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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나드론스타팅 Feb 01. 2018

이미 실현된 드론 배송, 집라인 (Zipline)

생명의 가치를 생각하는 드론 배송, 집라인

무조건 주목받는 뉴스가 있습니다. 좋아하는 연예인의 스캔들 기사가 그렇지만

              

드론의 세계에선 드론으로 배송에 성공했다는 기사입니다. 사진=news.kbs.co.kr

       

드론이 처음 우리 곁에 가까이 다가 왔을 때, 이 재미나 보이기만 했던 장난감도 어른들에게는 고민의 씨앗을 한 아름 남겼습니다.


아무리 신기해도 써먹을 데가 없으면 천대하는 어른들의 사정은 이 하늘을 나는 새로운 기술도 장난감으로 치부해 버릴 테니까요.


그래서 아마존에서 드론을 활용한 배송을 화두로 던졌을 때 모두들 열광했습니다.


하지만 재미있는 상상을 돈 될 만한 것으로 잘도 바꾸는 구글도 드론 배송 프로젝트에 손을 떼 버렸고. 사진=www.airnest.com

      

유명한 택배 회사들도 가능성만 논할 뿐 실용화까지는 아직 먼 미래의 이야기로 둘러말하고 있고. 사진=www.dailymail.co.uk

            

드론 배송의 선두 주자 아마존도 기술 문제보다는 이런 저런 법률문제에 창의력이 묶여 버렸습니다. 사진=www.amazon.com

       

드론 배송의 꿈은 이렇게 완전히 좌절된 것만은 아닙니다.

     

드론 배송의 아이디어는 택배를 넘어 물건을 이동하는 초대형 네트워크, 드론 인프라를 꿈꾸기도 했으니까요.

        

그러나 지금 우리 곁에는 전쟁이나 산업과 연구의 도구로써, 그렇지 않으면 레저를 위한 드론만 하늘을 날 뿐 처음에 던져진 화두, 물건을 나르는 드론은 좀처럼 볼 수 없습니다.

      

드론스타팅이 소개한 아프리카의 혈액을 배달하는 드론 이야기를 접하기 전에는 말이죠.

       

너무 먼 아프리카의 이야기라 '아 드론을 그런데도 사용할 수 있겠군' 이라고만 스쳐 읽었습니다.


그런데 가만 보면 이 혈액 배송 드론은 상용화에 처음 성공한 배송 드론입니다.


그것도 드론 산업의 중추인 중국도, 첨단 스타트업이 모여 있는 미국도, 멋진 드론의 나라 프랑스도 아닌 아프리카에서 말입니다.

    

      


         

왜 우리는 드론 배송에 열광하는가

      

드론의 쓸모는 그 끝을 알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특히 드론을 이용한 배송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조금 더 심오한 데 있습니다.


산업은 물건의 흐름, 물류에서 시작됩니다. 물건이 어디서 만들어 지고 어디로 흘러가는지 거기에 사람들의 삶이 이야기가 되고 그 이야기 속에서 돈이 오갑니다.


이 이야기는 시장에서 그리고 상점으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이런 상점을 한 자리에 모은 백화점(Department Store)이 탄생합니다.


백화점은 그 이름에서 볼 수 있듯, 개별 상점의 모임에서 유래했습니다. 그리고 백화점의 탄생은 물류에 전혀 새로운 시작이기도 합니다.


여러 가지 상점이 한 군데 모여 있기 때문에 그곳에서는 구하지 못할 물건이 없기 때문입니다.


1838년에 문을 연 최초의 백화점, 봉마르세(Bon Marche). 지금 봐도 멋집니다. 사진=en.wikipedia.org

        

백화점은 누구든 쉽게 갈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어떤 백화점이든 역을 중심으로 생겨나게 됩니다.


우리나라의 모든 백화점이 역을 그리고 역이 없다면 지하철을 중심으로 생겨난 이유가 거기 있습니다.


기차 타고 가서 물건을 사오는 거죠. 그런데 헨리 포드가 자동차의 대중화를 성공시키면서 색다른 상점이 탄생합니다. 바로 마트입니다.


그래서 마트는 자신보다 더 거대한 주차장을 필수로 가지게 됩니다. 사진=commons.wikimedia.org

      

자동차로 이동하는 사람들은 더 부피가 큰 물건을 구매할 수 있습니다.그러니 작은 물건이라도 묶음으로 만들면 더 많이 팔 수 있습니다.


할인은 상술입니다. 산거 다 못 먹거든요. 그래도 마트는 사람의 욕심에 불을 지피게 되죠. 쿠폰도 있으니까요.

