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펠러는 왜 대부분 짝수일까?
드론은 시끄럽습니다. 돌아가는 건 본래 시끄럽기 마련이지만 드론의 바람을 가르는 날카로운 소리는 쉽게 무시하기 어렵습니다. 이 소리는 회전하는 프로펠러가 공기와 부딪쳐 나는 소리입니다.
저소음 프로펠러는 날개 끝이 뒤로 구부러진 모양입니다. 가장 빠르게 움직이는 날개 끝부분이 공기와 가장 심하게 부딪치기 때문이죠. 그래서 공기와 부드럽게 만나기 위해 프로펠러를 개발할 때는 끝부분 모양에 공을 들이죠. 그런데 프로펠러는 대체 얼마나 빠르게 돌기에 서늘한 소리가 나는지 궁금합니다.
고속 비행을 즐기는 레이싱 드론이 4S 배터리에 2300KV 모터로 최고 속도로 등속 원운동을 한다고 가정합시다. 프로펠러 끝의 속도는 반지름에 각속도를 곱한 값입니다. 이 밖에도 고려해야 할 변수는 많지만 우리는 무지하게 바쁜 현대인이므로 대충 계산하면 257 m/s 입니다. 시속 925 km나 되는 무시무시한 속도죠. 소리의 속도가 340m/s입니다.
물론 여름을 맞이하는 5월의 따스한 바람의 무게가 우리의 작은 드론이 음속 돌파를 맛보도록 내버려둘 리 없지만 드론에 4개나 달려있는 프로펠러가 무시무시한 속도와 함께 멀게 느껴지는 건 10년 된 연인의 숨은 모습처럼 낯설죠. 갑자기 프로펠러가 무섭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갑자기 궁금해 졌습니다. 프로펠러는 어느 방향으로 돌까요? 시계 방향일까요? 아니면 반시계 방향?
프로펠러는 떠오르는 힘, 양력(揚力)을 만드는 날개입니다. 날개의 단면은 바가지 모양을 하고 있는데 이 모양이 떠오르는 힘을 만든다는 걸
뭐하다가 이분은 이게 궁금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바람이 천천히 흐르는 곳과 빠르게 흐르는 곳에 압력 차이가 있을까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실험을 통해 베르누이는 바람이 빠르게 흐르는 곳은 다른 곳보다 압력이 낮아지는걸 찾았습니다. 이게 날개랑 무슨 상관이냐고요?
바람이 빠르게 흐르는 날개 위쪽이 느리게 흐르는 날개 아래보다 압력이 낮습니다. 날개 아래 높은 압력은 낮은 위로 이동하면서 날개를 들어 올립니다. 바람이 빠를수록 그리고 날개가 넓을수록 이 힘은 커집니다. 하지만 빠른 바람을 만들려면 한참을 뛰어야 합니다.
그래서 비행기는 긴 활주로가 필요하죠. 하지만 날개가 앞으로 달려가는 대신 제자리를 빠르게 돌아도 양력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이렇게 프로펠러는 이상한 사람들의 이상한 생각으로 태어났습니다.
양력을 얻기 위해 활주로를 달리지 않아 다행인데 하나면 충분할 프로펠러를 드론은 어쩌다 4개나 가지게 되었을까요? 헬리콥터는 하나만 가지고 잘도 나는데 말이죠.
프로펠러 하나만으로는 날기 어렵습니다. 세상의 모든 움직이는 힘은 반대 방향으로 힘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떨어지는 사과를 보고 물리학의 원조가 되었다는 뉴턴이 알아낸 이 원칙을 작용 반작용의 법칙이라고 부릅니다. 밀면 나도 밀린다는 이야기죠. 물체가 회전하면 고정된 부분은 반대로 회전합니다. 헬리콥터의 꼬리에 작은 날개로 이 힘을 막지 않으면 프로펠러가 회전하는 만큼 몸체도 반대 방향으로 회전해야 합니다.
그래서 드론의 프로펠러는 짝수입니다. 한 개의 프로펠러가 시계 방향으로 돌면 다른 하나는 반시계 방향으로 돌아야 균형이 맞으니까요. 거기에 이동을 위해 앞뒤나 좌우로 드론을 기울기에 프로펠러가 4개는 있어야 하지 않겠어요?
짝수의 프로펠러는 드론이 오른쪽이나 왼쪽으로 회전하는 원리도 숨어 있습니다. 헬리콥터가 방향을 전환하고 싶으면 꼬리 프로펠러의 양력을 조종하면 되지만 꼬리 날개가 없는 드론은 앞에서 살펴본 작용 반작용의 법칙을 사용합니다.
반시계 방향의 회전이 강해지면 시계방향으로 회전하는 힘도 강해져 드론은 시계방향으로 돕니다. 드론의 요(Yaw)회전의 비밀입니다.
