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과 함께하는 즐거운 축제
'놀이'를 단순히 인간 본성의 한 측면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말은 근본적으로 '인간 본성'에 대한 질문을 새롭게 만들고, 그 본성 안에 숨겨진 복잡한 메커니즘을 길어 올린다. 답변은 당연히 하나로 규정할 수 없다. 그러나 '축제(祝祭, Festival, Carnival)'가 인간의 '유희적 본성'을 충족하는 가장 대표적인 형태 가운데 하나라는 사실에는 쉽사리 동의할 수 있다.
고대 그리스-로마 시대에 놀이는 고도의 지적인 작업으로 간주됐다. 그것은 여가시간에 행해지는 작업으로 귀족계급만의 특권이었고, 중세시대에도 역시 생산 활동에 참여하지 않는 유한계층의 소비적 활동이었다. 근대에 이르러서도 이러한 관점은 근본적으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산업혁명 이후의 근대사회에 놀이는 결국 더 높은 생산성에 대한 요구와, 이 요구를 뒷받침하기 위해 취하는 '휴식'에 불과했다. 그러나 현대의 대중은 이를 인간 삶의 질을 측정하는 척도로 확장시킨다. 현실 속에서 유토피아를 발견할 수 없고, 확신할 수도 없는 그들은 놀이를 통해 누구나 동참할 수 있고 누구나 동감할 수 있는 새로운 상황을 제시했다.
네덜란드의 역사학자 요한 호이징가(Johan Huizinga, 1872-1945)는 『호모 루덴스 Homo Ludens (놀이하는 인간, 1938)』에서 '축제'를 인간의 유희적 본성이 문화적으로 표현된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비일상적, 비생산적인 놀이를 일상과 생산을 위해서 필수불가결한 것이라고 보았다. 1965년 이후 하버드신학대학교에서 종교학을 가르친 하비 콕스(Harvey Cox, 1929-현재)는 더 나아간다. 그는 『바보들의 축제 The Feast of Fools(1966)』에서, 인간은 본질적으로 '사고하는 인간(Homo sapiens)'일 뿐만 아니라 '놀이하는 인간(Homo Ludens), 축제하는 인간(Homo festivus), 환상적인 인간(Homo fantasia)'이라고 말한다.
러시아 문학비평가인 미하일 바흐친(Mikhail Bakhtin, 1895∼1975)은 축제의 가장 전형적인 예로 '카니발Carnival)'을 들었다. 그는 카니발에서 보이는 전도적, 비일상적 성격을 축제의 가장 기본적인 성격으로 지적하고 있다.
축제는 그동안 비일상적인 영역에서 이루어졌다. 그러나 이제 축제를 일상화하고 있는 '드론 축제'가 1년 내내 계절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형태로 소개되고 있다.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단절을 거부하고 축제에 동참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성황을 이루며 열린 대표적인 2018년 국내 드론 축제를 살펴보자.
광나루 한강드론공원에서 열리는 동안 △프로 드론 레이싱 대회 △초·중학생 대상 '나도 드론레이서' △초등학생 대상 '드론 DIY' △드론 에어쇼 등의 프로그램이 준비됐다. '프로 드론 레이싱 대회'에는 국내 정상급의 32명의 국내 정상급 선수들이 32강 토너먼트 방식의 본선과 결선을 치뤘고, 모든 경기는 현장에서 별도의 비용 없이 무료로 관람 가능했다. 또한 초등학교 고학년생들을 대상으로 드론을 직접 만들고 조종할 수 있는 체험프로그램 '드론 DIY'도 운영했다. 드론 조립이 끝나는 순서대로 드론 시뮬레이션 연습 및 실제 조종까지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지난해 큰 인기를 끌며 선착순 모집이 마감됐다. 이외에도 무인항공교육기관 전문 강사들의 드론 조종과 드론 일자리를 알아보는 '드론 교실', 스마트 글래스를 이용한 '드론 촬영 영상VR조종 체험' 등 시민들이 직접 드론을 체험하고 배워보는 프로그램들도 진행됐다.
국내 최초 국제 야간 드론레이싱 대회와 다양한 드론 시연, 온 가족이 함께하는 드론 체험, 아마추어 드론레이싱 대회, 기업 전시부스 등이 운영된다. 레이싱 대회는 국제항공연맹(FAI)의 승인을 받은 'FAI 국제 드론레이스 월드컵' 대회로 대구를 RC드론의 메카로 전 세계에 알리고 있다. 지난해에는 '농업용 방제 드론 시연'과 각국에서 참가하는 드론 파일럿들이 펼치는 '인터네셔널 프리스타일 드론레이싱 시연', 항공권 등의 경품을 제공하는 '선물 드론' 등 풍성한 행사가 마련됐다. 또 지자체 최초 드론기업 지원기관인 '스마트드론기술센터'가 국내 최초로 스마트폰을 통해 레이싱 드론의 영상을 직접 볼수 있는 '라이브 싱크존'을 운영하고, 드론 관련 기업 전시부스를 설치해 지역의 드론 기술과 제품을 시민들에게 소개했다.