        

그러다가 인터넷이 태어나고 인터넷을 통한 거래가 시작됩니다. 아마존은 지금도 인터넷 쇼핑의 상징인 곳입니다. 사진=www.flickr.com

        

하지만 구매의 욕구를 안고 거리로 나온 자동차를 소화하기에 우리의 도로는 한계에 달합니다.


그리고 인터넷이라는 전 세계와 연결된 새로운 창을 얻은 우리는 무언가를 사러 나가는 일조차 귀찮아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소박하게 책을 팔면서 시작한 인터넷 쇼핑몰 아마존은 월마트 보다 더 거대한 회사가 되었고 택배 회사도 함께 성장합니다.


또 다른 모양의 물류가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인터넷 쇼핑은 나름의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백화점과 마트는 물건 값을 지불하는 순간 소유권이 생기지만, 인터넷 쇼핑은 그렇지 않거든요.


운송비의 부담을 훌훌 날려버린 중국의 대형 인터넷 쇼핑몰은 주문하고 잊지 않으면 정신건강에 해를 끼치기 까지 합니다. 사진=www.banggood.com

      

다음 세대의 물류를 고민해야 했습니다. 인터넷 쇼핑의 선두인 아마존도 이 고민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그 해답을 드론에서 찾아냈죠.

       

      


       

가장 소중한 것을 배송하는 드론


하지만 드론 배송은 모두가 알고 있듯 금방 만나기 어려울 걸로 보입니다.


드론은 비행시간에 한계를 가지고 있고, 제법 시끄럽고, 복잡한 건물 숲을 잘 피해 날 수도 없습니다.


마당이 없는 우리의 아파트에 접근은 더 어렵습니다. 이런 저런 이유로 배송지를 향한 드론이 돌아오지 못한다면, ‘내가 드론을 주문했었군’ 하고 들고 가버릴지도 모릅니다.

        

항상 추락의 위험을 가진 드론에게 값비싼 물건을 맡기기도 두렵습니다. 사진=trackimo.com

        

그보다 하늘은 국가라는 이름 아래 독점되었습니다. 공역이란 명절에 연이나 놀이공원의 풍선에게만 선심을 쓰는 정도로 생각보다 각박한 곳입니다.


뜬금없이 요란한 드론이 돌아다닌다면 기분이 좋을 공권력은 없죠. 이렇게 드론 배송의 길은 수많은 자물쇠로 잠긴 문들에 막혀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많은 자물쇠가 큰 문제가 되지 않는 곳이 있다면 드론 배송은 당장이라도 가능합니다. 사진=www.flyzipline.com

          

집라인 (Zipline)은 그렇게 탄생합니다. 2014년에 스타트업으로 탄생한 집라인은 긴급 의약품과 혈액을 고정익 드론으로 운반합니다.


이것은 미국도 유럽도 드론 강국 중국도 아닌 아프리카 르완다에서 시작된 일입니다.


도로 시설이 열악한 아프리카는 매터넷의 선택처럼 드론이 효과적인 운송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런 르완다에서 드론은 무엇을 운반하면 좋을까요?


인터넷 쇼핑으로 주문한 신상을 받는다면 무척이나 즐거운 일일 테지만, 집라인의 켈러 리나우도 (Keller Rinaido)는 꼭 필요한 시간에 절대로 없어서는 안 될 것이 무엇인지 고민했습니다.


그렇게 찾아낸 정답은 의료용 혈액이었습니다.

          

집라인으로 배송을 준비하는 혈액. 사진=youtube.com

         

르완다는 6~8만 개의 의료용 혈액을 비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혈액은 오래 보관하기 어렵고 얼마나 필요할지 알기 어려운 까다로운 배송물이죠.


이것을 필요한 병원에 바로 보낼 수 있다면 세상에서 가장 멋진 배송이 될 것입니다. 그것도 첨단의 상징인 드론으로 말이죠.

     

        


         

드론 배송에 최첨단은 필요 없다


르완다에서는 앞에서 지리하게 나열한 드론 배송의 장벽도 없지만, 드론하면 떠오르는 최첨단 기술도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드론스타팅과 함께 살펴본 드론의 원리는 그렇게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우선 장거리 비행에 적합한 비행기를 닮은 고정익 드론으로 접근해 봅시다.


긴급히 혈액이 필요한 의사는 집라인에게 카카오톡 같은 메신저로 문자를 보냅니다.


실제 집라인은 왓스앱(WhatsApp)으로 주문을 받습니다. 사진=www.flyzipline.com

        

주문을 확인한 집라인은 보관된 혈액을 꺼내 스캔을 합니다. 어떤 혈액이 어디로 이동하는지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는 종이 낙하산이 달려있는 상자에 담아 드론 ‘집’에 탑재합니다. 사진=youtube.com

        

집라인의 드론 '집(Zip)'은 제로백이 0.5초 밖에 되지 않습니다. 고성능 드론이 아니냐구요?

