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있을 건 다 있는 타이니우프 나노
세상에는 많은 드론이 있습니다.
드론을 분류하는 방법도 여러 가지입니다. 드론은 프로펠러가 많은 것이 특징인 만큼 몇 개의 프로펠러를 가지고 있는지로 구분하기도 합니다. 프로펠러가 4개면 쿼드콥터, 6개면 헥사콥터로 분류합니다.
프로펠러가 몇 개건 잘 날기만 하면 그만이라면 세상을 보는 드론, 세상에 보이는 드론, 물건을 나르는 드론 이렇게
하지만 하늘을 나는 것만으로 행복한 우리에게는 가장 중요한건 드론의 크기인지 모릅니다. 큰 드론과 작은 드론은 바람을 가르며 비행하는 느낌이 다르니까요. 가격도 다를 테고요. 드론의 크기는 대각선으로 마주한 모터축이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나로 설명하곤합니다. 이 거리가 210mm라면 210급이라고 부릅니다.
비행을 겨루는 레이싱 드론은 이 크기로 분류하는 경우가 많은데 100급 이하의 마이크로 드론, 200급 정도의 미니 드론이 대표적입니다. 200급도 미니 드론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처음의 레이싱 드론은 500급의 크기가 흔해서 200급 드론을 지금도 미니 드론이라고 부르는 사람이 많기 때문입니다. 100급과 200급 사이의 성격을 모두 가지는 중간 크기의 드론도 있습니다.
드론이 다양해질수록 드론을 만드는 사람들은 지금까지 기준으로는 분류할 수 없는 최초의 드론을 만들고 싶어 합니다. 독특한 기능도 최초가 될 수 있지만 전에 없던 크기의 드론도 관심을 끌기 마련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큰 드론은 취미의 영역을 넘어갈 테니 작은 드론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FPV카메라와 배터리의 무게가 모터와 프로펠러가 만드는 양력과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타이니우프는 레이싱드론의 한 장르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절묘한 균형 때문에 그보다 작은 마이크로 드론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었죠.
만드는 회사만 다를 뿐 타이니우프는 65급에 덕트를 가진 드론으로 표준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 표준을 처음 만든 오리지널 타이니우프 팀은 65mm 크기가 최선이었나 의문을 가지기 시작했나 봅니다. 전에 없던 초소형 레이싱드론을 소개했으니 말이죠.
반짝이는 검은 콩이 연상되는 타이니우프 나노는 55급입니다.
표준 타이니우프 역시 충분히 작기 때문에 나란히 비교하면 조금 작아진 것 뿐인가 싶지만 실제로 모터축과 모터축과의 거리를 재보면 불과 52mm밖에 되지 않습니다. 디자인도 같은 듯 다른 모양입니다. FPV 카메라와 촬영된 FPV 영상을 전송하는 영상전송장치(VTX)가 분리되면서 캐노피는 옆으로 납작한 모양이 되었습니다.
작아진 크기 덕분에 무게는 3g 더 가볍습니다. 고작 3g이라고 비웃기는 이릅니다. 21g의 무게에서 3g이면 14%입니다. 100kg 체중에서 14kg이나 감량한 셈입니다. 체중은 줄었지만 근육량은 그대로 입니다.
지름 6mm, 높이 15mm 크기의 이 모터는 17,000KV 회전 속도를 가집니다. 1V 전압에 17,000RPM의 속도로 회전하는 모터가 최대 전압이 4.35V LiHV(Lithium Polymer High Voltage) 배터리를 만나면 이론적으로 73,950RPM의 고속 회전을 시작합니다.
성능은 같지만 가벼운 무게 덕분에 조금 더 큰 배터리를 사용할 여유도 생깁니다. 200mAh 용량의 배터리 대신 260mAh 배터리가 표준입니다. 30%나 용량이 증가한 만큼 3분을 넘지 못하던 비행시간도 4분으로 늘어났습니다.
작은 드론은 커다란 드론보다 예민합니다.
타이니우프 나노를 제어할 컴퓨터(FC, Flight Controller)는 F3 프로세서로 빠른 처리속도를 자랑하지만 브러시 모터를 제어하는 여느 F3 비행 컴퓨터와 큰 차이가 있습니다.
전선이 3개인 BLDC 모터는 회전 방향을 바꾸고 싶으면 전선에 전류가 들어가는 순서를 바꿉니다. ESC (Electronic Speed Controller, 전자변속기)가 필수인 BLDC 모터에게 회전방향을 바꾸기는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프로펠러가 반대로 돌아 무엇에 쓰냐고요?
