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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 밖 개구리

제8화 청소년 국가대표 아이스하키에 발탁되던 날

by 구아바와의사

청소년 국가대표 아이스하키에 발탁되던 날

또래에 비해 작은 체구, 운동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우리 집 유전자. 그래도 아이의 사회성 발달과 건강한 성장을 위해 시작한 아이스하키였다. 누가 봐도 운동 유전자는 0%였지만, 친구도 사귀고, 형·누나들과 어울리고, 대회도 나가면서 꾸준히 링크 위를 누볐다. 때론 자살골을 넣기도 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계속 스케이트 끈을 조여 나갔다.

학년이 올라가면서 멋지게 골을 넣는 형들의 모습을 보며 "공을 끝까지 보라고!" "그걸 왜 놓치니?"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현실과 내 마음이 100% 다르다는 걸, 전 세계의 엄마들이라면 공감하지 않을까.

아이는 실력 좋은 형들과 친구들 사이에서 위축된 듯했는지 하키 가는 날을 싫어했다. 매주 3번 가던 수업을 2번으로 줄여주면서라도 꾸준히 하게 하려고 했다. 어디선가 아이스하키가 ‘버리지도 못하는 비싼 취미’라는 글을 본 적이 있지만, 사회성, 공동체 의식, 체력 향상만큼은 이만한 운동이 없다는 건 확실했다.

그런데 정말, 꾸준함은 빛을 본다고 했던가.

국제학교 원서 접수와 면접 날, 아이가 한참을 나오지 않아 인포메이션 센터에 물어봤더니, 면접관님과 하키 이야기로 1시간 넘게 대화를 나누고 있다고 했다. 아이는 나오자마자 신난 얼굴로 말했다.

> “면접관님도 NHL 빅팬이래! 국제학교 가면 아이스하키 원하는 만큼 탈 수 있대.”

그 이야기가 벌써 몇 년 전이다. 아이는 어느새 아이스하키가 자신의 가장 큰 자랑거리가 되었고, 자존감을 높여주는 운동이 되었다. 우리끼리의 비밀이지만, 그 팀 안에서는 누구보다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링크 위를 누볐다.

어느 날, 아이가 친한 하키팀 친구와 함께 유소년 국가대표 선발전에 나가 보고 싶다고 했다. 스스로 원해서 도전하겠다고 말한 건 처음이었다. 넓은 세상에서 얼마나 실력 있는 친구들이 많은지 배우고 느끼길 바라며 흔쾌히 보내주었다.

그리고, 선발전이 끝난 다음 주.

“선발되었습니다.”

우리 가족의 첫 반응은, **“이거 스팸 아니야?”**였다. 책에서 읽었던 '부모는 아이의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 머릿속을 스쳤다. 아이를 믿고 지지해줘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그 순간만큼은 미안함이 밀려왔다.

그렇게 아이는 해외에서 태극기를 가슴에 달고 빙판 위를 질주했다. 승리의 기쁨을 안고 귀국하는 아이의 모습에, “언제 저렇게 컸지?”라는 뿌듯함과 섭섭함이 교차했다.

내 아이가 더 넓고 좋은 환경에서, 더 행복하게 자랐으면 좋겠다는 마음은 너무 당연하지 않을까.

오늘도 아이가 마음껏 링크 위를 누빌 수 있도록, 이 학교 저 학교를 비교 분석하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인생에 정답이 없듯, 아이들의 미래에도 정답은 없다. 다만, 슬퍼하거나 괴로워하지 않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인생의 GPS가 되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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