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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아리 Jan 27. 2017

[시집리뷰]이종화 시인 『나도 그래』

사소함 속의 소중함

나도 그래

  사람들은 저마다의 속도로 삶을 살아 간다. 누군가는 빠른 템포로 뛰어 가고 누군가는 유유자적하게 주변을 둘러보며 걸어 간다. 숨이 차게 뛰어가는 누군가가 지구를 이기지 못하고 멈춰 섰을 때, 가쁜 숨을 몰아 내쉬며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볼 때, 잠시 풀밭에 앉아 햇살 가득 머금은 꽃을 바라볼 때

바람이, 구름이, 꽃이 말한다.


한 계절 우산 나누어 쓰다가
젖어든 비에
냇물이 되어 흘러간 사람의
안부를 묻는다
                       p.65 '칠월의 안부' 中

  시집 『나도 그래』는 일상 속 사물들이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말을 걸어오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인간은 누구나 외롭고 불안한 존재이지만 서로 기대고 또 다른 존재로부터 위로를 받을 수 있는 존재이기도 하다.


가만히 있다가도
네 이름이
가슴에서 일렁이면
나는 금세
단풍잎처럼 물이 든다
                       p.139 '너에게 물들다' 中

  이종화 시인은 가장 일상적인 사물을 시의 주제로, 대상으로 삼았다. 길을 걷다 마주치는 꽃들로부터, 곁을 스쳐 지나는 바람으로부터, 한낮 여유로움을 한껏 머금은 커피잔 속의 커피로부터.

그래서 읽다보면 익숙한 일상 속에 머무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그 시선들은 언제나 그립고 정겹고 또 따뜻하다.


  시집을 읽으며 일상을 또 한번 느끼게 해주는 것이 있는데, 이는 바로 시인의 시선이 담긴 풍경의 사진이다. 사진은 아주 평범하고 흔하게 지나칠 수 있는 존재들을 담아 냈다. 그래서 사진을 보며 시를 읽고 있으면 마치 그곳에 서서 바라보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휴대폰 속 작은 빛에 갇혀 사는 사람들에게 바람의 시원함을, 한낮의 여유를, 햇살의 따사로움을, 수줍은 단풍잎의 고백을 들려주는 일상 속 잡담같은 이야기인 것이다.


  이종화 시인의 『나도 그래』는 사소한 것들을 쉽게 지나치는 현대인들에게 일상 속 '정류장'이 될 수 있는, 어쩌면 흔한 이야기이기에 '특별'해질 수 있는 시집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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