브러시 모터는 전류 비율(Duty Ratio)로 속도를 제어하기 때문에 반대로 모터를 돌리는 일은 쉬운 게 아닙니다. 모터를 켜고 끄는 기능만으로 회전속도를 제어하니까요. 하지만 타이니우프 나노의 FC는 모터를 반대로 회전시켜 뒤집힌 드론을 살릴 수 있습니다. 좁은 공간을 비행하는 것이 특징인 타이니우프는 충돌이 많은 만큼 꼭 필요한 기능입니다.
터틀 모드라고 불리는 이 기능은 브러시 모터를 쓰는 드론으로는 인덕트릭스 FPV 플러스가 유일했습니다.
터틀 모드가 가능한 타이니우프 나노의 독특한 FC는 TBS와 함께 개발되었습니다.
처음의 타이니우프는 인덕트릭스의 제어 프로그램을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많은 드론 회사들이 타이니우프를 지향하면서 레이싱 드론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프로그램인 베타플라이트(Betaflight)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타이니우프 나노는 전용 비행제어 프로그램을 사용합니다.
드론은 다양한 비행 제어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종류에 따라 비행의 성격도 달라집니다.
타이니우프 나노를 위한 비행 제어 프로그램인 TBS 헤롤드(Harold)는 초소형 드론 제어를 위한 최적의 PID를 제공합니다.
설정에 따라 비행의 반응이 달라지는 PID제어는 경험 많은 베테랑 파일럿에게도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TBS 헤롤드는 타이이니우프 창시자 제시(Jesse) P가 직접 튜닝한 최적의 PID를 제공합니다.
레이싱 드론을 위한 품질 좋은 영상송수신 장치로 유명한 TBS인 만큼 타이니우프 나노의 VTX는 세상에서 가장 작다는 TBS 유니파이 프로 나노(Unify Pro Nano)입니다. 크기가 작다보니 FPV 영상 채널을 바꿀 버튼을 넣을 공간조차 부족합니다. 타이니우프 나노에는 조종기와 수신기를 연결할 때 필요한 버튼 하나만 겨우 들어갈 정도입니다.
700TVL(TV Line) 해상도의 FPV 영상 채널을 바꾸기 위해서는 FPV 고글 화면에서 조종기로 변경하는 스마트 오디오(Smart Audio) 기능이 필수 입니다. 스마트 오디오는 수신기의 오디오를 전송하기 위해 만든 신호를 FPV 영상 채널 변경 신호로 활용한다고 해서 붙은 이름입니다.
하지만 타이니우프 나노 전용 조종기는 더 간편하게 FPV 채널을 바꿉니다.
전용 조종기는 단순한 입문용 조종기로 보기에 기능이 기대 이상으로 다양합니다.
FrSky 기준의 수신기를 사용하는 타이니우프 나노는 타라니스(Taranis) 같은 다른 조종기로 제어가 가능하지만 비행 제어 프로그램을 베타플라이트 대신 TBS 헤롤드를 사용하는 덕분에 조종기 설정이 조금 복잡해 졌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완성된 타이니우프 나노는 그 작은 크기 때문에 더 작은 공간을 돌파할 수 있습니다.
제시(Jesse) P의 타이니우프는 필요한 부품을 모아 직접 만들어 즐기는 드론에서 출발한 드론의 하위 문화였습니다.
하지만 부품을 구하기 어렵거나 직접 만들 자신이 없는 사람들을 위해 타이니우프는 사이트를 개설하고 본격적으로 타이니우프를 판매합니다. 그래서 TBS와 함께 개발한 타이니우프 나노는 타이니우프의 새로운 도약입니다. 오리지널 타이니 우프는 스티브잡스가 차고에서 만든 최초의 애플 컴퓨터 같이 수공품 분위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타이니우프는 아는 사람만 아는 매니악한 드론이었는지 모릅니다.
마이크로 레이싱 드론은 많은 드론 입문자에게 좋은 출발점입니다. 시뮬레이터에서 얻지 못하는 사실감과 작은 드론 만의 독특한 비행 때문이죠.
물론 아나드론스타팅이 추천했던 최저가 마이크로 레이싱 드론과 비교하면 타이니우프 나노의 가격은 비싼 편입니다.
그래서 타이니우프 나노는 초심자보다는 익숙하지만 낮선 세상을 비행하고 싶은 레이싱드론 파일럿을 위한 드론인지 모릅니다. 55급의 타이니우프 나노는 지금까지 어떤 드론도 통과해 본 적 없는 작은 틈 사이를 비집고 비행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폭염에 프로펠러마저 녹일 듯한 날씨, 시원한 에어컨과 수박화채 그리고 타이니우프 나노를 쫓는 고양이가 생각나는 여름입니다.
하늘을 나는 물건을 하나씩 공부하고 있는 엔지니어입니다.
http://blog.naver.com/smoke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