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지와 어미새

어미새의 눈, 어린 새의 날개

by 폐관수련인

시간이 지나도 가끔씩 상기되는 어린 시절의 기억 조각들이 있다.

초등학교 등굣길에는 개나리가 아주 많이 피어 있었다. 노란 물결의 골목, 실내화를 들고 하교하면 수업이 끝난 지 한참이 되었는데도 나는 분식점과 문구점을 오가며 오락기만 쳐다보았다. 100원짜리로 움직이는 도트 그래픽이 무엇이 그렇게 좋았는지 한 참을 빠져있다 정신이 들 때면 오토바이를 타고 와 내 이름 석자로 고함치시는 아버지가 기억난다.


저녁 먹을 시간이 지나도 오지 않는 아들 걱정에 부모님의 타들어가는 속이 오죽했겠나. 그럼에도 그때마다 호되게 혼이 났음에도, 아버지는 나를 꼭 직접 오토바이 앞자리에 앉혀 태워 가셨다. 그런데도 가게로 향하는 5분 남짓의 짧은 드라이브 동안 살랑이는 바람과 일몰의 배경이 나를 더 설레게 했다. 나는 이들의 마음을 속 썩이게 하는 아들이다.


하루는 학교 앞 분식집의 200원짜리 떡꼬치를 먹고 가게로 향했다. 얼마나 맛있던지 매콤 달콤한 소스에 튀긴 떡이 쩝쩝 소리를 절로 내게 만들었다. 혹여나 군것질을 들킬까 봐 오른팔의 옷소매로 입가를 쓱쓱 닦아대고 들어갔음에도


"여기 입가에 뭐 묻었어"


"어떻게 알았어? 다 닦았는데…"


당신은 내 얼굴 하나하나를 샅샅이 다 알아차렸다.


요 며칠 못 본 내 얼굴이 보고 싶다며 영통을 켜는 당신이다.

어떻게 알았는지 바로 연구의 안부를 묻는다. 이미 들킨 내 속은 아니라고 화를 되려 내지만, 파이팅이라며 힘을 북돋아주려고만 한다. 어린이 었을 때나 어른이 된 지금이나 표정에서 숨기지 못하는 건지 당신에게 쉽게 알아차리는 눈이 있는지, 매번 속을 들켜버렸다.


마음 다잡아 당신의 터를 떠났음에도 언제든 돌아와도 괜찮다는 달램은 내 꼴사나운 자존심을 더욱더 가시처럼 돋보이게 만든다.


신에게라도 빌어볼까 막막한 앞길에 숨통이 막혀온다. 다짐의 불꽃들이 서서히 꺼져가기 시작하는 것만 같다.

재능 없는 자의 앞 길은 여태까지 그랬듯 벽에 부딪혀 다시금 정처 없이 헤매고 있다. 그래서 반복되는 이 상황에 지쳐 이제는 보이지 않는 이들에게 기대려고 하는 것 같다.


멋대로 둥지를 떠나왔으면 의지하려 들지를 말았어야지. 괜한 전화 한 통에 며칠을 걱정하게 만들었을 거다.

나는 여전히 이들의 속을 썩이기만 하는 아이다.

그러니 이제는 당신의 어린 새가 보금자리를 틀어 설렘을 안겨줄 차례이다. 날개 짓을 하려는 이 어수룩함 덩이에게 기뻐해줬으면 좋겠다. 완벽하진 못해도, 그것과 상응된 가까운 무언가는 만들 예정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