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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나드론스타팅 May 27. 2019

드론버타이징, 고전과 만난 미래 마케팅

하늘에서 펼쳐지는 마케팅, 드론버타이징

글,사진_아나드론

ANA DRONE, APR 2019


21세기 드론이 광고 시장을 재편하고 있다. 전 지구를 관통하는 새로운 광고를 꿈꾸는 중이다. 때로는 놀랍고 참신하지만, 또 때로는 전혀 새롭지 않은 아이디어를 동원한다. 어느 한 지역에서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그 모든 시도가 경계 없는 하늘에서 일어나고 있다.

  

  

'드론버타이징(Drone-vertising)은 드론(Drone)과 광고(Advertising)의 합성어로, 말 그대로 드론을 활용한 광고가 만들어낸 신조어이다. 드론을 광고 영역 안으로 들이밀기 위해 예술의 여러 장르를 동원하고, 여기에 첨단 기술을 융합해 새로운 마케팅 기법을 발굴한 셈이다. 드론을 광고에 활용한 아래와 같은 몇 가지 사례가 광고 본래의 목적인 '사람의 관심'을 달구고 있다.

  

  


  

Wokker, 러시아, 2013

  

모스크바에는 약 64개의 공원이 있다. 러시아인들에게 주요한 문화생활 공간이다. 평균 100년 이상 역사를 지닌 이들 공원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대표 외식 브랜드로는 쩨레목(Teremok)의 러시아 팬케이크, 글로우 서브의 샌드위치, 그리고 오늘의 주인공 워커의 동양식 볶음밥과 면류가 있다.

  

카미자리아와 유사한 방식의 마케팅 사례가 러시아 모스크바에도 나타났다. 사무실이 밀집한 도심 한복판 오피스 빌딩가에 레스토랑 전단지를 들고 나타난 드론이 음식 주문을 유도했다. 드론에 광고용 현수막을 달고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을 찾아간 것이다. 광고타깃이 밀집한 공간을 드론이 찾아갔을 뿐이다. 2013년 6월 도미노는 '도미콥터(DomiCopter)'를 활용해 영국에서 드론 피자 배달을 테스트했다. 드론이 도미노피자를 배달하는 동영상은 170만 조회수를 올렸다. (비록 도미노의 피자 매상은 그 정도까지는 오르지 않았지만 말이다.)

  

  

그런데 1년이 조금 더 지났을 때 이번에는 러시아에서 무엇인가가 나타났다. 도미콥터와 비슷한 무엇이었다. 확실히 음식 냄새가 날 만한 그 무엇이었다.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인 헝그리 보이스가 러시아의 아시아 레스토랑 체인 워커에게 드론버타이징을 들고 온 것이다. 혁신적인 방신은 아니었다. 전단지가 사무실 유리창 밖에서 보여준 메뉴판이 광고 간판 노릇을 한 셈이니 이니 오히려 고전적이었다. 매우 간단한 아이디어였다. 그리고 완전히 새로운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캠페인을 시작한 2014년 8월부터 그 지역의 현지 배달이 40%나 증가했다. 바쁜 노동자들은 때로 점심시간을 깜박한다. 하지만 그들이 일하는 창문 뒤에서 음식 메뉴가 적힌 포스터가 날아다닌다면, 그들은 곧바로 점심시간이 왔음을 기억해낼 것이다. 그들은 광고가 아니라 시간을 기억해낸 것이다. 고전과 드론이 만나 혁신을 낳았다.

  

  


  

TOYOTA Lexus, 일본, 2013

  

2013년 도요타 자동차 렉서스는 새로운 슬로건으로 '어메이징 인 모션(AMAZING IN MOTION)' 프로젝트를 내세우며 글로벌 브랜드 캠페인을 진행했다. '스웜(SWARM)'은 그 두 번째 시리즈였다. 렉서스가 전 세계적으로 공통된 이미지를 갖기를 원한 이 광고 캠페인에 나타난 쿼드로터(소형 무인헬기) 드론은, 렉서스 특유의 디자인을 빼닮게 특수 제작했다. 3D 맵핑 소프트웨어, 복잡한 알고리즘, 모션 캡쳐 카메라 장비 등의 첨단 기술을 동원해 만든 드론들이 떼를 지어 나타났고, 대형에 맞춰 날아다니다가 일제히 하늘로 솟아올랐다.

배경은 떠오르는 태양. 첨단 기술이 현실세계로 귀환한다는 설정이었다. 이 광고는 2014 칸국제광고제 필름 크래프트 부문 Achievement in production 분야에서 브론즈상을 수상했다.

  

  

비슷한 예로 스바루(SUBARU) 자동차도 2015년형 'Subaru WRX STI' 모델을 출시하면서 수십 대의 드론이 다양한 주행테스트 상황을 만들어 내며 신차와 레이싱 경쟁하는 다이나믹한 드라이빙 퍼포먼스를 연출했다. 다만 렉서스는 실제 드론으로 제작한 광고였고, 스바루 광고에 등장한 드론은 CG였다.