3회째를 맞은 지난해에는 'I can fly with drones'를 주제로 열렸으며, 충북의 주요 기관들과 이스타항공(주) 등 주요 기업에서 청소년들의 진로교육을 병행한 '꿈멘토링존'을 운영해 학생들의 미래 설계에 대한 방향점을 제시해 큰 호응을 얻었다.
'드론과 함께 여는 미래도시 인천'을 부제로 인천 청라호수공원에서 개최됐다. 2016년 인천 아시아드 주경기장에서 개최된 1회 코리아 드론 챔피언십 대회에 이어 지난해 3회째를 맞았다. 드론융합 4차 산업 체험, 드론 조종, 드론축구 대회 등 전시 및 체험 부스를 마련하여 일반인의 참여를 유도하고, 그림 그리기대회와 AR 보물찾기 등 미래꿈나무들을 위한 다채로운 행사를 준비했다.
아시아 최대 규모의 드론 전문 전시회를 표방하며 3회째 열린 2018년 행사는 △100여개 기업이 참여하는 드론 전시회, △국내·외 유명인사들이 참여하는 국제 컨퍼런스, △드론업계-수요기관 간 매칭 상담회, △드론 기업들의 투자자금 마련을 지원하는 투자유치 포럼, △드론실증·인력양성사업 성과 발표회, △일반인들이 직접 드론을 제조·비행을 체험하는 이벤트 등으로 다양하게 구성했다. 엘지유플러스가 5세대 통신망을 연결해 드론 위치정보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목적지를 입력하면 드론 이륙에서 비행, 귀환까지 전 과정 자율주행을 지원하는 '클라우드 드론 관제시스템'을 소개했다. 이외에도 드론 사진 공모전, 드론영상제, 드론 레이싱대회를 포함해 청소년들이 드론을 직접 제작하고 조종해볼 수 있는 체험행사 등 다양한 이벤트가 이어졌다.
드론을 비롯한 4차 산업혁명의 주요 분야인 '로봇',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인공지능(AI)', 등을 주제로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렸다. 지난해 4회째를 맞아 국내외 정상급 전문가를 초청해 오늘날 동향과 향후 미래상을 제시하는 컨퍼런스와 일반인들이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를 체험할 수 있는 전시회 등으로 구성됐다. 'IoT 기반의 로봇·드론 신기술 서비스 및 산업 로봇', '자율주행·무인기술', '인공지능', '빅데이터', '스마트 솔루션', 'Coding' 등을 담은 제품과 서비스를 전시했다. 육군은 '육군관'을 통해 워리어 플랫폼, 드론봇 로봇 체계, VR 과학화 예비군훈련장, 구난 로봇, 지뢰탐지로봇, 정찰 로봇 등을 소개했으며, 워게임 VR 테마파크 'VR라이브파크', CAMP VR을 보유한 3D팩토리 등이 참가했다.
드론(무인이동체)를 주제로 열린 2018 무인이동체·시스템산업 엑스포는 국내외 90개 업체가 참여해 주요기업의 드론 신기술 개발사업 성과물 등을 소개한 무인이동체 전시회와 함께, 국내외 유명 인사들이 참여하는 국제 컨퍼런스, 드론기업 채용박람회, 학생들이 드론을 직접 조립·비행을 체험하는 이벤트 등으로 진행됐다. 지난해 행사에서는 충북 증평변전소 등에서 활용해 경제성·안전성이 검증된 전력설비 안전진단용 드론, 도서·산간 등 배송이 어려운 지역에 의약품 등 긴급 배송용 드론 등이 전시됐다.
또 중장거리 정찰용 드론, 미세먼지 측정용 드론, 고성능 촬영 및 농업용 드론을 비롯해 인공지능(AI) 기반 자율주행차 플랫폼, 6인승 무인셔틀 등 국내외 신제품·신기술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육군본부 드론봇 전투단도 참여해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기반의 '드론봇 미래 전투 시뮬레이션 체험관'을 운영했다.
국제 컨퍼런스에는 국내외 200여명의 산·학·연 관계자가 참석해 최근 무인이동체 시장 및 기술동향을 공유하고, 농약살포·시설물 감시·물류배송 등 다양한 분야에서 무인이동체 활용 가능성에 대해 토론했다. 아울러 주요 드론기업의 채용박람회도 함께 열려, 전국 20여개 대학의 항공·전자 등 드론 관련학과 학생 200여명을 초청해 인사담당자와 상담시간을 마련했다.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에게는 드론 구조 및 비행 원리를 교육하고, 드론을 직접 제작해 비행할 수 있는 체험 기회도 제공했다.
드론산업을 강원도형 레저스포츠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드론 축제가 강원도 내 처음으로 드론 관련 산학관연이 대거 참여한 가운데 개최됐다. 이 행사는 지난해 11월 30일부터 12월 5일까지 6일간 강릉 일대에서 '흥겨운 드론세상 강원 만들기'를 주제로 2018 드론레저스포츠 강원 EXPO-RUM WEEK를 열었다. 이 행사는 드론활용에 대한 붐업을 조성하고 드론산업 육성 및 발전을 위한 핵심역량을 결집해 드론레저스포츠산업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기 위해 마련했다. 개막일에는 4차산업혁명 시대의 드론레저스포츠산업 전문가 포럼과 함께 드론전시행사, 평화의 연 드론날리기, 군집비행 시연이 열렸으며, 이후 드론 이벤트, 전시, 체험행사, 학생 드론활용 경진대회, 드론 공연과 전시 및 체험행사, 드론을 활용한 축구, 농구 시연 등 모든 행사가 시민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무료로 진행됐다.