         

새총을 연상케 하는 이 발사 장치는 이미 오래 전 군용 드론이 사용하던 기술입니다. 사진=youtube.com

         

그리고 배송지점에 가까이 가면 고도를 9m를 유지하면서 혈액이 담긴 상자를 떨어뜨립니다. 사진=youtube.com

         

이 드론 배송에 필요한 특수 장비는 2개의 모터를 가진 고정익 드론과 방향조종을 위한 서보 모터, GPS 센서 그리고 고도 센서입니다.


이 장비들은 이미 대부분의 드론이 기본으로 가지고 있는 것들이죠.

       

모든 배송 과정은 집라인 회사에서 아이패드를 사용해 모니터링합니다. 사진=youtube.com

               

군더더기를 뺀 집라인이지만 최첨단 기술이 동원되었을 거라 의심 가는 부분이 있습니다.


GPS의 도움을 받아 비행한다고 하더라도 어떻게 드론의 위치를 확인하고 서로 통신할 수 있을까요?


집라인은 여기에도 전혀 특별하지 않은 방법을 사용합니다. 드론 '집'은 스마트폰처럼 유심칩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아프리카 전역에 퍼져 있는 기지국을 통해 언제든 위치를 알 수 있습니다. 게다가 수십 킬로미터까지 배달 간 드론과 통신이 가능합니다.


5G나 LTE 같은 기술까지 가지 않아도 됩니다. 실제로 집라인은 더 저렴한 통신을 위해서 패밀리 요금제를 사용한다고 하네요.


배달하고 돌아온 드론은 어떻게 착륙할까요? 이 과정은 항공모함의 전투기 착륙과 비슷합니다.

        

전선에 걸린 드론은 추력을 잃고 풍선 위에 안착합니다. 사진=youtube.com

         

이렇게 집라인은 르완다 전체에 20%가 넘는 혈액을 정확한 시간에 공급합니다. 덕분에 르완다에서는 버려지는 혈액이 없습니다.

      

      


      

미래는 최첨단 기술로 만나지 않는다


아프리카는 지역을 연결하는 도로도 경제를 순환할 금융 시설과 제도도 아직 완벽하게 갖추고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무선통신을 위한 네트워크는 다른 인프라 보다 빠르게 발전했습니다. 우리의 무선통신이 그렇게 빨리 성장했던 것처럼 말이죠.


우리가 가장 먼저 떠올리는 인프라, 도로와 금융은 우리의 선입견인지도 모릅니다.


최근 우리가 편리하게 쓰기 시작한 카카오페이나 토스(Toss)를 핀테크(Fintech)라고 부릅니다.


그 편리함에 우리는 파이넨스(Finance)와 테크(Technology) 같은 멋진 단어를 합성해서 핀테크라고 까지 부릅니다.


하지만 아프리카에는 이미 수년 전부터 문자기반의 금융 거래가 대중화 되었습니다. 거기에는 핀테크 같은 멋진 단어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아프리카의 문자 기반 금융 서비스인 엠페사(M-Pesa)는 연간 케냐 GDP 44%가 넘는 금액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사진=www.the-star.co.ke

      

필요한 만큼의 적은 자금과 기술만으로 운영하는 집라인은 EM 슈마허의 고전 '작은 것이 아름답다'에서 주장한 '중간 기술 (intermediate technology)'과 그 맥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첨단 기술과 자금 축적(super technology)이 우리가 상상하는 미래에 더 가깝게 인도할지 모릅니다.


최고가 아닌 최적의 기술, 즉 중간 기술이 이끄는 미래는 첨단의 미래와는 다소 거리를 가질지 모릅니다.


갓 출시된 최신 스마트폰이 작년의 스마트 폰보다 화려한 그래픽의 게임을 즐기기엔 더 멋지고, 새로운 기능이 탑재된 고가의 드론이 훨씬 멋진 비행을 보여주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입니다.


기술의 미래는 사람에 있어야 합니다. 사진=youtube.com

        

하지만 제왕절개 수술로 급한 혈액이 필요한 산모와 아이에게 집라인이 보여주는 미래는 첨단의 미래보다 행복할 수 있습니다.


집라인이 첨단의 미래를 달리고 있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행복한 미래는 여기 있을지 모릅니다.


그 미래는 드론이 가져다 준 혈액으로 새로운 삶을 얻은 산모와 아이의 미소에서 찾아 볼 수 있습니다.

      

       


WRITER 민연기/드론스타팅 필진

하늘을 나는 물건을 하나씩 공부하고 있는 엔지니어입니다.

http://blog.naver.com/smoke2000



초보자를 위한 드론 전문 웹진, 아나드론스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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