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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나드론스타팅 Aug 16. 2018

드론, 부산항의 경쟁을 거들고 나서다

드론, 부산항의 변신을 선도하다

,사진_아나드론

ANA DRONE, JUL 2018

  

   

로도스의 관세와 21세기 바다


로도스(Rhodes)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 전부터 사람이 살아왔던 도시 가운데 하나다. 지중해 동부 해역, 그리스와 터키 사이의 에게해(Aegean Sea)를 지켜온 섬 이름이기도 하다. 일찍부터 그리스 식민지였으나 헬레니즘시대에 지중해 무역에서 중요한 거점 역할을 자임해왔다.


마케도니아 전쟁이 일어났을 때 로도스는 마케도니아 왕국을 지원해 패전국이 되고 말았다. 전쟁에서 승리한 로마는 로도스의 중계무역 주도권을 빼앗았다. 지중해 지역 패권은 로마에게 넘어갔고, 로도스 섬으로 향하던 상인들은 발길을 끊었다. 새로운 무관세 자유항이 설치된 델로스로 걸음을 옮긴 것이다.

   

사진=www.elgrancapitan.org

    

그 결과 관세 수입 가운데 85%가 줄어든 로도스는 재정 위기에 빠졌다. 해상 경찰을 유지할 수 없게 되자 결국 멸망하고 말았다.


굳이 비교하자면 로도스는 제주도 면적의 2/3 가량에 불과하지만, 이 섬은 지중해 패권을 가른 서양사의 일부로 기록되는 한편 관세 수입의 향방이 한 나라의 흥망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적시한다. 그 후로 오랜 세월 줄기차게 국경관세(國境關稅)의 중요성에 눈뜨게 만든 역사적인 사례로도 널리 읽히고 있다.

     

사진=www.weg.de

    

국경관세, 줄여 말하면 국경세(border tax)는 국내에서 과세되는 조세 즉 국내세에 대립하는 세금이다. 그 대표적인 이름이 관세이다. 세를 부과할 물건이 정치적, 경제적 국경을 통과할 때 과세되는 조세를 말한다. 이 세금을 피하려는 불법적인 행위에는 ‘밀수’라는 이름이 붙는다.


바다에서 일어나는 불법은 21세기 이르러 달라졌을까? 아니, 여전하다. 자연체로서 바다의 모습은 역사의 기원전과 후를 가리지 않지만, 바다에서 밀수를 감시하는 일꾼 가운데 하나로 드론이 나타났다는 사실은 이제 21세기 바다를 표징하는 새로운 현상에 가깝다. 무엇인가 달라지고 있다.

   

    


       

부산 바다가 앓는 밀수 전쟁


부산을 중심으로 한 경남 해안 지역에서는 예전부터 밀수가 성행했다. 거제도 장승포항은 조선소가 들어서기 전까지 작은 어촌 마을이었다. 맑은 날에는 대마도가 보일 정도로 일본과 가까운 곳으로 1960년대 대마도 이즈하라 항에 기지를 둔 이른바 ‘특공대 밀수’와 함께 1980년대까지 활어수출선 등을 이용한 남해안 일대 해상 밀수가 그치지 않았다.


1966년 들어 장승포항에서 뱃길로 30분 정도 떨어진 지심도(경남 거제시 일운면 지세포리)에 세관초소가 세워졌다. 한국전쟁 이후 사회가 혼란한 틈을 타 조직적으로 성행한 해상 밀수를 근절하기 위해서였다. 원시 동백림이 울창해 ‘동백섬’으로도 부르는 지심도에 가면 1986년까지 유지되던 옛 세관 감시 초소가 아직 남아 있다.


밀수는 주로 경제 국경의 일선에서 항로를 이탈해 금괴, 녹용, 시계, 전자제품 등 밀수품을 싣고 와 다른 선박에 옮겨 싣거나, 무인도 등에 양륙하는 방법으로 진행됐다. 밀수 수법으로 흔히, 입항 전에 바다에 부표를 띄우고 그 아래 밀수품을 숨겨놓는 방식이 사용됐다.


이와 달리 무인도에 밀수품을 숨겨두고 입항했다가 나중에 다시 가져오는 수법을 쓰기도 했다. 이런 경우에는 전적으로 사전 정보를 포착해 적발할 수밖에 없었다.


또 다른 밀수 방법도 있었다. 사전에 모의한 후 밤에 입항해 작은 배로 밀수품을 옮겨놓는 수법이었다.

       

   

요즘처럼 쉽사리 연락할 방법이 마땅찮은 시절이라 검거에 실패하는 일도 잦았다. 그 후 장승포세관(지금의 경남남부세관)은 일본을 오가는 이들 밀수선을 잡기 위해 지심도와 매물도에 감시 초소와 감시서(署)를 운영했다.


이곳에서 밀수선을 감시하고 장승포로 들어오는 배를 인도해 통관했다. 세관 초소에는 과학적이고 입체적인 전천후 해상 감시를 위해 최신 레이더 기지를 설치했다. 망원경과 레이더를 이용한 24시간 밀수 감시 체제를 갖춘 것이다. 의심스러운 선박이 나타나면 감시선에 전파해 기동성 있게 밀수조직을 검거했다.