프로펠러가 3개인 드론도 있지 않냐고요? 3이란 뜻을 가진 트라이 콥터(Tri Copter)는 앞에 2개 프로펠러와 뒤에 1개 프로펠러를 가집니다. 하지만 뒤쪽의 프로펠러는 드론을 앞으로 기울이는(피치 회전, Pitch) 역할을 하지만 프로펠러의 방향을 바꿔 헬리콥터처럼 요(Yaw)회전을 담당합니다.
프로펠러가 5개인 펜타 콥터(Penta Copter)가 있어도 이런 방법이라면 이상하지 않죠.
드론의 프로펠러는 시계 방향으로 회전하든 반시계 방향으로 회전하든 상관없습니다. 그냥 짝을 맞춰 균형만 잡으면 그만이죠. 하지만 모터가 회전하는 방향과 프로펠러가 양력을 만드는 방향이 반대가 되면 안 되겠죠? 프로펠러가 빠르게 돌면 돌수록 드론은 땅으로 내려갈 테니 말이죠.
하지만 직접 만드는 것이 보편적인 레이싱 드론이 땅으로 꺼지려고 하거나 땅바닥을 무섭게 뒹군다면 프로펠러가 제대로 조립되지 않아서입니다. 그래서 많은 드론들이 오른쪽 앞에 프로펠러는 반시계 방향으로 왼쪽 앞은 시계방향으로 회전하기로 했죠.
누가 프로펠러 방향을 이렇게 정했는지 정확하지 않지만 대부분의 드론은 이 방향으로 회전합니다. 하지만 이 방향이 최선이었나 고민하는 사람들이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오른손 말고 왼손으로 밥 먹으면 안 되냐고요. 이것을 '인버트 요(Invert Yaw)'라고 부릅니다.
반대로 회전하는 편이 좋다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드론으로 저공비행을 하다가 잔디라도 깎으면 깎인 풀이 드론 앞에 위치한 카메라 렌즈를 오염시킬 수 있습니다. 게다가 정면에 나뭇가지와 충돌이라도 하면 프로펠러가 드론 몸체와 나뭇가지에 끼여 더 큰 파손이 생길 수도 있고요. 물론 반대 의견도 있습니다. 드론 카메라 대신 옆구리가 지저분해지고, 드론은 정면으로 충돌하는 경우보다 의외로 옆으로 충돌할 때가 많기 때문이죠.
역학적인 이유로 인버트 요가 유리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프로펠러의 추력 중심은 가운데 있지만 전진할 때 생기는 공기 저항 때문에 밖으로 벌어집니다. 그럼 앞쪽 프로펠러가 만든 바람의 영향으로 뒤쪽 프로펠러의 효율이 떨어진다는 분석입니다. 특히 급한 요(Yaw) 회전에서 뒤쪽 프로펠러가 앞쪽 프로펠러가 만든 난류에 휩싸이는 경우가 적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물론 더 좋은지는 기분만큼의 차이 밖에 없어 어느 쪽이 좋다고 이야기하기 힘듭니다. 하지만 레이싱 드론 파일럿이라면 한번 도전해 볼만하죠. 그렇게 인버트 요를 설정하기는 그렇게 어렵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프로펠러를 반대로 끼우면 되죠. 프로펠러 회전 방향이 반대가 된다고 드론 조종법이 달라지지 않습니다. 프로펠러가 반대로 도는 대신 요(Yaw) 회전 방향도 반대가 되지만 드론의 비행 컨트롤러(FC, Flight Controller)가 알아서 반대로 계산해 줄 테니까요.
드론은 양력을 얻는 방법으로 프로펠러를 선택했을 뿐 모든 드론이 프로펠러를 사용하라는 법은 없습니다.
양력을 얻는데 프로펠러 대신 독특한 방법을 찾아도 좋습니다. 흐르는 바람 안에서 원통을 회전시키면 위로 힘이 발생하는 마그누스 효과(Magnus effect)를 이용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드론은 프로펠러가 만드는 양력보다는 프로펠러 아래로 만들어지는 바람의 양을 계산하는 것이 분석하기 편하기도 합니다. 그러니 프로펠러 없이도 바람을 만든다는 다이슨의 선풍기를 응용해서
퍼덕이는 날개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새들은 1억 5,000만 년 전부터 이 방법을 수련했다고 알려져 있으니까요.
날고 싶은 상상이 비행기를 넘어 드론으로 우리 생활 가까이 다가온 지금, 프로펠러는 하늘을 누리기 위해 잠시 사용하는 방법일 뿐입니다. 우리가 느끼는 하늘이 더 깊어지고 바람에서 느끼는 자유를 더 자세히 이해하는 만큼 중력을 박차고 하늘을 누리는 기술은 발전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하늘을 나는 물건을 하나씩 공부하고 있는 엔지니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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