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축 짐벌을 장착한 저렴한 드론, 이신 EX4
드론 하면 떠오르는 회사가 있습니다.
하지만 드론 좀 안다는 사람이라면 지나치기 힘든 재미있는 드론 회사가 있습니다.
날아서 즐겁다면 뭐든 출시하는 드론 회사 이신(Eachine)입니다.
이신의 드론은 재미있습니다.
하지만 이신은 단순히 완구형 드론의 즐거움만 추구하는 회사가 아닙니다.
레이싱 드론의 배터리를 4S에서 6S 출력으로 바꿔야 하나 고민하던 때, 과감하게 6S 배터리 전용 레이싱 드론을 출시해서 우리를 놀라게 하기도 했지요.
하늘을 날 수만 있다면 어떤 모양이든 어떤 기술이든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는 듯 다양한 드론을 출시하던 이신이지만 이상하게 시도하지 않던 드론이 있습니다.
초기 패럿의 드론이나 DJI의 텔로처럼 촬영한 영상을 소프트웨어로 한 장씩 잘라 붙이는 방법으로도 안정적인 영상을 만들 수 있지만 이 방법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넓게 촬영한 영상을 잘라 편집해야 하니 화면이 좁아지고 해상도도 떨어지지요. 그런데 영상에 크게 공을 기울이지 않던 이신이 3축 짐벌 카메라를 가진 드론을 소개했습니다.
이신은 대체 무슨 약을 드셨길래 이런 기묘한 드론을 만들었을까 싶다가도 전문 FPV 고글 같은 제품처럼 터무니없이 진지함도 가지고 있습니다. 이신의 드론은 갈피를 잡기 힘들어 우리를 즐겁게 하지만 우리가 이신의 드론을 좋아하는 이유는 더 있습니다.
DJI 매빅 에어 같은 드론인데 무척 쌉니다. 사진=https://www.eachine.com
싼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지만 꼼꼼히 살펴보면 항상 저렴한 가격 이상의 성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용서가 되지요. 하지만 3축 짐벌은 저렴함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3축 짐벌은 3개의 모터가 필요합니다. 보통의 드론은 이미 4개의 모터를 가지고 있으니 3축 짐벌 드론은 모터가 7개나 됩니다. 저렴하기가 쉽지 않지요.
비슷한 사양의 3축 짐벌을 가진 드론과 비교해도 더 저렴합니다.
최저가 항공촬영 드론으로 꼽혔던 드론 지노 드론보다 쌉니다.
이쯤 되면 이 드론, 정상적으로 동작할까 하는 의심은 이성적입니다. EX4 드론의 사양을 꼼꼼히 살펴봅시다.
DJI 매빅 에어의 디자인에 깊은 감명을 받은 EX4는 접었을 때 크기까지 177x90x55mm로 매빅 에어와 비슷합니다. 물론 저렴한 만큼 호사스러운 충돌 방지 센서 따위 없습니다.
항공 촬영을 위한 드론이 가져야 할 기본적인 센서는 모두 가집니다. 물론 프로펠러를 회전시킬 모터도 긴 수명과 높은 신뢰성을 가진 BLDC(Brushless DC) 모터입니다. 이신은 레이싱 드론 외에는 BLDC 모터 사용을 아꼈는데 반갑습니다. BLDC 모터 EX4의 최고 비행 속도는 시속 36km입니다.
25분간 비행할 수 있는 거리는 1.2km입니다. 취미 비행으로 충분한 비행시간과 짧지 않은 비행 거리입니다.
하지만 4K는 사진의 해상도입니다. 영상은 1080p 해상도에 24fps로 다른 항공 촬영 드론의 사양보다 떨어집니다. 215불에 담을 수 있는 성능의 한계인가 봅니다.
스마트폰 화면으로 720p의 비행 영상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EX4의 조종기는 가격에 비해 완성도는 높습니다.
배터리가 부족하거나 조종기 전파 수신상태가 좋지 않으면 자동으로 동작합니다. 촬영을 돕는 자동 촬영 모드도 있습니다.
지도에 표시한 순서를 따라 비행하는 웨이포인트(Waypoint) 비행, 설정한 점을 중심으로 회전하면서 촬영하는 POI(Point of Interest) 비행, 그리고 설정한 타깃을 졸졸 쫓아다니며 촬영하는 팔로 미(Follow Me) 비행도 준비돼 있습니다.
