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학생 사이를 누비던 베스파 온나노코스 드론
남극과 북극, 열대 우림과 깊은 심해까지 인류가 가보지 못한 장소는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모험가들의 목적지였죠. 드론은 평범한 우리를 작은 모험가로 만들어줍니다. 한 번도 가보지 못한 하늘에 우리를 인도하니까요.
우리의 소박한 모험은 방구석도 예외는 아닙니다. 손바닥에 올라오는 마이크로 드론이 그렇게 탄생했습니다.
타이니우프로 대표되는 마이크로 드론은 그 작은 크기 때문에 HD급 고화질 영상을 담을 수 없었습니다. 고화질 카메라의 무게는 제 몸 하나 건사하기 힘든 마이크로 드론에게는 무리니까요.
아나드론스타팅은 프로펠러 덕트를 갖춘 고화질의 마이크로 드론을 추적하기도 했죠.
마이크로 드론에 고화질 카메라를 설치한 드론을 씨네우프라고 부릅니다.
직접 제작에 도전해 보기도 했지만 뭔지 모를 찝찝함은 드론 모터 한구석 어딘가 앙금처럼 남아있었습니다. 날짜가 어딘가 서로 안 맞습니다.
하지만 누크(Nurk) FPV의 씨네우프는
벚꽃 가지 사이를 비행하던 드론은 씨네우프가 아니었던 거죠. 문제의 드론에 대한 추적은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문제의 영상과 함께 소개된 링크로 찾아간 온나노코스 사이트는
하지만 문제의 영상을 촬영한 카츠 FPV(Kastuhiko Masuda)의 영상에서 타이니우프의 흔적을 찾았습니다.
하지만 다른 영상에서 소개된 그의 드론은 타이니우프도, 문제의 씨네우프도 아닌 일반적인 레이싱 드론입니다. 특히 부드러운 움직임으로 프리스타일 비행에 뛰어나다는 키스의 부품을 사용합니다.
Frame: Impulse RC Alien 5"/RR5
Motor: Lumenier RX 2206-11 2350kv
Flight Controller: KISS FC
ESC: KISS 24A
문제의 영상을 촬영하기에는 너무 큽니다. 지난번에도 결론지었지만 우리가 추적하는 드론은 아무리 커도 100급 즉, 대각선으로 마주한 모터축의 거리가 100mm 크기의 드론에 고화질 녹화 기능을 가진 FPV 카메라를 쓰지 않았나 추측됩니다.
타이니우프와 레이싱 드론 사이에 둘의 장점을 모두 가진 변종 드론입니다.
그런 드론이라면 무게 부담 없이 고화질 녹화 기능이 추가된 FPV 카메라를 사용할 수 있으니까요
런캠 스플릿이 처음 등장한 때가 2017년 여름이었으니 미지의 드론은 아마 이 런캠 스플릿을 사용했을 겁니다.
그러나 세상에 수많은 드론 중에 이 영상을 만든 드론에 가까운 씨네우프는 찾았지만 우리가 찾은 고프로 액션 카메라에 덕트를 가진 씨네우프가 아닌게 분명하죠. 아쉽게도 어디에도 의문의 드론이 무엇인지 찾을 수 없었죠. 그렇게 반쯤 포기하고 링크에 링크를 타고 빈둥거리다 발견합니다.
일본 드론 사이트에서 발견했습니다. 이름은 ‘나노 베스파80 HD DVR 드론 온나노코스-버전 주문 생산’입니다.
직접 만드는 즐거움이 큰 레이싱 드론 시장에서는 레이싱 드론 보다 레이싱 드론 부품이 더 유명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드론 이름에 드론의 특징인 부품을 길게 나열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거기서 그렇게 찾아다니던 '온나노코스'를 찾았습니다.
2mm 두께의 카본 적층 판에 1103-8000kv의 BLDC 모터가 들어갑니다. 1V를 인가하면 8000RPM으로 회전하는 이 모터는 100급 드론에 많이 사용됩니다. 3.8V 전압을 가진 기본 배터리가 3개 직렬로 연결된 3S 배터리를 사용하면 최고 100,800RPM까지 회전합니다. 최고 속도가 중요하다면 10000kv 모터를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1,000엔을 더하면 다양한 색상의 알루미늄 덕트를 적용할 수 있고 다른 색깔의 커버도 있습니다. 물론 1,000엔을 더하면 커버도 카본으로 바꿀 수 있죠.
