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과 떼려야 뗄 수 없는 3D 프린팅
아직 2차와 3차 어디쯤 있는 듯 한데 어떠다 벌써 4차 산업 혁명의 시대입니다. 누구는 3차 산업혁명이 진행 중이라고 하고 더러는 곧 4차 산업혁명이 시작할거라고 합니다. 이미 4차 산업혁명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새로운 혁명과 함께
심지어 새로운 혁명을 알리던 신문조차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대신 전에 없던 새로운 단어들이 등장했는데 스마트폰이나 웨어러블 디바이스, 전기 자동차들입니다. 혁명은 이런 신제품과 함께 다가옵니다. 신문물들은 처음에는 그저 호기심을 자극하고 그게 뭐지 잠깐 검색했을 뿐인데 그분과 함께 우리곁으로 바짝 다가옵니다.
4차 산업 혁명이라는 이름의 새 전자 제품 소비 촉진 운동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까지 동원하여 전략적으로 우리의 지갑에 접근합니다. 이쯤 되면 그 아무리 물질 문명에 의연해도 유혹을 견디기 힘듭니다. 요즘은 힘을 잃은 듯 하지만 한 때 맹위를 떨치던 암호화 화폐까지 동원되어 이 신문물을 살 수 있으니 말이죠.
신문물이 매일 같이 소개되는 4차 산업 혁명의 시대, 어지간히 촉촉한 지갑도 감당하기 힘듭니다.
어떤 빵빵한 지갑도 신제품에 욕구를 모두 채우기란 불가능합니다. 그러니 없어서 속상하면 직접 만들면 됩니다. 그런 건 모터와 프로펠러만 있으면 뭐든 하늘로 띄울 수 있는 금손이나 가능한 일 아니냐구요? 걱정 마세요. 지금은 4차 산업 혁명의 시대라니까요.
4차 산업혁명과 함께 다가온 신문물들도 처음에는 3D 프린터로 만들어집니다. 드론도 예외는 아닙니다.
3D 프린팅 기술은 오래된 기술입니다. 30년 전에 이미 한 층씩 쌓아 올리는 적층조형 기술이 완성되었습니다. 하지만 3D 프린터가 대중에 관심을 끌기 시작한 일은 불과 몇 년 전입니다. 이렇게 늦게야 알려지게된 이유는 야속한 3D 프린팅 기술의 특허가 만료되서 이제는 한번 사볼만한 가격의 3D 프린터가 출시되었기 때문이죠. 어디에나 연결된 인터넷도 3D 프린터에 대중화에 한 몫 합니다. 3D 프린터로 출력할 3D 도면은 이메일 처럼 인터넷이 연결된 곳이라면 어디든 전송할 수 있으니까요.
소프트웨어의 발전으로 손쉽게 3D 도면을 그리게 된 것도 3D 프린터 대중화의 힘을 실어줍니다. 이전에 3D 도면을 그리려면 2D 도면을 먼저 이해해야 하고 관련 프로그램을 능숙하게 다뤄야 했습니다. 3D 도면을 그리는 3D 캐드 프로그램은 전문대학이나 전문 학원에서나 배울 수 있는 고급 기술이었죠.
3D 프린터도 여러 종류입니다. 빛을 받으면 딱딱하게 경화하는 특성을 가진 플라스틱을 이용한 SLA (Stereo Lithography Apparatus, 광경화성 수지 조형) 방식의 3D 프린터와 원료를 분말로 만들어 고출력 레이저로 녹여 붙이는 SLS (Selective Laser Siter, 선택 레이저 소결) 방식 3D 프린터가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대중적인 3D 프린터는 플라스틱을 녹여 가는 실을 만들어 바닥에서 한 층씩 그려 굳히는 FFF (Fused Filament Fabrication, 열가소성 수지 압출 적층) 방식이죠.
10만원 중반대 부터 시작하는 FFF 방식의 3D 프린터는 재료인 플라스틱 필라멘트도 비싸지 않습니다. 사용할 수 있는 재료도 고무처럼 무른 재질에서 딱딱한 재질까지 다양합니다. 휘청이지 않아야 하는 드론의 몸체나 진동을 흡수할 부품까지 FFF 방식의 3D 프린터는 드론을 만들기에 적당합니다. 물론 가격이 저렴한 만큼 FFF 방식의 3D 프린터로 드론을 한대 만들려면 영겁의 시간을 기다려야 합니다. 플라스틱을 녹여 조금씩 쌓아 올리는 데 금방 끝날 리 없죠.
소심하게 꼬리를 내어주는 도마뱀처럼 레이싱 드론은 조금만 착륙이 과감해도 팔다리를 내어 주곤합니다. 노련한 레이싱 드론 파일럿은 쉽게 부서지는 부품을 알기에 미리 스페어 파트를 잔뜩 준비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어떤 부품이 어떻게 부서질지 모르는 레이싱 드론에게 3D 프린터에 알맞습니다. 지금은 국내에서 다양한 부품을 쉽게 구입할 수 있지만 인터넷을 통해 해외 구매 외에는 부품을 구할 길이 없던 레이싱 드론 초기에는 배송을 마냥 기다리기보다 차라리 3D 프린터로 만드는 편이 빠릅니다.
