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간 경쟁제품
관세청이 밀수품 등을 가려내기 위해 드론(무인항공기) 10대를 도입했지만 성능 문제로 단 한 건의 위법행위도 적발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지난 8월 17일자 일간지에 "밀수품 단 한 건도 적발 못해…… 관세청 '부실 드론' 도마 위에"라는 기사가 실리기도 했다. 관련 규정상 정부 부처 등은 국내 중소기업 드론만 쓸 수 있어 실력이 부족한 회사가 납품업체로 선정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런데 과연 이 기사의 내용은 일반화할 수 있는 Facts를 포함하고 있는가? 수요자 성능에 부합하지 못한 제품을 납품해 업무수행에 차질을 발생시킨 납품업체의 책임을 논외로 하고, 반복적으로 거론된 '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법률'에 의한 중소기업제품 구입이 근본적인 문제의 출발점일까? 제도화 과정과 Facts & Truth는 무엇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우선 위의 기사내용을 구체적으로 확인, 분석하기 위하여 원문이 수록된 국회예산정책처 발간 <2019 회계연도 결산 위원회 별 분석> 보고서를 살펴보면 이렇다. 관세청은 2018년 항만감시 및 밀 수단속 등을 위해 6대의 드론을 도입, 시범 운영했다. 6건의 관세법 위반행위 적발 등 실효성을 검증함에 따라 2019년 부산세관 10대, 2020년 인천세관에 4대의 드론을 각각 도입하기로 결정했으며, 30명의 드론 운용 인력양성, 드론 통신료 및 보험료, 부수 장비 도입 등을 편성했다.
이에 따라 2019년 당초 10대의 드론 기체, 고성능카메라(열화상(EO/IR 5대, Color Night Vision 5대) 및 이를 운용하기 위한 통합관제시스템을 9월에 도입 완료해 항만감시 및 범죄 현장 증거 채집 등 조사, 화물 반출입 위험요인 감시 등 통관 업무 지원에 활용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드론 조종기와 기체 간 송수신 전달 오류로 전복되거나 부산항만내의 전파간섭으로 인해 운행이 불가능하게 되는 등 성능 문제로 인해 리콜을 실시하게 됐으며, 그 결과 관세청이 보유한 10대의 드론은 도입 이후 2020년 6월 26일까지, 월말까지 운용 일수가 19일, 총 운용 시간이 9시간 25분에 불과하고 드론을 이용한 위법행위 적발 건수는 없었다는 게 해당 보고서의 기록이다.
보고서는 이처럼 드론 도입이 지연되고 고장 문제가 발생한 이유로 경험이 부족한 업체가 계약업체로 선정되었기 때문이라고 적시하고 있다. 드론이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으로 선정되어 정부 및 공공기관은 국내 중소기업에서 제작한 드론만 구입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기업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법률」 및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 및 공사용자재 직접구매 대상품목 지정내역 고시」에 따른 것이었다.
해당 납품업체는 2019년 하반기부터 산업용 드론을 정부 등에 납품하기 시작한 기업이다. 관세청은 계약 과정에서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기업과 감시 업무에 요구되는 드론의 성능사양 등을 협의하고 실제 납품받는데 있어 상당 시일이 소요되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이해 드론과 같은 국내 신산업 육성을 위하여 정부 및 공공기관에서 국산 중소기업 제품을 우선적으로 구매ㆍ활용하도록 할 필요성은 있으나, 정부 사업 수행에 필요한 기술수준 등을 함께 고려해 도입을 진행해야 할 것이다. 이에 대한 고려 없이 드론 도입을 하는 경우, 사업에 드론을 제대로 활용할 수 없게 되어 예산낭비가 발생할 수 있다."라고 강조하고 있다.
보고서에 명시된 것처럼, 2017년 10월 정부는 중소기업 판로 지원과 신성장 산업 육성을 위해 드론을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으로 지정했다. 경쟁제품 지정제도는 「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법률(판로지원법)」 제6조에 근거하며, 공공기관이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지정한 물품 및 서비스를 구매하는 경우, 직접 생산하는 중소기업으로부터 해당 제품을 구매하도록 의무화한 제도다.
