트레도 넘쳤으며, 디저트는 셀 수 없을 만큼 다양했고, 잘 차려졌지.
I say well served – often it's by some professional houseman and just as often by several young women reminding one of Castle Dracula where Lugosi has three young female vampires who service the place.
잘 차려졌다는 건—종종 전문 집사가, 혹은 캐슬 드라큘라에서 루고시가 부린다는 세 명의 젊은 여자 뱀파이어를 떠올리게 하는 여성들이 시중을 들었기 때문이야.
Add to this that Jeffrey lives in a vast house alone, one can picture him sleeping in damp earth.
게다가 제프리는 거대한 저택에 홀로 살고 있어서, 축축한 흙 속에서 잠드는 장면이 상상될 정도야.
But back to the food.
하지만 다시 음식 얘기로 돌아가 보자.
Dependably a fine dinner but this was not always the case.
분명 늘 괜찮은 만찬이긴 했지만, 언제나 그랬던 건 아니네.
In fact, the first time we came over it was a very different story.
사실 처음 갔을 땐 얘기가 완전히 달랐어.
We were invited with a list of accomplished types, men and women in journalism, in TV, even royalty.
우리와 함께 초대된 사람들은 언론계, 방송계의 인사들, 심지어 왕족까지 있었거든.
We were ushered up to the living room where everyone sat around prior to dinner being served and chatted.
우리는 저녁 식사 전, 모두가 거실에 둘러앉아 담소를 나누는 자리에 안내받았지.
No drinks were served.
마실거도 안 주더라고.
You could get one if you asked for one.
달라고 하면 받을 수 있기는 했어.
That should have been the first clue.
그게 첫 번째 이상 신호였어야 했지.
When the meal was put out downstairs it was meagre.
아래층에 차려진 식사는 터무니없이 빈약했어
So meagre my wife then sitting next to her kept mumbling, is this it?
얼마나 적었냐면, 순이는 옆 사람들과 함께 계속 중얼거렸지. “이게 다야?”
Is this all we're getting?
“진짜 이게 전부야?”
After I leave I may have to go to a restaurant.
“이따 나가서 레스토랑에라도 들러야겠어.”
We didn't want to say anything when we came the next time but my wife did say in that tactful way she has, there is going to be more food, isn't there?
다음번엔 조용히 있으려 했지만, 아내는 특유의 요령 있는 말투로 물었다네. “이번엔 음식이 좀 더 나오겠죠?”
Under her badgering the situation gradually improved and subsequent dinners offered buckets of Chinese food ordered from a local restaurant and placed out on a buffet where one could get in line and help one's self.
아내의 끈질긴 잔소리 덕분에 상황은 점차 나아졌고, 이후 만찬은 동네 중국집에서 주문한 음식을 양동이째 뷔페에 늘어놓고 줄 서서 먹는 방식이 되었지.
It all seemed odd for a man of substance who entertained many illustrious guests often.
유력 인사들을 자주 접대하는 재력가치고는 모든 게 이상했어.
Under continued badgering by my wife arrangements were made for food to be cooked at home and served.
아내의 지속적인 압박 끝에 결국 집에서 직접 음식을 해 대접하게 되었다네.
She had to explain the order in which things come out.
그녀는 음식이 나오는 순서까지 설명해야 했어.
Not the main course and then the appetizer but the other way around.
메인 요리 다음에 애피타이저가 아니라, 애피타이저 먼저 메인 요리 나중이어야 한다고.
In time she bullied him into putting a few flowers in the middle of the table to make it look mildly warm and inviting.
시간이 흐르자, 그녀는 식탁 한가운데에 꽃이라도 놓게 해 약간은 따뜻하고 아늑해 보이게 만들었지.
This took time and a number of corrections but his meals have been tweaked into some sense of normal, civil, dining.
이건 시간도 걸리고 고쳐야 할 것도 많았지만, 그의 식사는 그럭저럭 정상적인 만찬 수준엔 도달하긴 했다네.
The large phone and computer at his right hand does take some of the relaxed home-cooking atmosphere out of it but one can't have everything - not at Castle Dracula.
