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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나드론스타팅 Nov 15. 2016

스네일(SNAIL), 매빅에 가려진 DJI의 야심

DJI, 레이싱드론 세계로의 진격


2016년도 수많은 드론이 소개되고 출시되었지만 아무래도 최고의 이슈는 DJI매빅(MAVIC)이 아닐까요? 기존 DJI 답지 않은 디자인과 놀라운 휴대성, 작지만 강하다는 구태의연한 표현이 어찌된 일인지 딱 맞는 드론이 출시되고 말았습니다. 주변에서도 주문해 놓고 택배아저씨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 속속 발견되고 있습니다.


* DJI의 매빅 프로(Mavic Pro)는 어떤 제품일까요?


그런데 매빅 출시와 동시에 DJI에서 묘한 제품을 출시했습니다.


촬영 드론의 선두인 DJI에서 레이싱 드론을,
그것도 완제품이 아닌 레이싱 드론 부품을 출시한 것입니다. 


제품명은 DJI의 유머감각을 한껏 살린 스네일(SNAIL, 달팽이)입니다.


* 촬영용 드론과 레이싱 드론의 차이에 대해 알아볼까요?

얼마 전까지 홈페이지에 영문뿐이었는데 지금은 한글설명을 볼 수 있습니다. 사진=http://www.dji.com/kr/snail


스네일 제품에 대한 정보는 아직 DJI 메인 페이지서도 링크를 찾아볼 수 없습니다. '찾아보기'를 통해 'SNAIL'을 검색하고서야 확인할 수 있는데 공식적인 제품 홍보도 아직 없는 것을 보면 조심스럽게 레이싱 드론 시장에 진입하는 듯한 인상을 줍니다. 이 스네일 제품은 크게 프로펠러, 모터, 변속기 3개의 부품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 레이싱 드론 핵심 부품의 최근 트렌드를 먼저 알아볼까요?

SNAIL 레이싱 추진 시스템 구성. 사진=http://www.dji.com/kr/search?q=Snail 이미지를 수정함


스네일 프로펠러


프로펠러의 성능을 평가하려면 모터에 연결하여 프로펠러가 얼마나 큰 무게를 들어 올릴 수 있는지 평가합니다. 그런데 스네일은 그런 평가 방법이 옳은지 의문을 던집니다. 레이싱 드론의 프로펠러는 가만히 있는 무거운 물건을 드는 것이 아니라 빠른 속도로 전진하는 조건에서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지를 평가해야 한다고 말입니다. 그래서 스네일의 프로펠러 성능은 바람이 부는 상태를 재현하는 풍동 시험 장치에서 평가 되었습니다.


스네일 프로펠러의 성능. 사진=http://www.dji.com/kr/snail


이해하기 어렵게 그려진 스네일 5048S의 표를 보면 같은 양의 힘을 내는데 더 작은 전력(13%)이 필요하고 같은 양의 전력에서 더 큰 힘(20%)을 발휘한다고 합니다. 조건에 따라 다르겠지만 가속력은 향상되고, 기존에는 10분을 비행한다면 이 프로펠러 교체만으로 3분을 더 비행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프로펠러 스펙. 사진=http://www.dji.com/kr/snail/info#specs


스네일 프로펠러의 크기는 레이싱 드론에 가장 많이 사용하는 5인치와 6인치 그보다 큰 기체를 위한 7인치 프로펠러가 있습니다. 그런데 스네일 프로펠러의 특이한 점은 피치입니다. 피치란 프로펠러가 한 바퀴 회전하면 전진할 수 있는 거리를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레이싱 드론에 많이 사용하는 5045 프로펠러5인치 크기의 프로펠러가 한 바퀴를 돌면 4.5인치를 전진할 수 있다는 의미 입니다. 하지만 스네일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피치가 아닌 2.4, 2.7, 3.0, 4.8을 사용합니다. 이것은 모터와 궁합을 고려한 최적의 성능을 만들기 위해서 인가 추측해 봅니다.



스네일 ESC (Electronic Speed Controls, 변속기)


'ESC'는 모터의 속도를 조종하는 장치입니다. 이 ESC가 얼마나 빠르게 반응하는지에 따라 조종사의 조종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레이싱 드론에서 중요한 부품입니다.


스네일 ESC 반응 속도. 사진=http://www.dji.com/kr/snail


스네일 'ESC'는 Loop 반응 시간이라는 독특한 기준으로 성능을 설명하는데 스로틀을 갑자기 올렸다가 다시 내리는데 총 시간으로 비교 했습니다. ESC의 반응 속도는 어떤 소프트웨어로 제어하는지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어떤 ESC와 비교했는지 자세한 설명이 없어 좀 아쉽네요.