3D 프린터로 만들어진 부품들은 안 그래도 잘 날아다니는 레이싱 드론에 날개를 달아주었죠. 부서지면 3D 프린터로 새로 만들면 된다는 생각이 비행에 안정감을 주거든요.
워낙 새로운 제품이 경쟁적으로 출시되는 레이싱 드론 시장은 3D 프린터로 생산한 제품을 출시합니다. 본격적인 제품을 만드는 기술인 금형 틀에 플라스틱을 찍는 생산 방식은 제작 기간도 오래 걸리고 비용도 많이 듭니다. 소량으로 유행의 속도를 이끌기엔 3D 프린터로 냉큼 만드는 편이 빠릅니다.
국내 기술로 개발된 초기 레이싱 드론 ‘까치 250’은 전자 부품과 모터를 제외한 프레임 전부가 3D 프린터로 생산되었습니다.
그러나 레이싱 드론이 속도를 위해 경량화에 몰두하면서 3D 프린터로 만들어진 부품들은 점차 인기를 잃어갔습니다. 같은 출력이라면 조금이라도 가벼운 편이 더 유리하니까요. 하지만 최근 출력이 전에 없이 강력해졌습니다. 가볍기 만한 것이 좋은 비행을 보여주지 않는다는 생각이 공감을 얻으면서 3D 프린터로 만든 다양한 부품이 다시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레이싱 드론이야 대부분 부품을 따로 구입해서 직접 만드는 금손들의 영역이니 처음부터 3D 프린터와 친했고 크기는 작지만 만만치 않은 속도를 자랑하는 마이크로 드론도 구조로 보면 레이싱 드론에 가깝습니다. 마이크로 드론을 3D 프린터로 만드는 일은 간단합니다.
기왕 3D 프린터가 뭐든 만들 수 있다면 돈이 없어서 넘보지 못하는 드론을 만들어 봅시다. DJI의 매빅에 도전합니다.
다리도 접힙니다. 물론 3축 짐벌 달린 카메라도 없고 잘 살펴보면 짝퉁 매빅같지만 매빅을 구매하기 위해 돈을 모으고 있다면 그때까지 매빅에 대한 갈망을 조금은 잠재울 수 있습니다. 뭐 높이 날리면 (잘 안보여서) 영락없는 매빅이니까요.
기왕 만들기로 한 드론 고작 매빅이라니 더한 드론도 도전해 봅시다.
일단 비행에 들어가면 다리가 카메라에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위로 올라가는 것은 인스파이어의 시그니처입니다. 직접 만드는 인스파이어지만 고성능 짐벌 카메라는 포기하더라도 이 움직이는 다리는 꼭 넣어야 합니다.
인스파이어까지 만들 수 있다면 이제 불가능한 드론은 없습니다. 다른 드론 디자인을 흉내 내는 것을 넘어 나만의 드론에 도전할 차례입니다.
3D 프린터가 도와주면 그보다 더한 상상력도 현실이 됩니다.
무엇이든 만드는 3D 프린터에게 드론 만들기는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드론의 3D 도면을 그려야합니다. 어떻게 그리냐구요? 관련 공부를 할 수 있는 대학에 입학하면 배울수 있지만 4차 산업 혁명 시대의 공부는 인터넷을 통해서 충분합니다.
언제 3D 도면 그리는 법을 배우냐고요? 팅기버스 (thingiverse.com) 사이트에 방문하세요. 엄청난 양의 드론 아이디어가 담겨있습니다.
3D 도면만 있다고 3D 프린터가 바로 만들어 주지 않습니다. 이 도면을 3D 프린터용 파일로 변환하는 슬라이서(Slicer)라는 프로그램이 필요합니다. 뭘 또 배워야하나 좌절하지 마세요. 사용이 어렵지 않은데다 우리에겐 유튜브의 2배속 재생기술이 있습니다.
지금의 3D 프린터로 만들 수 있는 드론은 고작 몸체 정도 입니다. 비행 컨트롤러 (FC, Flight Controller)나 전자 변속기 (ESC, Electronic Speed Controller), 모터는 따로 준비해야 합니다. 하지만 전자부품까지 만드는 3D 프린터도 조만간 등장하지 않을까요?
3D 프린터로 만들어진 드론이 아니라 3D 프린터를 달고 다니는 드론도 있습니다. 하늘을 나는 3D 프린터입니다.
영국 리드 대학팀 (Leeds University)은 하늘을 나는 3D 프린터를 소개했습니다. 이 3D 프린터는 도로를 점검하면서 날아다니다가 길이 망가진 곳에 착륙해서는 손실된 도로를 3D 프린터로 보수합니다.
이 하늘을 나는 3D 프린터는 비행중인 드론을 공중에서 고칠게 될지도 모르니까요.
드론이 하늘을 향한 우리의 생각을 바꾸었다면 3D 프린터는 물건을 만든 방법에 대해 새로운 생각을 가지게 합니다. 전에 가보지 못한 하늘을 도전하는 드론이 많아질수록 새로운 드론에 대한 상상력은 3D 프린터의 도움으로 현실화됩니다. 그래서 드론과 3D 프린터의 만남은 앞으로 계속됩니다.
하늘을 나는 물건을 하나씩 공부하고 있는 엔지니어입니다.
http://blog.naver.com/smoke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