항공 촬영 드론이 가지는 기본 기능을 빠짐없이 가진 EX4는 다른 드론보다 매력 있게 다가옵니다.
가장 저렴하거든요. 촬영 영상의 품질이 조금 아쉽지만 그래도 매력을 더하는 장점이 한 가지 더 있습니다. 드론과 배터리, 배터리 충전기 그리고 조종기와 여분의 프로펠러 거기에 공구까지
가방은 사은품입니다.
EX4는 전방에 짐벌 카메라 외에 카메라를 하나 더 가지고 있습니다. 아래를 향한 카메라인 옵티컬 플로(Optical Flow)는 보통 바닥의 패턴 변화를 관찰해서 드론의 움직임을 제어하는데 사용합니다.
기본에 충실한 기능에 하단 카메라라는 매력 그리고 소박한 나의 지갑 사정까지 고려한 EX4. 지르지 않을 이유는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결제 버튼을 누르기 전, 그냥 지나치기에 신경 쓰이는 고민이 남습니다.
항공촬영의 생명은 영상의 품질입니다. 4K를 감상할 텔레비전도 없고 EX4의 가격을 생각하면 1080p 해상도는 합리적이지만 초당 24프레임은 답답합니다.
물론 하늘에서 본 풍경은 빠르게 움직이지 않으니 3축 짐벌로 충분하겠다 싶지만 짐벌로 잡아내지 못하는 옥에 티는 더 있습니다.
짐벌은 앞뒤 좌우로 회전하는 드론의 움직임을 카메라와 분리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래서 드론의 진동은 어쩌지 못합니다. EX4의 리뷰 영상들을 살펴보면 가끔 젤로 현상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AS가 쉽지 않은 드론에게 교환 부품은 반갑지만 이렇게 수리한 EX4의 영상이 젤로 없이 깨끗할지는 아무리 드론 수리 경험이 많은 고수도 자신하기 어렵습니다. 충돌 없이 조심스럽게 무사고 비행을 이어간다면 괜찮지만 충분하지 않습니다.
짐벌이 아무리 드론의 움직임을 잡아도 드론이 이리저리 움직이면 영상도 흔들리기 마련입니다. 437g 무게의 드론이지만 리뷰 영상을 보면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는 것이 발견됩니다. 최고 비행 속도 36km로는 바람으로부터 EX4를 지키기 충분하지 않은가 봅니다.
비행뿐만 아니라 비행을 준비하는데도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아무리 25분을 비행해도 50분을 비행하려면 두 개의 배터리가 필요합니다. 충전하는데 10시간입니다. 5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충전기를 하나 더 사는 편이 정신건강에 좋겠다는 판단은 이신의 매출 향상을 위한 큰 그림인지도 모릅니다.
이신의 EX4를 인터넷에서 찾다 보면 같은 디자인의 드론을 더 만나게 됩니다.
이신 로고 대신 JJRC가 다를 뿐입니다.
같은 얼굴에 사양까지 동일합니다. 중국의 드론 중에는 이렇게 같은 드론을 서로 다른 회사의 서로 다른 이름으로 만나기도 합니다. 아마도 이신은 EX4 드론을 판매하는 드론 백화점의 역할을 하나 봅니다. 그러니 EX4를 구매하신다면 JJRC나 CFLY와 비교해서 가장 저렴한 제품을 선택해도 좋습니다. 어떤 제품을 골라도 3축 짐벌 드론 중에 이보다 저렴한 드론은 아직 없습니다.
아쉬운 사양이 계속 마음에 걸리신다고요? 비용을 조금 더 들이더라도 DJI 같이 명망 있는 제품이 좋을지 모릅니다. EX4의 215불도 작은 비용은 아니지요. 아쉬운 점에 새 드론으로 업그레이드를 반복하는 것보다 하이엔드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비용이 더 저렴할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최저가 드론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모든 기술이 그렇듯 더 비싼 드론이 등장할수록 최저가 드론의 성능도 계속 발전하니까요. EX4의 아쉬움을 지울 드론을 더 저렴하게 만났으면 기다려 봅니다.
하늘을 나는 물건을 하나씩 공부하고 있는 엔지니어 입니다.
http://blog.naver.com/smoke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