변속기 스펙. 사진=http://www.dji.com/kr/snail/info#specs


모터의 속도는 배터리 전압이 클수록 빨라지기 때문에 높은 의 배터리를 사용할수록 더 빠르게 비행할 수 있습니다. 스네일 ESC는 현재 레이싱 드론의 표준인 4 배터리까지 지원을 합니다. 5 배터리를 지원하는 ESC가 많아지고 있는데 비하면 약간 아쉽습니다.


* 배터리의 스펙에 대해서 알아볼까요?


인상적인 스펙은 30A 입니다. 단위 A(Ampere, 전류의 단위)는 전기가 흐르는 양을 표현합니다. 물레방아를 돌리는 물과 비교하면 물의 양의 많을수록 큰 물레방아를 돌릴 수 있는 것과 같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러니까 A 값이 클수록 더 큰 모터를 돌릴 수가 있다는 의미죠. 가전제품은 보통 최대 15A의 전류에서 동작하도록 만들어지고 레이싱 드론은 최근까지도 20A 전후에 전류로 비행을 했지만 30A까지 사용하는 ESC가 대중화 된 것은 불과 몇 주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스네일 ESC가 30A 입니다.


게다가 스네일 ESC는 32비트의 100MHz의 처리 속도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이것은 일반 ESC의 48MHz 보다 뛰어납니다. 하지만 OneShot125 통신방법으로 ESC 성능을 모두 끌어 낼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Oneshot125는 FC와 ESC간의 정보 전달 방식인데 이것보다 빠른 OneShot42나 Multishot 같은 방식은 아직 지원 되지 않는 듯합니다. 어느 현자가 스네일 ESC 용으로 만들어 주시지 않을까요? 레이싱 드론에서 이런 현자의 등장은 자주 있는 일이거든요.



스네일 모터


스네일 모터의 사양은 2305-2400kV 입니다. 앞에 2305는 모터 내부 전자석의 크기를, 2400kV는 1V(볼트)당 회전수를 의미합니다.


모터 구조. 사진=http://www.dji.com/kr/snail


모터 전자석의 크기는 대중적인 레이싱 드론 모터와 비슷한 크기라 힘은 비슷하겠지만 회전 속도는 최근 많이 사용하는 추세인 2600kV보다 다소 낮은 편입니다. 아마 스네일 프로펠러와 궁합을 맞춰 설계된 것 같습니다. 스네일 모터가 가장 자신 있게 주장하는 것은 무게입니다. 레이싱 드론에서 가장 무게가 많이 나가는 부품이 모터이기 때문입니다. 스네일 모터는 27.8g (0.8g 까지 자신 있게 이야기 하는 것을 보면 0.1g을 줄이기 위해 썩 고생을 한 듯합니다.) 비슷한 사양의 모터(RCX 2206-2400kV)가 40g 이니까 12.2g이나 차이가 납니다.


레이싱 드론은 4개의 모터가 필요하니까 같은 성능의 레이싱 드론을 만들면 기존보다 48.8g이나 가볍게 만들 수 있습니다. 내 몸무게는 못 줄여도 레이싱 드론은 1g이라도 더 줄이려고 고민하는 마당에 48.8g 이라니!!! 여기서 잠깐 지갑이 열립니다. 하지만 비슷한 사양에 30g 무게를 가진 모터도 있으니 잠시 참아보기로 합시다.



DJI 스네일, 지갑을 열어도 될까요?


길고 재미없는 스펙이야기는 그만 두고, 스네일 과연 구매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 고민해 볼까요? 물론 실제로 자신의 레이싱 드론에 달고 스로틀 레버를 끝까지 올려봐야 판단할 수 있겠지만 지금은 소개된 내용으로 짐작해 봅시다.


- 사양은 좋은 듯 비슷한 듯 좋은 사양입니다. 프로펠러는 비슷한 무게에 기존에 없던 스펙이라 판단하기 어렵고, ESC는 최고 수준인 30A인데 모터는 조금 아쉽습니다.


- 스네일은 독특한 프로펠러 고정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밀어 넣기만 하면 고정되는 구조인데 사용해 보신 분들의 증언을 빌면 정말 편하다고 합니다. 그럼 스네일을 쓰면 내가 가진 다른 프로펠러는 못쓰고 DJI의 노예가 되어야 하나 걱정스러우신 분을 위해 일반 프로펠러를 고정할 수 있는 아답터도 있습니다.

이 아답터를 이용한 다른 프로펠러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사진=http://store.dji.com/product/snail-propeller-adapter-1-pair


- 스네일은 3D 비행을 지원합니다. RC 헬기의 꽃은 3D 비행 (상하를 뒤집어서 비행하는 기술) 이지만 레이싱 드론의 아크로바틱 비행에서 3D 비행은 아직 미지의 영역입니다. 프로펠러를 순간적으로 반대로 회전시키는 이 기술은 최근 조금씩 소개되고 있어 한번 도전해 보고 싶지만 시도하기 위한 적당한 사양의 ESC와 상하 대칭 구조를 가진 3D 전용 프로펠러는 그리 흔한 물건이 아닙니다. 그런데 DJI가 스네일로 3D 비행에 도전하는 게 어떠냐고 옆구리를 찌르고 있습니다.


