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chine이 새로 선보인 ev300d FPV 고글
노리던 물건에 구입까지 이르려면 수많은 고민이 필요합니다. 이 구매가 나의 삶에 어떤 영향을 줄까? 지금 나의 구매력이 이 욕구를 감당할 수 있을까? 이 상품이 줄 수 있는 즐거움이 얼마나 길게 유지될까? 고민은 점점 깊어만 갑니다.
그러나 구매의 고민이 겨울밤 아랫목의 목화 이불처럼 한없이 묵직해져 갈 때, 우리에게는 선택을 후회 없이 만들어주는 확고한 기준이 있습니다. 가성비입니다.
가격에 비해 착한 성능을 나타내는 지표인 가성비는 마냥 싸다고 높다고 평가하지 않습니다. 일정 수준의 성능과 품질을 만족해야 하는 건 물론이고 그럼에도 유사 제품과 비교해서 낮은 가격을 유지해야 합니다. 그것을 우리는 가성비 갑이라고 부르죠.
새로운 제품이 끝없이 등장하는 드론 시장은 다양한 종류만큼 가성비를 중요하게 여깁니다. 레저용 드론의 정상을 차지한 DJI의 드론은 다른 드론과 비교하면 항상 비싸지만
물론 좀처럼 두둑해지는 일이 없는 슬픈 우리의 지갑으로는 성능을 중시한 가성비는 구매 대상에서 멀어지지만 세상에는 셀 수 없이 많은 드론이 있습니다. 드론스타팅의 고민도 이런 드론을 찾는 일이지요.
그리고 드론의 가성비를 논하면 항상 등장하는 드론 회사가 있습니다.
재미있어 보인다면 어떤 드론이든 개발하는 이신(Eachine)입니다.
어떤 드론 회사보다 다양한 종류의 드론을 판매하는 이신은
너무 다양해 이것저것 다 파는 분식집같이 전문성에 신뢰가 떨어질 때도 있지요. 하지만 레이싱 드론 분야에서는 비슷한 성능의 다른 제품보다 뛰어난 가성비를 가진 제품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성비의 이신답지 않게 종종 고가의 제품을 선보이기도 합니다.
하늘을 날아 즐겁다면 조금 이상하게 생긴 드론도 거침없이 생산 라인을 가동하는 이신이지만 묘하게도 레이싱 드론에 대해서는 상당히 높은 평가를 받는 제품을 소개하곤 합니다.
특히 높은 가격으로 레이싱 드론 입문에 가장 큰 장벽이던 FPV 고글도
레이싱 드론 입문자의 지갑에 가장 큰 타격을 주는 제품은 안경형 FPV 고글입니다. 안경형 FPV 고글은 이신의 다양한 박스형 고글로 저렴하게 만난 다음에 천천히 도전해도 좋았습니다. 그러나 레이싱 드론 분야에서 가성비로 명성을 쌓던 이신은 어느 날 갑자기
물론 관세도 용서하지 않는 400USD가 훌쩍 넘어가는 다른 FPV 고글에 비해 EV100은 아쉬운 성능이었지만 안경형 FPV 고글을 100USD 이하로 만날 수 있다는 것은 FPV 고글에 대한 이신 다운 도전이었습니다.
이신 제품으로는 좀처럼 만나기 힘든 300USD의 높은 가격의 FPV 고글이지만 1280 x 720 px 해상도에 HDMI 영상 입력 단자까지 갖추었습니다. EV200D는 지금 기준으로도 어떤 FPV 고글보다 높은 가성비를 자랑합니다.
EV200D의 ‘D’는 다이버시티(Diversity)를 의미합니다. 4개 중에서 수신 감도가 가장 높은 안테나의 영상을 선택하는 기능입니다. 다이버시티 기능을 가진 4개의 안테나가 수신한 영상을 모두 합치는 것도, 강한 전파를 선택한다고 해서 깨끗한 영상을 보증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다이버시티 방식의 영상 수신기는 영상이 끊기는 경우를 좀처럼 만나기 힘들죠. 4개의 안테나가 동시에 영상 전파 를 수신하지 못하는 경우는 거의 없으니까요. 그래서 FPV 고글을 평가할 때 영상 전파 수신 방식은 중요한 덕목 중 하나입니다.
단단한 가성비는 자랑하던 이신이 뜻밖에 새로운 FPV 고글을 선보였습니다.
