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극복 응원 드론 라이트 쇼
대한민국의 드론 라이트 쇼(Drone Light Show)가 세계 각지에 잔잔한 감동을 전하고 있다. 지난 7월 4일 늦은 저녁 여의나루 한강공원에서 사전 예고 없이 진행된 <코로나바이러스-19 극복 및 국민 희망 메시지 전달을 위한 #덕분에 챌린지 드론 플래시몹>은 국토교통부와 보건복지부가 공동으로 주최하고 항공안전기술원이 주관해 기획한 행사이다.
국내 스타트업인 유비파이에서 개발한 드론 300대를 투입해 "사회적 거리두기, #덕분에 챌린지 등 코로나19(COVID-19) 극복을 위한 메시지 전달"을 주제로 약 10여 분간 "마스크 쓰기, 사회적 거리두기, 손씻기, 덕분에 챌린지, 국민덕분에, Thanks To You, 힘내라 대한민국, 태극기" 등을 형상화하거나 글씨를 통하여 메시지를 전달했다. 행사 당일 국토교통부와 보건복지부 유튜브를 통해 실시간 전 세계로 중계됐고, 주말저녁 한강을 찾은 시민들의 SNS를 통해 빠른 속도로 세계각지에 대한민국 드론 라이트 쇼의 감동을 고스란히 전달했다.
무엇보다도 해외언론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국내 언론의 반응은 개최 소식을 전달하는 수준에 그쳤으나, 해외에서는 메이저 언론을 중심으로 드론 라이트 쇼가 끝난 이후에도 지속적인 보도가 이어졌다. 기획의도와 영상으로 전해지는 감동을 기사화하고, 후속기사로 국토교통부와 항공안전기술원 담당자들과 나눈 인터뷰 내용까지 포함하는 심층 보도를 재생산, 재전파 했다.
CNN
Headline : "300 drones flew above Seoul to thank frontline workers and encourage coronavirus preventative measures"
Running Text : 공연 내용과 함께, 코로나 방역지침을 준수하기 위하여
사전 홍보 없이 드론 쇼를 진행한 준비성에 의미를 부여했다.
"The drones were used to create images of medical workers in protective gear along with images of handwashing, people wearing masks and people socially distancing from one another. To avoid having large crowds gather to watch the spectacle, the light show was not advertised ahead of time. (드론은 보호장구를 착용한 의료진의 모습, 손 씻기, 마스크 착용 생활화, 사회적 거리두기 이미지를 형상화했고, 많은 인파가 모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라이트 쇼를 사전에 광고하지 않았다)".
로이터(Reuters)
Headline : "Hundreds of drones light up Seoul night sky with coronavirus advice"
Running Text : 대한민국 드론 기술 수준에 대한 놀라움을 집중적으로 보도하며, 대한민국 드론 기술의 잠재성이 드론 쇼를 통해 보여주고 있음을 강조했다.
"A horde of pin-point lights lifted into the air in military-like formation (군사대형 같은 드론쇼의 칼군무)"
"The 900-gram drones employed real-time kinematic (RTK) satellite positioning with additional antennae to increase accuracy(정확한 위치정보 기술)"
NBC, AFP, Forbes, Independent, Standard, BBC
이 외에도 해외 유수의 언론들이 국토교통부와 항공안전기술원에서 제공한 영상을 다양한 형태로 소개했다.
해외 언론보도의 결론을 정리하면 크게 세 가지이다.
첫째, 참신한 콘텐츠 및 기획의도이다. 전 세계인에게 최대 현안인 코로나19를 주제로 적절한 시기에 지칠 대로 지친 세계인의 마음을 잔잔하게 위로하는 메시지를 담았다는 반응이다. 이번 플래시몹 행사는 기획에 참여한 필자의 입장에서 보자면 사실 국제적인 반향을 크게 고려하지 않은 국내용 기획으로 준비한 행사였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세계인의 공통 관심사인 코로나19에 대한 위로 메시지를 가장 간결한 이미지로 전달함으로써 보는 이들의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어 애초의 의도가 확대된 면이 없지 않다.