'드론축구'는 전주시가 최첨단 탄소소재와 드론을 융복합해 세계 최초로 개발한 뒤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드론축구의 최강자를 가리는 드론축구 페스티벌이 지난 해 전주대 실내체육관에서 열려 유소년·성인부 전국드론축구대회와 함께 진행됐다. 드론축구 드리블대회 개인전(학생부) 등 다양한 볼거리를 선보였으며, 메인 행사인 전국드론축구대회에는 전국 성인부 35개 팀, 유소년부 16개 팀이 참가해 기량을 겨뤘다. 전주시는 앞으로 드론축구 전국대회를 늘리는 등 저변 확대를 통해 2025년 드론축구 월드컵을 개최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진다는 계획이다.
'세계 최고의 드론 파일럿을 찾아라.' 드론 레이싱 최강자를 가리는 2018 DSI 국제 드론스포츠 챔피언십이 지난 해 9월 강원도 영월군 영월스포츠파크에서 개막했다. 지난해 10월에 열린 대회에는 한국·미국·이스라엘 등에서 국가별 예선을 통과한 14개국 16개 단체 48명의 선수들이 참가했다. 한국 대표로는 2016, 2017 세계선수권 정상에 오른 김민찬, 2017 세계선수권 3위와 4위에 오른 박성주와 강창현 등이 출전해 기량을 펼쳤다. 드론레이싱은 레이싱 드론(경주용 무인기)에 장착된 카메라를 통해 실시간으로 전송되는 영상을 보고 조종을 하면서 속도를 겨루는 경기다. 선수들은 FPV(First Person View, 1인칭 시점) 고글을 쓰고 드론에 장착된 카메라를 통해 시속 150㎞를 넘나드는 스피드로 장애물을 피해 달린다.
지난해 대회에서는 국가대표전과 클럽대항전이 진행됐다. 클럽 대항전은 1팀 3명이 1:1 승부를 펼쳐 2경기를 먼저 이기는 팀이 승리한다. 국가대표전은 개인전으로 치러진다. 시범경기로는 장애물코스 기록 경기인 드론슬라럼이 열린다. 세계적인 드론 해설가 조 스컬리의 진행으로 온라인으로 생중계됐다. 공식 대회 외에도 초·중학생 일반 참가자가 참여하는 드론챔프도 열렸다. 드론챔프는 본인이 소유한 기체로 코스를 비행해 기록을 경쟁한다. 드론낚시, DIY드론만들기, 드론으로 풍선 터트리기, 드론 인형뽑기, 드론 조종교육, 미니자동차 드론레이싱 등 체험 행사도 열린다. 드론스포츠 국제조직인 DSI는 경기 표준화와 정식 스포츠 종목 인정 등을 추진해 드론스포츠를 국제화하는 역할을 맡는다.
부산시는 그동안 부산지역 드론 전문기업 10개사를 대상으로 IoT 실증센터의 무인항공기 통합관제실과 연계할 수 있도록 지원해 왔는데 그 성과물을 시연하고 전시하기 위해 2018 드론챌린지 코리아 행사를 마련했다. 드론을 재난 상황에서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 시연하고, 관련 정보를 공개함으로써 드론산업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확산하려는 취지였다. 부산시는 드론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2016년부터 매년 아시아 최대 규모 드론 전문 전시회인 드론쇼 코리아도 함께 개최하고 있으며, 지난해 8월에는 부산형 드론 활용시스템을 튀니지에 수출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또한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사업비 203억원을 들여 IoT 기반 해양도시관리 실증 클러스터 구축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 사업은 무인항공기 통합관제실을 비롯해 드론 전문기업 지원, 공공기관 드론 활용 수요 실증서비스 제공 등을 포함하고 있다.
하비 콕스가 말한 그대로, 일상의 이성적 사고와 축제의 감성적 욕망 사이를 넘나들면서 경험과 인식의 지평을 확대할 수 있는 존재가 인간이라면, 그리고 그것을 통해서 문화의 발달을 가져올 수 있는 것이 놀이라면, '드론'은 산업 혁명 이후에 등장한 어떤 놀이보다 더 현란한 매혹을 동반하고 있다. 드론 축제를 통해 '더불어 재미있기', '재주를 칭송받기', '승리의 기쁨 누리기', '규칙 습득하기' 등을 모두 경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인류가 경험한 놀이 가운데 가장 높은 곳을 바라보며, 인간이 비행하지 못한 높은 하늘 위로 솟구쳐 진행되는 놀이라는 사실만으로도, 드론 축제의 매혹은 아직은 다른 놀이로부터 불가침의 영역을 지키고 있다.
대한민국 최초 드론 전문 매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