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의 독특한 조건들을 만족하는 다양한 재료들
“유레카 (Eureka)”
아르키메데스가 목욕을 하다가 재료마다 부피와 무게는 차이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는 순간 외친 단어 입니다. 유레카는 알아냈다는 뜻이죠.
중량은 무거운지 가벼운지를 표현하는 말입니다. 하지만 가벼운 것도 잔뜩 모아두면 무거워지기 때문에 이게 저거보다 무겁다고 할 때는 좀 더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합니다.
아르키메데스가 나체로 발견한 것이 바로 재료의 무거움과 가벼움을 설명할 방법이었습니다.
모든 물체는 같은 부피에서 서로 다른 무게를 가진다는 거죠. 물에 넣어보면 내가 뭘 물에 넣었는지 알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물을 기준으로 하면 서로의 상대적인 무게를 비교할 수 있게 됩니다. 물을 기준으로 비교하면 비중이 19인 금은 같은 부피의 물보다 19배나 무겁다는 뜻입니다.
가벼워서 모형 비행기 재료로 많이 사용하는 발사 나무의 비중은 0.16으로 대단히 가볍습니다. 물에 넣으면 반드시 동동 떠오르겠죠. 몽둥이로 많이 애용되는 물푸레나무는 0.72로 상당히 묵직합니다.
왜 물푸레 나무 회초리로 맞으면 아팠는지 과학적으로 이해가 가기 시작합니다.
1.7의 비중을 가진 카본은 비중이 7.8인 철보다 4배 이상 가볍습니다. 하지만 대단히 단단해서 드론이 선호하는 재료입니다.
가벼울수록 좋은 드론에게 비중은 드론 재료를 평가하는 첫 번째 기준이 됩니다. 물론 가볍기만 하다고 마냥 좋은 것은 아닙니다.
드론 제어의 적인 진동에도 의연할 만큼 단단하기도 해야 합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재료들이 점점 다양해지는 만큼 땅위가 아닌 하늘을 나는 드론의 독특한 조건들을 만족하는 재료도 다양해 지고 있습니다.
아나드론스타팅에서 나눌 오늘의 이야기는 다양한 재료로 만나는 드론입니다.
카본은 가볍습니다. 하지만 단단합니다. 가장 단단하다는 다이아몬드도 카본으로 이루어졌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단단한 만큼 원하는 모양으로 만들기 어려운 재료이기도 합니다.
드론에 사용하는 카본은 실로 만들어 옷감처럼 짠 다음, 에폭시 접착제로 굳혀 원하는 두께가 될 때까지 차곡차곡 쌓아올려 만듭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카본판을 드론 모양으로 잘라 사용합니다.
유행이 빠른 레이싱 드론에 적합하죠. 하지만 평평한 판을 잘라 만들기 때문에 아무리 예뻐도 종이를 접어 만든 듯 투박합니다.
물론 평평한 곳에 카본 옷감을 쌓아올리는 대신 모양틀 위에 카본 옷감을 올려 만들면 입체적인 카본 드론을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판으로 만드는 드론보다 공정이 복잡해지는 덕분에 저렴한 가격으로는 만나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중국의 최저가를 위한 노력은 무료 배송에 이어 이 가격이면 한번 사볼까 싶은 카본제 드론 프레임을 출시하고 있습니다.
모터 축끼리의 거리가 150mm인 작은 드론을 위한 프레임입니다. 카본으로 만들어진 덮개와 다리가 일체형입니다. 가장 잘 파손되는 다리는 6mm입니다.
몸통은 부서질지언정 다리는 부서지지 않을 듯 합니다. FPV 카메라 역시 프레임 안으로 들어가는데 35도에서 65도까지 조절됩니다.
카메라 각도가 높으면 수평을 유지하기 위해 드론도 그만큼 기울기 때문에 더 빠른 비행을 보입니다. 미코 리노는 달리기 위한 드론입니다.
그러니 카본 바디는 충돌 따윈 신경 쓰지 말라는 듯 합니다.
모터 축끼리 거리가 210mm인 표준 크기의 레이싱 드론입니다. 아이플라이트 비틀은 판재로 만들어진 다른 드론과 다르지 않은 몸체를 가지고 있습니다.
여느 드론처럼 카메라를 포함한 모든 부품을 바닥 몸체에 고정합니다. 하지만 부품을 보호하는 풀 카본 커버가 튼튼함을 높여줍니다.
아이플라이트 비틀은 풀 카본 바디만으로 만족하지 않고 다양한 색상을 준비했습니다. 기본인 검정부터 빨강, 오렌지, 파랑, 녹색, 노란색까지 다양합니다.
예쁜 드론이 더 빨리 나는 법입니다.
FU-RC는 판재와 카본 몸체를 조합한 다른 풀 카본 바디 드론 조차 평범하게 만듭니다.
FU-RC의 드론은 부품을 몸체에 모두 넣는 것 뿐 아니라 비행할 때 다리에서 발생할 공기 저항을 막기 위해 새로 구조(버티컬 암, Vertical Arm)와 내부를 벌집 모양으로 채웠습니다.
가볍고 튼튼한 알루미늄은 이미 항공기에도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2.8의 비중으로 카본보다 무겁지만 플라스틱처럼 틀에 녹여 대량 생산이 가능해서 복잡한 모양을 만들 수 있습니다.
쉽게 벗겨지지 않는 고급진 색을 입힐 수 있다는 점도 외모에 한창 신경 쓰는 우리에게 매력적이죠.
알루미늄은 가볍고 단단해서 이미 드론에서도 카본으로 만들어진 다른 부품을 고정하는데 많이 사용됩니다. 하지만 틀에 녹여 만드는 알루미늄 부품은 충격에 깨지기 쉽습니다.