둘째, 절제된 방식의 사전 예고 없는 플래시몹에 대한 찬사다. 드론 라이트 쇼의 필수요소가 다수의 관객임에도 불구하고, 보도자료 배포 등 전통적인 방식의 언론을 통한 사전 모객 행위 없이 코로나바이러스-19의 행동수칙을 준수한 기획이었다. 바로 그 점이 보는 이들의 마음에 공감을 일으킨 또 하나의 동기가 됐다.
셋째, K-방역을 통해 코로나19 극복의 모범국가로 각인된 대한민국에서 자체 기술력만으로 드론쇼를 진행했다는 점이다. 이번 드론 라이트 쇼보다 훨씬 먼저, 그리고 1000대 이상 대규모로 행사를 기획하고 공연한 국가나 기업은 적지 않다. 이에 비해 불과 2년 정도의 업력을 지닌 스타트업이 진행한 300대 소규모 공연이었음에도 크게 이슈가 된 것이다. 대한민국이 코로나19 극복의 모범을 보인 국가로 세계 속에 각인됐다는 사실이 함께 어우러져 시너지 효과를 나타냈다고 볼 수 있다.
대한민국의 드론 라이트 쇼의 출발점은 아이러니하게도 2018년에 열린 평창동계올림픽이었다. 세계인의 향연인 올림픽이 드론 라이트 쇼를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소개한 본격적인 쇼케이스가 된 셈이다. 당시 인텔사는 플라스틱 및 폼으로 제작된 무게 330g인 '슈팅스타' 1218대를 투입했다. 40억 가지가 넘는 LED 색을 조합해 오륜기, 스노보더 등 세계인의 가슴에 오래 기억될 드론 라이트 쇼로 개막식을 연출했고, 경기 별 메달 수상자를 위한 세레모니를 독점 수행했다.
필자는 드론을 이용한 야간비행의 가능여부를 승인하는 특별비행승인 책임자로 현장에서 인텔사의 승인범위 비행여부 및 제시된 안전대책 준수여부를 확인하면서 드론 라이트 쇼의 요구기술과 광범위한 활용시장, 체계적인 관련 산업 육성의 필요성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평창 동계올림픽의 드론 라이트 쇼 이후 국내의 반응은 우리나라에서 펼쳐진 올림픽 무대에 오른 드론 라이트 쇼의 주인공이 국내업체가 아니라는 사실에 모아졌다. 실망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언론과 산업계를 포함하여 다수 채널로부터 안타까운 반응과 자조 섞인 질문을 감내해야만 했다. 팩트는 올림픽 시점 대비 국내 기술력으로 드론 라이트 쇼를 사업화할 수 있는 업체가 없었다는 데 있다. 인텔 수준은 아니더라도 올림픽 무대를 장악할 수 있는 퍼포먼스 기술력이 국내에 없었다는 사실이다.
아울러 올림픽 무대에서 독점권한을 부여받기 위해 필요한 "The Olympic Partner" (TOP) worldwide sponsorship program은 수천억 원의 예산투입이 필요하여 산업계의 의지만으로는 사실상 불가능 수준이었다. 인텔은 IOC와 2024년까지 5G platforms, VR, 3D and 360-degree content development platforms, artificial intelligence platforms, drone light show 등 Intel technology를 2018 평창 동계올림픽, 2020 도쿄 하계올림픽,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2024년 하계올림픽(장소 미정)까지 TOP로 지정받은 상태이다.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 국내 드론 라이트쇼는 국토교통부와 항공안전기술원에서 관리 중인 드론 규제샌드박스사업을 통해 사업자를 발굴하고 초기 사업화에 필요한 재정지원 및 특별비행 장기지원, 다양한 실증 및 시연지원 등을 통해 빠른 속도로 사업화 영역으로 발전하고 있다.
2019년 3월 '드론 규제샌드박스 박람회'를 통하여 100대 비행을 성공적으로 시작한 이후, 11월에 150대, 2020년 7월에는 300대 수준까지 진화했고, 3개 스타트업 기업들이 각축을 다투고 있다. 프로야구 경기, 6•25 70주년 기념식, 한-아세안 특별정상회담 등에서 성장하는 기술력을 공개하고, 그 가능성과 기대를 극대화하고 있다. 인텔, 파이어 플라이, 이항 등 자금력•기술력•업력이 풍부한 선두그룹에 대응할 만한 수준은 아니더라도 2년여의 짧은 기간 동안 기술과 인력, 퍼포먼스 분야의 집중 투자와 개발로 격차를 좁히고 있다. 드론 라이트 쇼를 배가하는 콘텐츠 기획 분야에서 경쟁기업을 한 발 앞서는 전략 또한 Key Factor로 육성하고 있다.