스네일 ESC 전용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면 3D 비행을 할 수 있습니다. 사진=http://www.dji.com/kr/snail


- 가격입니다. 모터와 ESC 각 4개 세트가 116,000원!!! 영문 사이트에는 USD 89.0 인데 환율을 생각하면 조금 더 비싼 듯 하지만 우리에게는 116,000원 입니다. 여기서 아까 반쯤 열린 지갑에서 이번 달 벌써 명을 다한 카드가 다시 부활을 꿈꿉니다.


고급스런 부품으로 비슷한 사양 :

Lumenier RX2206-2350kV 모터 4개 - 128,000원 + Kiss 30A ESC 4개 - 140,000원

합계 268,000원


가성비 추천 부품으로 비슷한 사양 :

GARTT 2206-2400kV 모터 4개 - 60,000원 + Littlebee 30A ESC 4개 - 71,200원

합계 131,200원



DJI를 이겨보려고 몇 시간이나 쇼핑몰을 검색하였지만 졌습니다. 무릎을 꿇고 일단 장바구니에 넣어 봅니다.



스네일, 진격의 DJI


DJI가 용인에 DJI 아레나라는 실내 드론 비행장을 열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촬영 드론의 대왕마마 DJI가 왜 레이싱 드론 경기장 같은 것을 꾸몄을까 의아했습니다. 높이 날아오르는 게 매력인 팬텀에게 DJI 아레나는 마치 야생 매에게 시치미를 달아 길들이는 느낌까지 들었습니다.


* 용인 DJI 아레나는 어떤 곳?



하지만 곧이어 DJI에서도 레이싱 드론 시장 진출설이 '카더라 뉴스'처럼 소곤소곤 들리곤 해서 언젠간 DJI 레이싱 드론을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DJI는 화제의 매빅과 함께 스네일이라는 아주 독특한 제품을 출시한 것입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스네일은 기존 레이싱 시장에 크게 이질적이지 않으면서도 독특한 성능 평가 기준과 차별화된 프로펠러 고정 구조 등, DJI만의 색깔을 강하게 가지고 있습니다.


DJI가 레이싱 드론 시장에 완제품으로 접근하지 않고 부품으로만 접근을 시작한 것을 보더라도 레이싱 드론 시장을 오랫동안 지켜보고 있었던 듯합니다.


게다가 이 프로펠러, 모터, ESC가 레이싱 드론에서 가장 가격이 비싸고
가장 쉽게 망가지고 가장 자주 교환하는 핵심 부품입니다.

 

이것을 선물 세트로 묶어서 다른 업체는 쉽게 따라가기 어려운 가격으로 도전한 것입니다.




DJI의 레이싱 드론 시장 진입에 대한 여러 가지 기대와 우려가 들려옵니다. 국내외 레이싱 드론 커뮤니티의 목소리를 종합해 보았습니다.


- 이렇게 저렴한 가격이라니 성능만 좋다면 나는 대환영이다.

- 대기업의 시장 진입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결국 기술과 자본력으로 다양성을 중시하는 레이싱 드론을 고사시키고 말 것이다.

- 여기는 레이싱 드론이다. 너무 빠르게 변하는 이 시장에서 DJI 같은 공룡 기업이 다른 기업들처럼 빠르게 대응할 수 있을까? 내가 보기에는 DJI라는 또 하나의 레이싱 드론 업체가 생긴 것뿐이다. 환영한다.

- DJI는 조만간 레이싱 드론용 FPV 고화질 영상 기기를 만들고 그것을 표준화할 거다. 그럼 그 다음엔 어떤 표준으로 우리를 규제하겠는가.

- 안 그래도 부품들이 서로 맞는지 고민이 필요한데 세트로 파는 거니 이젠 고민 안 해도 되겠군. DJI하는 거니까 믿을 만 할 거야.

- 레이싱 드론은 직접 고르고 만드는데 즐거움이 있는데 DJI가 그것을 빼앗아 가려고 하는 구나.

- 아 몰라. 싸다! 산다!


DJI도 레이싱 드론 시장으로 진격을 시작했습니다. SNAIL은 상당히 오랫동안 레이싱 드론 시장을 관찰하고 준비한 제품 같습니다. DJI의 참전이 레이싱 드론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아무도 속단할 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 확실한 것은 우리에게 하늘을 즐길 수 있는 새로운 장난감이 주어졌다는 것입니다. 이제 풍선을 선물 받은 어린아이처럼 들판을 달리며 즐기기만 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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