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 번쯤'- 제주도 2편
2020년 11월 10일 화요일
오늘도 맑은 날씨의 제주도. 둘 씩 나눠 방을 썼는데 내가 쓴 방은 아침 산책을 하기로 한 방이었다
친구랑 7시 반에 기상해서 옷만 갈아입고 산책을 나갔다
제주도에 오면서 가장 기대됐던 건 역시 바다였다 막 일을 그만두고 왔기에 탁 트인 바다를 보고 싶었는데 어제는 밤바다라 보이는 게 없어 아쉬웠던 바다를 아침에 산책 삼아 다녀오기로 한 것이다
아침 햇살을 받으며 여유롭게 산책을 하니 너무 좋았다 특히 주변 풍경과 바람에 살랑이며 흔들거리는 식물들이 제주에 온 것을 실감시켜 주었다
그렇게 도착한 바다. 햇살을 받아 더 반짝이며 아름다운 바다는 11월이지만 날씨가 그렇게 춥지 않았고 바닷바람 마저 산뜻했다 바닷물에 손도 담가보고, 산책하고 있는 말을 따라 같이 걷기도 했다
친구가 카메라를 가지고 나와서 사진도 찍으며 하루의 시작을 알차게 보냈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귤을 팔고 계신 할머니께 귤도 사서 들어갔다 이번 여행에서는 숙소를 매일 옮기기에 서둘러 모든 짐을 싸서 아침을 먹으러 출발했다
아침은 바다뷰와 함께 먹는 브런치! 제주도는 좋은 게 바다뷰 식당, 카페가 많아서 바다를 자주 볼 수 있는 점이 너무 좋았다 이게 바로 제주도지!
바다를 보며 브런치를 먹으니 어제보다 더 여행 중이라는 게 실감이 났고 모두가 밤보다는 아침에 훨씬 활기차서 이제 하루를 시작하고 있는데도 벌써 다들 들떠있었다
제주도는 중학교 3학년 때 이후 두 번째 방문이었다 그때는 엄마랑 같이 왔었는데 뚜벅이라서 갈 수 있는 장소가 한정적이었다 특히 지역도 한쪽에서만 있었기에 제주도의 '제', 주에 'ㅈ'정도까지만 즐기고 왔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이번 여행이 더 기대되었다
우선, 렌터카를 했다는 것부터가 달랐고 지역도 동서남북을 다 가기에 새로운 제주도의 모습을 볼 생각에 신이 났다
그렇게 처음으로 보러 간 곳은 오름이었다 유명한 오름이 있는데 그 옆으로 가면 사람도 없고 넓은 평야가 펼쳐져 있었다 게다가 날씨도 맑고 춥지도 않아서 모든 조합이 완벽 그 자체였다
주변 숲도 너무 멋져서 사진 찍을 위치를 잡고 넷이 돌아가며 사진을 찍었다 가을이지만 이곳 숲은 아직도 초록초록했고 숲향도 너무 좋았다
평야로 들어가자마자 냅다 달리기 시작했다 학생 때 이후로 급하지 않으면 달릴 일이 없는데 이렇게 넓은데 하늘은 푸르르고 사람도 없어서 마냥 달리고 싶다는 충동이 느껴졌다
그렇게 달려 저 너머 나무까지 다녀오고 친구들이랑도 계속 뛰고 마치 어릴 때 놀았던 거처럼 뛰어놀았다 그리고 어김없이 빠질 수 없는 포토타임!