호넷을 만든 그 HGLRC의 비행컨트롤러(FC, Flight Controller)입니다.
씨네우프 드론은 영상이 생명인 만큼 카메라는 예상했던 런캠 스플릿 미니2 입니다. 수신기는 미니 모델에는 쉽게 보기 어려운 후타바 조종기 전용 SFHSS입니다. 최고급 조종기중 하나인 후타바 전용입니다. 드론이 우리 곁에 가까이 다가오면서 부담 없는 가격의 드론 조종기도 많이 소개되었지만
후타바는 고가의 몸값을 좀처럼 내리지 않은 긍지 높은 조종기로 유명하죠.
이쯤 되면 갑자기 주문해도 그때부터 만든다는 맛집 요리 같은 이 사전 주문 생산 ‘나노 베스파80 HD DVR 드론 온나노코스-버전 주문 생산’ 드론의 가격이 궁금해집니다.
드론 살 때는 생소한 엔화 입니다. 100엔이 대략 1,015원이니까 494,900원 입니다!!! 1,000엔을 더하면 더 럭셔리한 부품을 바꿔 준다기에 수상했는데 역시나 비쌉니다. 비싸게 느껴지는 현실은 슬프지만 다른 종류의 베스파를 살펴보기로 합니다.
거기에 해외 배송도 안 해줍니다. 배대지를 이용하면 되지만 이참에 일본에 여행을 갑시다.
온나노코스상을 촬영한 베스파 드론은 그 밖에도 독특한 영상을 만들었습니다.
재미있게도 일본의 드론 영상을 찾아보면 타이니우프나 씨네우프로 촬영한 아기자기한 영상이 많습니다. 일본은 예부터 작고 정밀한 제품에 강했으니까요.
하지만 묘하게도 우리가 좋아하는 항공 촬영이나 시원스러운 프리스타일 비행, 레이싱 드론 비행은 소개된 영상이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일본의 드론법은 우리와 비슷합니다. 해가 뜨고 질 때만 날릴 수 있고 아무리 높이 날고 싶어도 150m를 넘으면 안 됩니다. 물론 비행이 금지된 구역과 함께 공항에서 반경 9km 이내도 드론이 비행할 수 없죠.
하늘을 나는 드론은 사람이나 건물, 자동차로 부터 30m 이내로 접근하면 안 됩니다. 호버링도 착륙도 저만치 떨어진 곳이어야 합니다. 비행 금지 구역이 아니어도 관광지 같은 곳은 일주일 전에 미리 허가를 받아야 하고 이런 규칙을 어기면 20만 엔의 벌금이 기다립니다. 드론을 즐기기에 우리보다 사정이 팍팍하죠.
그러나 오늘은 새로운 기술 혁명의 시대입니다. 드론의 중요성을 일본이 모를 리 없죠.
그래서 지난해 눈에 보이는 곳까지 비행해야 한다는 드론법을 완화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3년간 실종자 수색용이나 농업용 드론을 포함해서 180건의 사고가 발생했다고 합니다. 사망 사고도 3건이나 발생하면서 드론법을 다시 강화하려는 조짐도 보입니다. 그래서인지 일본의 드론 파일럿들은 크고 위험한 드론보다 작은 드론에 더 관심을 보이고 있는 듯 합니다.
그래도 일본의 드론은 재미있습니다.
하늘을 나는 것만으로 즐거운 드론이 전쟁터에서 산업을 넘어 우리 주변의 풍경을 담고, 속도를 즐기는 레저 드론으로 발전했습니다. 거기서 타이니우프처럼 작아지기도 하고, 레이싱 드론과 마이크로 드론 사이에 장점을 가진 드론이 등장하기도 했죠. 마치 환경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진화하는 듯합니다. 드론 규제는 일본만의 또 다른 드론으로 발전하지 않을까요? 씨네우프인 ‘나노 베스파80 HD DVR 드론 온나노코스-버전 주문 생산’ 드론 처럼 말이죠.
하늘을 나는 물건을 하나씩 공부하고 있는 엔지니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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