최근 DJI가 시작한 디지털 FPV 시스템 때문에 많은 FPV 고글 회사들이 디지털 영상 수신에 대응한 제품을 서둘러 출시하는 듯합니다. EV300D 역시 마지막 아날로그 FPV를 위한 제품 중 하나입니다.
FPV 고글계의 DJI인 팻샥도 최근 디지털 영상 수신을 염두에 둔 아날로그 FPV 고글 HDO2를 출시했습니다.
EV300D의 디자인은 EV200D를 닮아 있습니다.
끊기지 않는 영상을 위해 영상 수신기가 좌우로 2개나 적용된 건 이신 고글의 전통이 되려나 봅니다. 물론 EV300D도 팻샥 고글용 별매 영상 수신기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신의 영상 수신기와 다른 회사 수신 기의 혼종은 비추라고 합니다.
EV300D는 총 72채널을 수신할 수 있는 영상 수신 모듈이 2개나 되지만 안테나는 별매입니다.
아무리 가성비를 자랑하는 이신이라지만 안테나 4개에 18650 배터리까지는 넣어주기에는 무리였나 봅니다.
HDO2가 호평을 받은 시력 보정 기능을 EV300D에서도 찾을 수 있습니다.
디스플레이를 앞뒤로 움직이는 구조는 EV100에서 처음 적용되었다가 EV200D에서 사라졌지만 EV300D가 다시 이어받아 반갑습니다. 하지만 기능은 HDO2보다 뛰어납니다. HDO2가 -6에서 +2 디옵터까지 조절이 가능하면 EV300D는 그보다 큰 -6에서 +3까지입니다.
팻삭의 HDO2는 시력 보정 기능을 넣으면서 보정 렌즈를 끼우는 구조를 넣지 않아 이 범위를 넘어서는 시력을 가진 파일럿은 포기했습니다. 그러나 이신의 EV300D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시력에 대해 너그러운 만큼 HDO2에 처음 적용되어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켰던 파워 버튼 따위는
DVR의 비행 영상도 H264 형식으로 저장합니다. HDO2의 DVR보다 더 높은 프레임과 더 좋은 화질의 녹화가 기대됩니다. 해상도 역시 어디에 내어놓아도 뒤처지지 않습니다. EV300D의 해상도는 1280 × 960 px입니다. HDO2와 동일합니다. 다만 화면의 크기를 가르는 FOV는 42도로 전 버전인 EV200D와 동일합니다.
OLED 디스플레이를 적용한 최강의 FPV 고글인 HDO2와 비교하면 FOV와 액정화면(LCoS)에서 아쉬운 사양입니다. 그러나 4개의 영상 수신 안테나가 가능하고 더 높은 품질의 DVR은 EV300D이 HDO2를 앞섭니다. 게다가 OLED가 아닌 서운한 마음은 가격이 위로해줍니다. 두 고글의 가격차이는 180USD나 됩니다.
FPV 영상에도 불기 시작한 디지털에 대해서도 마냥 손놓고 있지 않습니다. 당연히 EV300D는 디지털 영상을 입력받을 미니 HDMI 포트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수련을 위한 시뮬레이션을 제외하고 FPV 고글을 단순히 영상을 즐기는데 사용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겠지요.
EV300D의 높은 해상도는 팻샥의 디지털 FPV 시스템인 바이트 프로스트와 연결을 기대해 볼 수 있지만
고글에 내장되는 디지털 영상 수신기도 기대해 봅니다. EV300D의 안테나는 DJI의 그것처럼 이미 4개를 설치할 공간이 있으니까요.
이신은 재미있는 드론 회사입니다. 아주 저렴한 드론에서 아주 이상한 드론까지, 가성비 높은 FPV 고글에서 재미없이 뻔한 드론까지 제품이 다양하기로는 감히 따를 데가 없는 드론 회사입니다. 휴대용 배터리부터 공기청정기까지 파는 샤오미와 닮아 있기도 합니다.
다양한 제품군을 가진 만큼 이신은 시리즈로 이어지는 제품은 그리 많이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FPV고글은 100에서 300까지 높아지는 숫자만큼 계속해서 가성비 높은 제품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제품으로 많은 드론 팬을 즐겁게 한 이신이 FPV 고글같이 비싸지만 전문적인 제품을 출시한 데는 가성비 이상의 믿음을 쌓아온 덕분 아닐까요?
이신의 FPV 고글 시리즈 중에서 DJI와 같은 디지털 FPV 기술을 만날 날을 기대해 봅니다.
하늘을 나는 물건을 하나씩 공부하고 있는 엔지니어 입니다.
http://blog.naver.com/smoke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