하지만 메탈스타는 틀에 넣고 만드는 대신 카본 판재를 깎아 만든 다른 드론처럼 알루미늄 판재를 깎아서 만들어 쉽게 깨지지 않습니다.
단단함과 고급진 색이 카본으로 만들어진 평범한 드론보다 중후한 비행을 보여줄 듯 합니다.
깨진 카본과 알루미늄은 어찌 살릴 도리가 없습니다. 구부러지기만 해도 함부로 펼 용기가 나지 않습니다. 똑 하고 부러지기 쉽거든요.
하지만 티타늄은 다릅니다. 구부러질 지언정 깨지지 않습니다. 깨지고 만다는 대쪽 같은 지조는 없어도 쉽게 부서지는 다른 재료보다 충돌 부담이 적습니다. 펴면 되거든요.
드론의 다리는 모터 진동을 견딜 만큼 튼튼해야 합니다. 하지만 견고함을 위해 다리를 굵게 하면 프로펠러가 만드는 바람을 헝클어뜨립니다.
헝클어진 바람은 드론을 요동치게 만드는데 날씬한 티타늄 다리는 어떤 비행에도 깨끗한 선을 그리며 날 수 있습니다.
정말 가볍고 튼튼한 금속은 따로 있습니다. 마그네슘입니다. 마그네슘의 비중은 1.8로 카본(1.7)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주로 알루미늄과 섞어서 사용하는 마그네슘은 가벼운 무게에 비해 단단하기 때문에 랩탑 컴퓨터와 스마트폰에 많이 사용되었습니다.
하지만 가공이 쉽지 않은 탓에 비싼 몸값을 자랑해 드론에서는 쉽게 만날 수 없습니다.
개인이 드론에 부릴 수 있는 사치의 끝판왕인 인스파이어 2 조차도 몸통에만 사용합니다. 하지만 기술 발전은 곧 가격 발전입니다.
언젠가 마그네슘으로 반짝이는 가장 가볍고 가장 튼튼한 드론을 만나지 않을까요?
쉽게 녹고 빠르게 굳기 때문에 대량 생산 시대를 이끈 플라스틱은 우리가 가장 사랑하는 재료입니다. 너무 사랑해서 안 쓰이는 데가 없고 없는 곳이 없습니다.
인류가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가장 깊은 심해에도 플라스틱 조각이 발견될 지경입니다.
용도에 맞게 무게와 강도를 선택할 수 있는 플라스틱은 대량 생산에 적합하기 때문에 완구 드론과 촬영용 드론에 많이 사용됩니다.
하지만 플라스틱은 굳힐 틀(금형, Mold)을 만드는데 상당히 많은 비용이 들어 유행에 맞춰 빠르게 여러 모델이 나오는 레이싱 드론에서는 쉽게 찾기 어려운 재료이기도 합니다.
대량 생산에 맞는 재료인 플라스틱을 선택한 오블리비온은 다른 레이싱 드론처럼 직접 만드는 것이 아닌 RTF(Ready to Fly, 바로 비행이 가능한 기체)와 PNP(Plug and Play, 수신기 조립 후 비행이 가능한 기체)로 출시되었습니다.
서로 다른 종류를 섞어 강화한 플라스틱을 사용한 오블리비온은 좀처럼 부서지지 않기 때문에 처음 레이싱 드론에 도전하는 하는 예비 파일럿에게 가장 추천할 만한 드론이기도 합니다.
스티로폼은 EPS(발포 폴리스틸렌, Expanded Polystyrene)의 상품명입니다. EPS는 플라스틱 알갱이를 스팀에 불려 틀에 넣고 압축해 만듭니다.
안 그래도 가벼운 플라스틱을 뻥튀기 해서 사용하기 때문에 최강의 비중을 자랑합니다. 출력에 비해 크기가 커야하는 드론이라면 이보다 더 좋은 재료는 없습니다.
강도는 조금 손해 보더라도 무게를 감량한 복합재료도 있습니다.
공기 저항을 줄이기 위한 버티컬 암 드론의 원조 탈론(Karearea Talon)에는 하드코어 유저를 위한 퓨어 레이싱(Pure Racing) 버전이 있습니다.
강도가 일반 카본보다 15% 줄지만 무게는 30%나 줄어듭니다. 살을 내어주고 뼈를 얻는 육참골단의 정신으로 달리는 드론입니다.
부서지지 않는 드론은 훌륭한 재료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재료의 약점을 구조로 보완하는 연구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비행 중에는 단단한 구조를 유지하지만 충격에는 부드러운 관절을 가진 드론입니다.
단단하고 가볍고 깨지지 않는 그리고 안전한 드론은 드론을 사랑하는 사람들만의 꿈이 아닙니다.
드론의 용도는 점차 확장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드론은 머지않아 우리 생활 깊숙이 함께 하겠죠.
이상향이란 뜻으로 사용하는 유토피아가 어디에도 없다란 의미를 가진 것처럼 완벽한 드론도 영원히 못 만날지 모릅니다.
하지만 꿈속 드론을 만나러 가는 길에서 우리는 새로운 형태의 드론을 그리고 새로운 재료로 만들어진 드론을 만나게 됩니다.
새로운 재료는 우리가 전부터 잘 알고 있는 것일 수도 전혀 만나보지 못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앞으로 만날 새로운 재료의 드론이 우리에게 얼마나 흥미진진하게 다가올지 기대되는 이유입니다.
하늘을 나는 물건을 하나씩 공부하고 있는 엔지니어입니다.
http://blog.naver.com/smoke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