이 제도를 통해 연간 공공구매 10억 원 이상, 직접 생산 중소기업이 10개 이상인 제품을 지정하며, 지정을 요청할 경우 해당 제품 분야 중소기업 육성 및 판로 지원 필요성을 검토한 후 공청회ㆍ예고ㆍ검토ㆍ추천(중기중앙회) → 부처간 협의, 운영위원회 심의 등의 절차를 거쳐 최종 지정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또 지정된 제품은 제도의 안정적 운영과 구매 기관 및 납품 업체의 혼란 방지를 위해 판로지원법 시행령 제6조제4항에 따라 3년간 지정 효력이 유지된다.
경쟁 제품은 판로지원법 시행령 제6조제1항 및 제4항에 따라 3년에 한 번씩 지정하고 지정이 유지되는 기간에는 별도의 추가 지정을 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드론의 경우 국내 생산 중소기업들이 다국적 기업의 시장 선점으로 인해 판로 개척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있는 점, 항법 및 시뮬레이션 기술 등과의 융합을 통해 다양한 신규 시장 창출이 가능해 향후 매우 큰 발전 가능성을 보유하고 있는 점, 관련 부처인 국토교통부가 국내 드론 산업 육성을 위해 드론을 경쟁제품으로 지정하도록 요청한 점 등을 감안해 이례적으로 추가 지정을 추진했다.
아울러 지정대상 드론은 "조종사 없이 무선전파의 유도에 의해서 비행 및 조종이 가능한 무인항공기"로 정의했고, 용도는 "군사용, 고공영상ㆍ사진 촬영과 배달, 기상정보 수집, 농약 살포, 레저 등"으로, 지정 범위는 "1개 세부 품목, 고정익 및 군사용을 제외하며, 자체 중량 25kg 이하, 운용 상승 고도 150m 이하의 무인비행체에 한함"으로 한정했다.
당시 보도자료를 인용하면 "현재 국내 드론 시장은 대부분 다국적 기업이 선점하고 있는 반면, 국내 중소기업들은 낮은 인지도로 인해 판로 개척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태이나, 상당수의 국내 중소기업들이 다년간의 연구개발을 통해 드론과의 융복합을 통해 여러 분야에 적용이 가능한 항법 및 시뮬레이션 분야에서 높은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향후 경쟁제품 지정을 통해 판로 지원이 이루어질 경우 드론 산업 및 관련 중소기업들이 크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히고 있다.
드론을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으로 지정하고 3년여가 지난 현재 시점에서 '중소기업 판로 지원과 신성장 산업 육성'이라는 지정 취지를 어느 정도나 구현했을까? 중소벤처기업부고시 제2020-66호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 및 공사용자재 직접구매 대상품목 지정내역"(시행 2020.9.1.)을 보면 드론은 2021년 12월 31일까지 연장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3년이라는 한정된 기간으로 드론 산업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느냐는 반문과, 대기업 참여를 제한한 상황에서 산업기반이 열악한 국내 드론 산업계만으로 자생적인 핵심기술개발을 통한 경쟁력 있는 제품개발이 가능하냐는 목소리 등이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산업계의 목소리를 받아들여 제도화하고 3년여 시간이 흐른 만큼 경쟁력을 키우거나 이로 인해 판로를 개척한 성과들이 어느 정도는 가시화될 시점인 것도 분명하다고 할 것이다.
우선, 대기업 참여 제한에 대한 팩트를 확인하고자 한다. 위에서 언급한 바,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으로 지정 받은 드론의 지정 범위는 "고정익 및 군사용을 제외하며, 자체 중량 25kg 이하, 운용 상승 고도 150m 이하의 무인비행체에 한함"이다. 자체 중량과 운용 상승 고도가 지정 범위를 벗어난 경우는 해당사항이 없어 대기업과 외산 제품도 경쟁 가능하다는 판단이 가능하다. 물론 대부분의 상업용 드론 활용범위가 자체 중량 25Kg 이하이며 대부분의 임무가 현행법상 허용가능고도인 150m 이하에서 이루어짐을 고려할 시, 대부분의 공공구매가 이 제도에 해당한다고 볼 개연성은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국내 대기업의 경우 독자적인 플랫폼을 제품화해 자체 브랜드를 개발하기보다는 배터리, 정밀모터, 인공지능 등 탑재용 핵심기술개발이 주 사업 분야인 만큼 실제로 대기업이 조달에 참여하지 못하는 경우는 흔치 않은 경우인 게 사실이다.