반면 국내 드론 라이트 쇼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공세적인 지원과 시도가 필요하다. 7월 4일의 '#덕분에 챌린지 드론 플래시몹' 이후 300대를 넘어서 최대 가능수준에 대한 문의가 있는 상황이다. 현재 국내 수준은 300대 이상의 드론 라이트 쇼 운용이 충분히 가능하나, 운영주체인 기업의 한정 예산으로 인해 규모를 늘리기에는 한계에 이르고 있는 실정이다.
드론 대수의 증가는 기술력보다는 자금의 문제로 간주되는 사안이므로, 예산의 압박을 받는 국내 드론 라이트 쇼 기업에 관심의 눈길을 주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실질적인 안정적 예산확보(대기업연계 투자유치 등) 지원책이 중요하다. 필자는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 드론 라이트 쇼를 육성하는 과정에서 가장 사업성 있는 드론 쇼의 대수 범위를 300~500대로 판단한 바 있다.
드론 라이트 쇼에 투입되는 대수의 증가는 결국 대수에 비례하는 이착륙공간을 요구하며, 이는 대도시권에서 드론 라이트 쇼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그 근거이다. 아울러 300~500대의 경우 10자 이상의 글자와 형상화된 이미지를 제약없이 만들고 간격(해상도) 또한 이미지를 해치지 않은 정도로 정교한 수준으로 가능하다는 추가적인 근거에 기인한다.
또한 도심 드론 라이트 쇼가 가능한 공간 확보(지상 이착륙장+비행공역)가 필요하다. 사실 이번 여의도 드론 라이트 쇼는 원래 의도된 공간이 아니었다. 첫 번째 공간은 도심 라이트쇼가 갖는 임펙트를 고려해 도심 속 역사적이고 의미 있는 장소를 선정했으나, 구체적이지 않은 '만의 하나'라는 이유로 거부됐다.
수차례의 현장 확인과 관련 부처·기관의 협조를 통해 여의나루 한강부지의 최소 범위를 대안으로 선택했다. 드론 라이트 쇼가 다수 관중을 상대하는 만큼 만일의 상황을 고려한 Fail-Safe 시나리오는 일반 임무를 수행하는 드론에 비해 더 촘촘히, 더 다양한 옵션으로 3~5개 수준으로 설정된다. 투입되는 드론 또한 충돌을 고려한 500g 전후 무게의 유연한 재질로 만들어진다. 이런 점 등을 고려하여 유연성 있는 공간제공이 가능해야 한다.
200 Drones Starting at $99K (solid, 2D shapes and imagery),
300 Drones Starting at $199K (3D shapes and animations),
500 Drones Starting at $299K (more complex animations and scenes)
인텔 홈페이지에서 제시하고 있는 드론 라이트 쇼 가격이다. 가격의 적정성, 높낮이를 떠나 수요가 창출되고 있는 드론 활용 유망 사업 분야로 정착됐고, 이에 따라 우리나라도 노력과 기술, 시장공략 전략에 따라 광범위한 글로벌 시장을 노려볼 수 있다는 전망도 가능하다는 결론이다. '#덕분에 챌린지 드론 플래시몹'은 대한민국 드론 라이트 쇼를 글로벌 시장에 각인한 출발점이었다. 부족한 기술은 기획력으로, 한정된 예산과 경험은 정부와 산학연의 육성과 협업으로 간극을 좁히려는 드론산업계의 노력과 함께 각자 모두의 제 역할이 빛을 발하기를 기대한다.
항공안전기술원 드론안전본부장
드론관련 법, 제도, 정책연구 및 드론규제샌드박스사업, 드론 교통관리체계 구축 등 다수의 국가사업 및 연구개발사업의 책임자
국무총리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획재정부, 경찰청, 육군, 공군 등의 드론 관련 혁신성장 자문위원, 정책발전 자문위원 등으로 활동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