  

사진=www.kcg.go.kr

    

일제강점기에 주민을 강제 이주시킨 후 중·일전쟁 등 전쟁 요충지로 이용된 지심도에는 옛 세관초소 외에도 당시 포진지와 방공호, 요새 등 여러 옛 흔적이 그대로 남아 역사를 증언하고 있다. 세월이 흐르고 시대가 바뀌었지만 관세국경에서 일어나는 밀수와의 전쟁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부산포에서 동북아 허브항만으로


오늘날 우리나라 국경관세를 대표하는 항만이 바로 부산항이다. 1876년 ‘부산포’로 문을 연 부산은 오늘날에는 명실상부한 우리나라 제1의 항만으로 자랐다. 전 세계 100개국 500개 항만과 그물망처럼 연결된 글로벌 물류 중심항으로 그 이름값을 더하기에 유감이 없다.


우선 유럽과 미주를 잇는 대권항로상에 위치해 있으며, 한파와 같은 악천후로 항만 운영이 중단되는 일이 거의 없다. 2017년 12월에 2000만TEU를 돌파한, 1만 8000TEU급 이상의 선박도 수용할 수 있는 평균 17m 이상의 대수심을 갖추고 있다.


그 뿐이 아니다. 최첨단 하역 장비, 우수한 항만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세계 6위 컨테이너 항만이자 세계 3위의 환적화물 처리항만으로 손색이 없는 항만이 부산 바다를 지키고 있는 것이다.

         

    

부산항은 주로 CCTV, 감시정 등 여러 장비를 사용해 불법물품 반입을 철저하게 감시해왔다. 그럼에도 부두 내 구조물 등으로 이한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는데, 이를 손쉽게 감시하고 나선 주인공이 바로 드론이다.


부산세관은 미래 관세행정을 이끌기 위해 2017년부터 드론동호회 활동을 통해 드론을 실무에 접목, 활용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그동안 드론을 이용해 관세청 개청 기념 체육대회를 실시간 중계했고, 드론 체험장을 운영했다.

     

사진=www.customs.go.kr

         

바다로 수송해야 할 물자, 그리고 자동차·기차·선박 등의 수송 수단이 가장 많이 모이는 항만을 ‘물류중심기지’라고 부른다. 부산항이 이에 해당한다. 부산항은 물자와 선박이 많이 모이는 항구로 싱가포르 항, 홍콩 항, 가오슝 항, 상하이 항, 고베 항 등과 함께 동아시아 지역의 물류 중심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동북아시아 허브항이라는 위상에 걸맞은 천혜의 입지와 함께 북항, 신항, 감천항, 다대포항으로 구성된 각각의 항이 특화된 기능을 수행한 덕분이라 할 수 있다. 이만한 항만을 관리 운영하는 데 필요한 효율성과 전문성을 뒷받침하는 기관이 바로 부산항만공사(BPA)이다.

   

   


        

해양드론과 ‘IoT 기반 사업이 부산을 말하다


드론은 날아다니는 비행체다. 따라서 드론과 이를 응용한 산업화에는 넓고 트인 시험·실증 공간이 필수적이다. 그런 점에서 부산은 국내 드론산업 육성에 최적지로 꼽힌다.


장애물이 없는 부산 해상 환경이야말로 드론 테스트와 응용 서비스 실증에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에도 도쿄만에 접한 치바시를 국가 드론산업 전략특구로 지정하고 이를 거점으로 해상 항로를 이용한 약품 등 드론택배를 추진하고 있다.


또한 드론은 로봇처럼 정보기술(IT)과 기계, 항공, 부품소재 등 다양한 업종 간 연계와 협력이 필수인 첨단 융합 분야에 속한다. 따라서 그동안 부산 지역을 대표하는 산업이 기계, 항공, 조선, 자동차를 뒷받침하는 부품소재 중심으로 발전해오면서, 부산대 등 지역 최대 교육 인프라에 기반해 다양한 공학분야 인력을 배출하고 있다는 사실은 앞으로 부산시가 육성할 드론산업에 큰 힘이 되고 있다.


특히 ‘해양드론’은 드론산업 특성에 부산만의 강점을 결합한 부산시 특화 드론 산업 육성 전략이다. 부산시는 해양드론을 개발하고 이를 해양안전, 물류수송, 환경감시 등에 적용해 해양드론 기반 도시 관리 체계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인력 양성과 공급, 산업과 업종 간 연계, 시험·인증 공간 확보, 응용 서비스 실증 등 드론 산업 육성 조건에서 부산만한 곳을 찾기 어렵다는 결론이다.

    

사진=imagetiras.pw

    

부산항의 성장에 보조를 맞춘 움직임 가운데 대표성을 지닌 최근의 또 다른 변화는 2017년 4월부터 부산시가 추진한 ‘IoT기반 해양도시관리 실증 클러스터 구축 사업’이다. 이 사업은 드론(무인비행장치)을 활용해 공공서비스 제공의 효율성을 입증하고, 관련기업과 사업화를 연계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정착시키기 위해 진행됐다.