판로 지원을 통한 국내 기업의 시장 경쟁력확보는 정부의 공공수요를 기반으로 국내 강소 드론 기업들이 기반을 다지는 순기능의 계기로 활용되고 있는 반면에, 최근 들어 성능 불만족, 규격 미달 등으로 언론에 표출된 사례에서 보듯이 경험이나 기술이 부족한 기업이 핵심기술을 해외에 의존한 제품으로 조달에 참여함으로써 오히려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 제도의 부정적 측면이 크게 보이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이러한 사례의 문제가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으로 인한 산물로 비추어 지는 측면이 있으나, 경과를 살펴보면 조달 규격, 평가 및 선정과정, 조달방법 등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부실한 대상기업이 선정되는 경우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요구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드론을 적격으로 선정하거나, 비행 평가 시 걸러야 하는 기술적 문제점을 인수 후에 확인함으로써 임무 투입이 지연 또는 차질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으며, 불필요하게 탑재장비를 고성능 또는 추가함으로써 임무 성능을 만족할 수 없게 하는 경우들과, 생산라인 실사를 통해 충분히 기간 내 납품 능력이 있는 지를 확인할 수 있음에도 서류로 대신해 적기 납품이 문제가 되는 경우들도 발생하고 있다.
이런 과정과 결과로 인해 최근 들어 대기업 참여 제한이 오히려 '판로 지원과 신성장 산업 육성'을 어렵게 하고 있다는 의견들이 표출되고 있다. 글로벌 경쟁력과 핵심기술을 보유한 대기업의 드론 사업을 포함해 도심항공교통(UAM, Urban Air Mobility) 사업에 적극 참여하면서 이슈화 및 본격 공론화의 시발점이 되고 있고, 정부가 초기에 보호기간으로 설정한 3년이 경과하는 시점이 되면서 연장 여부가 핵심으로 대두되고 있다. 앞서 언급한대로 3년이 경과한 이후 2021년 12월 31일까지로 연장이 되었음을 확인한 바 있다. 다양한 의견을 공유하고 이를 통해 공감의 방향을 확인하고 연장 여부가 결정되어야 하는 데 이에 대한 절차의 아쉬움이 남아 있다.
여러 차례 Facts & Truth 기고를 통해 강조한대로, 국내 드론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법ㆍ제도ㆍ정책ㆍ국가재정 사업 등은 세계 그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비교우위의 수준을 향해 가고 있음을 다양한 근거로 제시하고 데이터로 설명한 바 있다.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 제도 또한 이러한 적극 정책의 일환으로 시행 중이다.
그러나 경쟁력을 키워야 하는 주체인 국내 기업들의 열악한 산업기반과 기술력의 한계로 인해 '판로 지원과 신성장 산업 육성'이라는 본연의 성과 측정에 긍정의 신호와 더불어 부정의 평가도 높아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으로 지정되어 있는 기간 동안에 강소기업의 플랫폼을 기반으로 대기업의 경쟁력 있는 핵심기술을 녹여내는 노력도 필요하며, 나아가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 제도에 대한 상세 분석을 통해 진정한 신성장산업 육성의 최적 방안은 무엇인지에 대한 이해관계자들의 심도 있는 대안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항공안전기술원 드론안전본부장
드론관련 법, 제도, 정책연구 및 드론규제샌드박스사업, 드론 교통관리체계 구축 등 다수의 국가사업 및 연구개발사업의 책임자
국무총리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획재정부, 경찰청, 육군, 공군 등의 드론 관련 혁신성장 자문위원, 정책발전 자문위원 등으로 활동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