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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kim Mar 15. 2024

주인공 바뀐 파이데이

파이에 대한 잡생각

3월 14일, 한국은 화이트데이이지만 화이트데이가 없는 미국의 3월 14일은 파이데이(Pi day)이다. 3.14192... 어릴 적 원주율 숫자를 누가 더 많이 외우나 내기도 하곤 했던 원주율의 숫자. 그 원주율을 밝혀 낸 수학자 파이의 날을 기념하는 날로 2019년 유네스코에서 지정한 ‘세계 수학의 날’이기도 하다. 


하지만 먹보인 나는 수학의 파이보다는 먹는 파이가 더 생각나는 날이다. 그래서 파이데이가 되면 나는 어떤 색다른 파이를 먹어볼까 고민한다. 


가장 신기했던 파이는 치킨팟파이, 비프 팟파이 등 고기가 들어간 파이이다. 팟 파이(Pot pie)는 미국과 캐나다 지역에서 먹는 일종의 고기 파이인데 고기 위에 얇은 페이스트리 파이 크러스트로 씌워서 만든다. 내가 팟파이를 처음 접한 건 KFC에서였는데 파이라는 느낌보다는 수프 같은 느낌이 들어 아침 대용으로 종종 먹곤 했다. 고기의 종류에 따라 다양한 버전이 있지만 그중 치킨 팟 파이가 가장 인기가 많다. 


아무튼 나 같은 사람이 많아서 그런지 파이의 날에는 수학자 파이를 기념하는 행사보다 파이 많이 먹기나 파이 던지기 등 먹는 파이를 이용한 행사가 많다. 가만히 보면 주객이 전도된 셈. 분명 원주율을 발견한 수학자 파이를 위한 날인데 단지 동음이의어인 파이만 먹고 있으니. 주인공이 바뀐 파티랄까


주객이 전도된 듯한 느낌이다. 미국에 살면서 이와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종종 있는데 바로 차별에 대한 이슈이다. 이런 이슈를 접할 때마다 나는 미국 땅의 주인공이 과연 누구일까?를 생각한다. 


미국은 이민자들로 세워진 이민의 나라이다. 초기 인디언들을 제외하고 어느 누구도 이 땅의 원 주인은 아니며 모두 다른 곳에서 흘러 들어와 함께 더불어 살아가고 있다. 미국은 누가 뭐래도 전 세계 어느 곳 보다 다민족이 살고 있는 나라이다. 그러니 어떤 인종이든 역사의 회오리 가운데 미합중국이라는 거대한 국가를 함께 한 사람들이 바로 미국의 주인일 테다. 어쨌든 이러한 역사에도 불구하고 이민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로 차별 문제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으니 아이러니한 일이다. Black lives matter를 외치고, Asian Hates에 대한 사회적 사건들이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 다름과 틀림은 동음이의어도 아닌데 왜 그렇게 오독되는지. 다름은 틀림이 되어 폭력으로 발전한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오늘 3월 14일에도 나는 파이를 고른다. 애플파이, 피칸파이, 블루베리 파이, 초코크림파이, 키라임파이, 복숭아 파이... 등 친구들과 어떤 파이를 먹을까 고민하다 보니 다름을 틀림으로 착각하는 이들에게 유대인의 지혜를 나누고 싶다. 


유대인은 한정된 파이를 나누는 게 아니라 파이를 계속 키우는 것에 집중한다고.  

이왕 수학자 파이보다는 먹는 파이에 집중한다면 파이를 잘 키우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하지 않을까 하고. 여러 인종들이 모인 만큼 그 다양성으로 더 발전된 사회를 이뤄야 하지 않을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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