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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좀쉬땅나무 Mar 04. 2024

길 걸을 때 바닥을 잘 봐야 되는 이유

'누구나 한 번쯤'-  강릉 당일치기

22년도 3월 1일에 친구 2명과 나 총 3명이 강릉 당일치기를 다녀온 적이 있었다


집이랑 가까운 동네 시외버스터미널에서 강릉까지 한 번에 가는 버스가 있었고 코로나시국이라 사람도 없어서 일반 고속버스 두 좌석을 혼자 쓸 수 있어 편하게 갈 수 있었다 가는데 3시간 정도 걸렸고 강릉시외버스터미널에서 내려 버스를 타고 바다로 향했다


강릉 당일치기의 목적은 바다보기였다 바람도 쐬면서 바다를 보며 놀러 갔다 오자는 친구의 제안에 바로 동의해서 오게 되었다



버스에서 내리니 멀리 바다가 보이면서 바다냄새가 물씬 풍겼고 다다랐을 때 맑고 따뜻해 바닷바람을 쐬며 모래사장에 앉아있기 딱 좋았다 친구 한 명은 바다를 보면 계속 앉아있었고 나와 다른 친구는 사진을 찍겠다며 한시도 가만히 있지를 않았다


특히 이때쯤에 세기말 콘셉트이라는 게 좀 유행을 해서 다양한 각도에서 다양하게 포즈를 지으며 찍는 사진을 찍어보겠다고 둘 다 고군분투하듯 열심히 찍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사진을 찍으며 앉아있는 친구 주변을 거의 30분을 돌아다녔다 그 결과물은 생각보다 만족스러웠고 찍는 과정이 너무 재밌었기에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사진을 열심히 찍고 나니 바람이 좀 쌀쌀해져서 카페에 들어가기로 했다


강릉 당일치기의 목적이 바다 보며 멍 때리기였고 계획은 바다가 잘 보이는 카페에서 바다 멍을 때려보자였기에 모래사장을 벗어나 카페가 있는 도보로 올라갔다


친구들은 앞으로 가고 나는 뒤에서 주변을 구경하며 가던 그때 아!! 소리와 함께 발이 꺾였다

뒤돌아보니 아스팔트 중간에 발 하나 빠질만큼의 구덩이가 있었고 하필 앞은 잘 보았지만 바닥을 보지 못해 그곳 가장자리에 발을 디뎌 꺾인 것이었다


이렇게 꺾여본 적은 처음이라 뼈가 부러진 게 아닌가 싶을 정도여서 사실 병원에 바로 가야 된다는 걸 머리로는 알았지만 이대로 당일치기를 망치고 싶지 않았다 때마침 그나마 다행히도 워커를 신고 있었기에 끈을 더 조여매고 천천히 걸어 다닐 수밖에 없었다


마침 발 다친 곳 거의 주변에 괜찮은 카페가 있었고 그곳에 들어가 오늘의 목적인 2차 바다멍을 때렸다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도 잔잔하고 자리도 잘 잡아서 가만히 앉아있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어느 정도 바깥을 본 뒤 산책을 하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카페거리 반대쪽으로 길 따라 걸어보니 사람도 없어서 좋았고 산책로도 잘 되어있어서 걷기에 너무 좋았다 특히 산책로 바로 옆이 바다라는 점이 가장 기분을 좋게 만드는 요소였다 풍경도 좋고 길이 예뻐서 더 멀리 많이 걷고 싶었는데 생각보다 다친 발이 너무 아파서 중간에서 멈춰 되돌아가야만 했다 너무 아쉬웠는데 무엇보다도 친구들에게 미안했다



고맙게도 개의치 않아 하는 친구들. 곧 해 질 때가 되어 다음 일정을 생각해 보다가 모두 강릉까지 왔음에도 코인노래방이 가고 싶다며 택시를 타고 번화가로 향했다 코인노래방이 시외버스터미널과도 가까웠기에 더더욱 괜찮았다 노래를 부르며 또 신나게 놀면서도 버스시간 때문에 계속 시간을 확인하면서 놀았다


코인노래방까지 알차게 즐긴 뒤 택시를 타고 다시 오늘의 강릉에서의 출발지점이었던 시외버스터미널로 향했다 돌아가는 버스도 사람이 우리 포함 4-5명 정도였고 자리 예매 할 때부터 따로 떨어져서 잡았기에 이번에도 두 좌석을 혼자 쓸 수 있었다 모두 피곤했는지 출발과 동시에 잠이 들었다 돌아갈 때는 막혀서 아까보다는 시간이 걸렸다 발이 너무 아픈 데다가 애매하게 밥시간을 놓쳤기에 얼른 집에 가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드디어 출발지점에 다시 도착한 우리들. 마지막으로 단체 사진을 찍고 각자 집으로 향했다 다행인 건 동네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내렸기에 집까지 10분 정도의 거리였는데 그 거리를 걷는 것조차 발이 많이 아파서 계속 절면서 가야만 했다 


집에 도착 후 조심스럽게 워커를 벗고 발 상태를 보니 발목이 완전 팅팅 부어있었다 지금은 늦은 밤이라 어떻게 할 수 없었기에 급한 대로 파스만 붙였고 다음 날 오전에 정형외과에 가 보니 인대가 늘어났다고 하셨다



바다멍을 보고 생애 첫 반깁스를 얻었다 깁스를 한 뒤 집에 와 생각해 봤는데 아마 목이 긴 워커를 신고 있지 않았다면 골절일 수 있을 정도의 꺾임이지 않았나 싶었다 이후로 바닥을 더 열심히 보고 다니는 습관이 생겼고 한동안은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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