  

  


  

Camisaria Colombo, 브라질, 2014

  

카미자리아 콜롬보는 브라질에서 셔츠 의류를 판매하는 유명 브랜드 회사이다. 2014년 11월에 미국 최대 쇼핑 행사인 블랙프라이데이를 맞아 그들이 할인 판매하는 브랜드 셔츠를 마네킹에 입혔다. 그 마네킹을 들어 올린 드론이 빌딩 숲을 배회하면서, 업무에 치여 지내던 직장인들의 눈길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드론은 회사 창문을 활보하며 타깃 고객인 30~40대 남성들의 관심을 끌었다. 작장 일에 묶인 그들이 직접 찾아다니며 옷을 고를 시간이 없다는 사실에 착안해 고객을 직접 방문하기로 하고, 그 메신저로 드론을 내세운 것이다.

  

  

"쇼핑할 여유가 없는 고객이 있다면 직접 찾아가라!"는 마케팅 전략을 드론이 실천할 줄이야! (그런데 이 마네킹은 회사원들이 모두 퇴근한 한밤중에도 공중에 떠다니는 것일까? 만일 그렇다면 드론은 잠을 즐기지 않는 열렬한 마케터임에 분명하겠다.) 어쨌든 단시간에 많은 고객에게 강한 인상을 던진 까미자리아 콜롬보는 시각적인 효과뿐만 아니라 젊고 긍정적인 브랜드 이미지까지 확보했다.

  

  


  

Nissin Cupdrones, 일본, 2014

  

일본의 식품회사 니신(Nissin)은 '약 빨고 만든 광고'로 신세대와 소통하기로 유명하다. 가령 라면을 훔쳐간 소형 드론과 이를 쫓는 소녀가 등장한 인터넷 광고 '인스턴트 버즈(Instant Buzz)'는 유튜브 조회수 100만을 넘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너희가 뭘 좋아할지 몰라 다 넣어봤다"는 식이다. 라면 광고의 '끝판왕'으로 불린다.

  

  

컵라면은 니신의 창업자 안도가 1958년 발명한 최초의 인스턴트 라면이다. 니신은 1970년에 미국 법인을 세우고 미국을 공략하기 위해 종이 용기까지 발명하며 인스턴트 식품을 확대했다. 컵라면의 기세가 다른 인스턴트 식품에 밀리자 니신이 시도한 마케팅이 바로 드론버타이징이다.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아웃도어 활동, 즉 서퍼, 암벽등반, 스노우보드, 스케이드보드 등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3분 안에 빠르게 컵라면을 제공한다는 콘셉트의 캠페인이었다. 컵라면에 물을 붓고 드론에 실려서 날려보내면 산이나 바다 등 '언제 어디서나 빠르게 식사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Buyma, 일본, 2016

  

바이마는 일본의 인지도 높은 패션 브랜드 온라인 유통업체로 유명하다. 그들이 만든 드론버타이징에 등장한 두 남녀는 양말만 신은 알몸의 무용수들이다. '백조의 호수' 음악에 맞춰 공연하는 그들을 따라 움직이는 드론은 사각형의 백지 한 장을 매달고 있다. 공연을 가리는 것이 아니라 무용수의 노출되지 않아야 할 부위를 가리기 위해서이다. 무용수의 춤 솜씨보다 그들의 움직이는 몸에 맞춰 날아다니는 드론이 더 아슬아슬한 긴장감을 주었다.

  


그 결과 드론은 클래식 발레를 춤추는 최초의 기계가 됐다. 광고 영상이 1분 동안 계속 됐으므로 드론의 춤도 1분 동안 이어졌다. 그러나 그 1분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었고, 혹시라도 드론의 실수로 무용수의 노출을 기대한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매우 긴 시간이었지만 실수는 없었다. 옷을 판매하는 광고에서 옷을 강조하지 않았다. 옷을 벗고 춤추는 무용수들의 모습이 전부였다. 사람들은 옷을 대신한 드론을 보며, 옷이 왜 필요한지 깨달았고, 옷을 입는 즐거움을 환기했을 것이다. 고전 발레와 현대의 드론은 제63회 칸광고제 디자인 부문 은상(실러 라이온)을 수상했다.

  

  

태양의 서커스(CIRQUE DU SOLEIL)는 '스파크드(Sparked)'라는 단편영화에서 드론을 이용한 신개념 공연을 펼쳤다. 각기 다른 조명이 탑재된 10대의 쿼드롭터 드론을 램프 형태로 꾸미고 사람의 동작에 맞춰 함께 움직임으로써 신비로운 분위기의 퍼포먼스를 연출했다. 월트 디즈니는 드론 인형쇼를 열거나 디즈니랜드를 배경으로 한 불꽂쇼나 인형쇼에 드론을 등장시켜 화려한 퍼레이드를 보여줬다.

  

사진=https://www.youtube.com/

  

  

드론버타이징이 이제까지 없던 낯선 콘텐츠를 끊임없이 만들어 냄에 따라 드론 또한 미래의 새로운 광고 시장과 더불어 줄기차게 성장하고 있다. 그 미래가 이제 당신의 눈에도 더 이상 낯설지 않을 때가 다가오는 중이다.

  

밤하늘로 떠오르는 군집비행, 드론 라이트 쇼의 화려함을 4차 산업혁명이 발굴한 단순한 하나의 기술로 이해해야 할까? 오히려 시장을 열망하는 사람들의 경제적 열망이 응집한 결과라고 보면 더 현명할 것이다.

 

  


WRITER 아나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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