다음으로 이동한 장소에서도 포토타임은 계속되었다 근처 카페에 갔는데 간단하게 몸도 녹이고 잠시 쉬는 시간을 가지기에 너무 좋았다 게다가 옆쪽에 저 끝까지 탁 트인 갈대밭과 풍력발전 프로펠러가 계속 돌아가는데 한없이 그 풍경을 바라보니 그동안 일을 하다가 지쳤던 마음들이 평화로워졌다
대학동기들과 길게 여행을 처음 하는데 너무 좋은 게 모든 면들이 잘 맞아서 서로 사진도 찍어주고 위치도 잡아주며 더 즐겁게 여행을 즐길 수 있었다
사진을 찍고 또 다음 관광지로 출발! 이번에 도착한 곳은 '에코랜드'이다 에코랜드는 곶자왈 원시림을 기차를 타고 체험할 수 있는 테마파크로 많은 사람들이 찾는 유명 관광지였다 기차를 타고 역마다 내려서 그곳에 꾸며진 테마들을 하나하나 모두 보며 하루종일 지칠 줄을 모르고 계속 웃으며 놀았다
실컷 놀고 늦은 점심 겸 저녁을 먹으러 간 곳은 수제버거 집이었다 여행 온 만큼 칼로리를 신경 쓰지 않는 음식들로 가득 시켜 맛있는 저녁식사를 했다 날씨도 그렇고 어렸을 때 가을에 친구들이랑 놀이터에서 놀다가 따뜻한 집에 들어가 저녁을 먹는 기분이었다
모두 하루종일 노느라 지친 체력을 맛있는 걸 먹으면서 회복해 나갔다 수제버거의 장점은 가게마다 버거 맛도 메뉴도 다양해서 새로운 맛을 먹을 수 있는 점인데 특히 여기는 지금까지 먹었던 버거 맛이랑은 또 새로웠다
이번 여행코스는 친구 중 한 명이 여름에 제주도에 왔던 코스를 그대로 같이 가고 싶다고 해서 다니고 있었다 햄버거를 먹어 배부르지만 예쁜 카페가 있다며 꼭 가야 된다고 코스 안에 있어 간 곳에는 공중에 달려있는 해먹도 있었고 카페가 통나무로 지어진 산장 같은 느낌의 예쁜 카페였다 해가 져 쌀쌀해진 날씨에 몸을 녹이며 오늘 하루 동안 찍은 사진들을 같이 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햄버거 먹고 카페에서 음료도 마시고 이제는 숙소로 갈 시간이다 오늘 숙소는 호텔이다 생각보다 큰 방 사이즈에 침대도 싱글배드 2개에 더블배드가 한 개 있는 4인이 사용하기 좋은 곳이었다
체크인을 하고 2차 저녁을 먹으러 갔다 제주도까지 왔으니 조개구이를 먹자며 조개구이 집으로 갔는데 진짜 맛이 너무 일품이었다
잘 먹고 있는데 내가 의자에서 뭘 떨어뜨려서 줍다가 의자 간격이 좁아서 뒷좌석 분을 살짝 쳐서 사과를 드렸다 근데 돌아오는 답이 ‘괜찮습니다’가 아닌 ‘안녕하세요’였다 여기서부터 나는 좀 예민한가 싶었지만 뭔가 계속 뒤에서 흘끔흘끔 쳐다보는 것이 느껴졌다
그게 계속되는 거 같아 친구에게 말을 했고 일단은 저녁을 다 먹고 자리를 떴다 근데 그 뒷좌석 남성 분 중 한 분이 밖에서 담배를 피우시고 계셨는데 나가는 우리에게 갑자기 질문을 하셨다
00 가게 아세요?라고 물으시길래 길을 물으시나 해서 여기 처음이라 모른다고 했더니 그분께 돌아오는 답변이 진짜 어이가 없었다
거기가 술집인데 제가 지금 접대 중인데 같이 가서 술 마시지 않겠냐고 그러는 거였다
딱 봐도 40대 아저씨들이었는데 순간적으로 4명 다 표정이 사그라들었다 다행히 차를 가지고 와서요 하고 피할 수 있었지만 즐겁게 여행 와서 맛있는 밥 먹고 나왔는데 그 기분을 그 사람들이 다 날려버렸다
조개구이 잘 먹고 기분 나쁜 상태로 숙소에 들어와 그 일이 떠오를 때마다 어이없고 화가 났다
만약 4명이 아니라 2명이었으면 안 좋은 일이 있었을 수도 있던 그런 상황이지 않았나 싶을 정도였다
아마 다음에 제주도를 또 온다면 이 지역은 피해서 갈 거 같다
어제는 2명씩 나눠잤지만 오늘은 4명이서 같이 잔다고 말도 2배로 더 늘었다 원래도 말이 많았는데 같이 붙어있으니까 더 많아서 잠을 잘 수가 없을 정도로 웃고 떠들고를 반복하면서 안 좋은 일을 잊으며 밤이 깊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