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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아리 Jan 14. 2017

[시집리뷰]김민정 시인 『아름답고 쓸모없기를』

쁘띠북x문학동네 = 쁘띠북

  작년 새해부터 쁘띠첼에서 제품을 사면 작은 책을 주는 쁘띠북 이벤트를 하기 시작했다. 문학동네와 콜라보하여 2016년에는 세계문학집 5권을, 올해 2017년에는 시집 5권을 쁘띠북으로 만들었다. 작년엔 딱히 흥미가 없어 데미안』 한 권만 가지고 있었는데 올해는 시집이라 단숨에 3권을 모았다.


 현재 가지고 있는 것은

오은 『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

박준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그리고 오늘의 후기를 쓸 시집


김민정 시인의 아름답고 쓸모없기

분홍색 삐삐와 잘 어울리는 쁘띠북

  작년 소설보다 올해 쁘띠북에 호기심이 일었던 이유는 소설보다는 시가 읽기 편하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작은 글씨를 보고 있으면 눈이 아프기 때문에 줄줄이 이어가야 하는 소설보단 단편적으로 끝나는 시가 읽기 수월하니까.


  초콜렛 푸딩을 먹으며 시를 천천히 읽어 보다가 단숨에 모두 읽고 나서 든 생각은 '시가 재밌다.'라는 느낌이었다. 평소 시라면 백이면 백 서정시를 떠올리는 터라 처음엔 '이런 것도 시야?'라는 꼬인 시선으로 시를 보고있었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다음 연이, 다음 행이 궁금해져만 갔다.


  처음 시를 볼 때는 언어유희와 냉소주의적 시때문에 '내용이 가볍다'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읽다보면 허를 찌르는 얘기에 자뭇 심각해지면서 '이거 꽤 예리한데?'라는 느낌이 든다. 시를 읽으면서도 마치 블랙 코미디 영화 한 편을 보는 것 같다.

  수단과 방법으로 배워갑니다」에서는 노골적으로 시의 정형성을 탈피하고 있다. 마치 다른 누군가의 인터넷 대화창을 그대로 가져와서는 '이제부터 넌 시야!'라고 외치는 것 같달까. 중간에 어느 쇼핑몰 사이트의 주소도 나오는데 실제로 나올까해서 검색해 보려했지만 조 귀찮아져서 시도는 하지 않았다.


자물쇠로 잠긴 가게 여닫이문에
soul이란 스티커가 덕지덕지 붙은 가운데
검은 색지로 오려 붙인 세 글자 저
쎅쓰폰
눈에 확 들어오기는 했다
왜?
고딕이었으니까!

-「그대는 몰라」 중에서-


 김민정 시인의 『아름답고 쓸모없기를』은 참으로 대담하고 솔직한 얘기를 막힘없이 풀어낸다. 엄마에게 '애기는 어떻게 생기는 거야?'하고 순진한 눈빛을 한 어린아이의 물음과 '철수와 영희가 얼레리꼴레리 했대!'라며 화장실 벽에 낙서로 쓰여 있을 법한 얘기들, 그리고 '어디서 잤어?'와 같은 얘기를 '시'로써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아담하고 쁘띠한 책에 얼레리꼴레리는 살짝 언(un)쁘띠해보이지만 보면 볼수록 정드는 petit한, 김민정 시인의 시집


『아름답고 쓸모없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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