먼저 향후 4년간 200억 원을 투입한 인프라 구축사업으로 ‘무인항공기산업지원센터’를 설치, 해양드론산업 육성 거점으로 활용하도록 했다. 세계적 항만과 해수욕장 등을 갖춘 부산의 지리·환경적 특성과 해양도시의 장점을 살려 ‘해양드론’을 부산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1차년도 사업을 통해서는 부산본부세관, 낙동강관리본부 등 10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예비 실증서비스 및 타당성 입증 자료를 제공함으로써, 공공기관의 드론 활용에 대한 효율성, 경제성, 신뢰성 등을 실증했다. 이 가운데 부산본부세관, 낙동강관리본부, 상수도사업본부 3개 공공기관이 실증 사업을 추진해 드론 활용 공공서비스 레퍼런스를 제공했다.


2018년 1월 ‘IoT실증센터’가 정식으로 출범하고, 1차년도 통합관제실, 실증운용 장비 등 7종 구축을 시작으로 2020년 까지 총 30종 70억원 규모의 무인비행장치 실증 및 성능시험 장비를 구축하게 됐다. 실제로 드론을 활용한 공공업무 예산을 확보하는 일에 부산본부세관은 2018년, 낙동강관리본부는 2019년부터 이 사업의 결과물을 근거로 활용해, 타당성을 인정받기로 했다. 드론을 운용하는 전문 기업에게 실증운용 통합플랫폼을 지원함으로써 다양한 드론 활용 수요에 즉각적으로 대응하고, 나아가 공공기관과 연계한 사업화를 지원하며, 기술지원을 통해 드론 국산화 개발에 힘쓰는 등 서비스업과 제조업이 융합된 신산업 비즈니스모델 창출을 확대하는 것이다.

   

사진=socialcurrent.us

    

특히 공공기관 관계자, 드론산업 유관기관, 전문기업 등 400여 명을 대상으로 무인비행장치 실증 시연회를 개최함으로써 드론의 활용성에 대한 신뢰도를 높였다. 향후 드론산업이 나아가야할 방향성 및 가능성을 입증한 것이다. 관세청 또한 2018년부터 블록체인기술, 지능형 CCTV, 드론 등 4차 산업혁명 기술 적용한 ‘스마트 세관’을 구축하기로 했다.


IoT기반 해양도시관리 실증 클러스터 구축 사업’은 이미 수확한 성과를 발판 삼아 2차년도에 약 56억 원의 사업비를 투입하여 해외실증사업 추진, 드론 성능시험장비 도입, 기술지원 확대 등 본격적인 드론산업 클러스터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2017년 5월에 이미 인도 아메다바드에서 개최된 2017 AfDB 연차총회에 특별사절단(부산시, 부산TP, 부산대)을 파견해 아프리카 지역의 드론 활용 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응했으며, 현재 세부사업 기획을 통해 국내 드론산업의 아프리카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국내 드론산업은 제조보다는 활용에 대한 서비스 분야 시장 확대가 절실하다. 이 사업을 통해 다양한 실증 수요를 만족하고, 공공기관의 드론 활용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결과이다.


우리나라는 해양수산부 산하에 모두 4개의 항만공사를 두고 있다. 2004년 부산항만공사를 시작으로, 인천(2005), 울산(2007), 여수·광양(2011)에 항만공사가 설립됐다.


그 동안 정부기관에 의해 독점 운영되던 항만관리가 중앙정부, 지방자치단체, 항만관계자들이 공동 참여하는 민간경영 방식의 의사결정 시스템으로 바뀌었음을 의미한다. 과거 항만의 역할과 기능이 화물의 통관, 보관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면 이제는 종합물류거점으로 그 역할과 기능을 확대하고 있다.

    

   

드론이 부산항 하늘로 날아올라 부두로 향하고, 정박한 배들을 살피면서 바다 곳곳을 빈틈없이 감시하고 있다. 인근 바다로 이동한 드론은 부산 앞바다를 누빈다. 지능화하는 밀수 등 범죄를 차단하기 위해 드론을 활용한 입체적인 종합감시체계가 구축되기 시작했다.


부산항은 로도스를 되풀이하기 위해 존재하는 항만이 아니다. 드론은 부산 바다의 시공간을 확대할 뿐만 아니라 역사와 인간의 상호 의존성을 우호적으로 증대시키기 위해 부산 바다를 지켜보고 있다. 현재로서는 그렇다.


미래에는 더 많은 드론이 바다를 지켜볼 것인가? 누구도 알 수 없다. 바다, 그리고 항만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대 국제 해운항만의 환경 또한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 정도로 급변하고 있다. 부산항에 나타난 드론은 이제 새로울 뿐만 아니라 치열한 경쟁에 뛰어들 준비를 마쳤다.

   

                        

                    


WRITER 아나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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