그의 오른편에 자리한 커다란 전화기와 컴퓨터가 편안한 집밥 분위기를 깨긴 하지만, 뭐 다 가질 순 없지—캐슬 드라큘라에선 말이야.
Woody
제프리 앱스타인의 63번째 생일에, 우디 앨런이 편지를 보냈다.
처음 읽으면 이게 뭐지? 싶다. 두 번 읽으면 이거 이상하게 불편하고, 세 번 쯤 읽으니 아하..짐작이 간다. 이건 ‘편지’가 아니라 ‘사적 코미디 대본’에 가깝지 않을까?
앱스타인은 말하자면 뉴욕 상류층의 종합선물세트 같은 인물이(었)다.
거대한 집, 거물급 인맥, 그로테스크(하고 범죄종합선물세트같은 추악)한 취향까지.
우디 앨런과 그의 아내 순이도 몇 번 저녁 초대를 받았고, 거기 가서 숟가락 몇 번 뜬 건 사실일 테니 뭐 그럴 수 있겠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이다.
“초대받았으면 뭔가 답례는 해야지.”
뉴욕 상류층 세계의 룰 아니겠나. 옆구리만 툭 쳐도 교양이 줄줄 흘러나와야 한다는, 뉴욕식 상류계급의 조건반사적 행위라고 봐야하려나.
아무리 파티가 형편없었든, 주최자가 녀석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마음에 안 들고, 짜증이 나도 어쨌거나 '뉴욕 상류층 사교계의 사람’이라면 편지 한 통쯤은 보내는 게 예의이고 그렇게 가정교육 스파르타로 받고 자랐을 테니
아마도 우디 앨런은 그래서 편지를 쓴 것 같다. 그런다고 우디 앨런 심통이 어딜 가는 건 아닌 터라, 우디 앨런이 우디 앨런 해놨다.
편지의 겉모습은 일견 정중해 보인다.
음식이 나왔다, 사람들이 있었다, 대단한 사람들이 많았다, 그 집은 특이했다—
하지만 그 모든 서술은 말끝마다 은근슬쩍 꼬집어서 비꼬아 놨다.
“음식이 잘 차려졌네—드라큘라 성의 흡혈귀들이 시중을 든 덕분에 말이지.”
“저택은 크다. 혼자 살아서 그런지, 축축한 흙 속에서 자는 모습이 상상될 정도이긴 해도.”
“순이가 음식 순서를 가르쳐줘야 했네. 메인이 먼저 나오면 안 되잖아, 너도 그 쯤은 알지?”
“꽃 좀 올려놓으라고 몇 번을 말했는지. 그제야 꽃 갖다놨더라?”
우디 앨런은 이 편지를 쓰면서 앱스타인을 한 번도 직접 공격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 누구보다도 철저하게 깎아내린다.
이건 그냥 불쾌하다는 감정의 표현이 아니다. ‘예의’를 쥔 손으로, ‘적의와 냉소’를 꾹 꾹 눌러썼다. 뒷 장에 자국이 깊게 날 만큼
파티에 몇 번 불려가서 뭐 좀 먹고 왔으니, 가정교육이 시키는 본능대로 뭔가 편지를 쓰기는 써야겠는데, 엡스타인 이 녀석은 당최 마음에 드는 구석이라고는 1도 없어서 심통만 잔뜩 났고, 그렇다고 안 쓰고 넘어가자니 우리 순이 바가지에 내가 못살겠고, 에라, 이거나 받아라 하고 타자기를 타타타타타타타 두들겨 욕인데욕같지않으면서도욕을욕아니게뱅뱅둘러엡스타인용용죽겠지흥칫뿡 한게 아닐까 기왕 장난 좀 치는 김에, [너 임마, 잘난척 하고 살아도, 너같은 녀석 속은 내가 애저녁에 싹 꿰뚫어 봤어. 맘에 안들어]를 듬뿍 양념쳐서 넣은 것 같기도 하다.
명색이 영화감독인데, 이런 기회를 놓칠 수 없지, 이 순간을 기록해주마 엡스타인 이 녀석아. 같아 보이기도 한다.
이상하고 흥미로운데, 딱히 알고싶지는 않은, 뉴욕 사교계의 민낯을 살짝 구경한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