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스민 자헤르 『코인』을 읽으며
“먼지가 내 첫 가설이었다.”
실로 강력한 첫 문장이다. 지금 가장 주목받는 젊은 팔레스타인 여성 작가 야스민 자헤르의 소설 『코인』은 이 문장으로 시작한다. 이 작품이 2025년 딜런 토머스 상 수상작이며, 신선하고 강렬한 목소리의 탄생을 알리는 소설이라는 사실은 책을 모두 읽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오히려 다행이었다. 만약 이런 찬사를 미리 알고 읽었다면, 작품이 주는 감동이 조금은 옅어졌을지도 모른다. 나는 아무런 정보 없이 이 소설을 만났다.
배경은 우리가 잘 아는 뉴욕이다. 잘 안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뉴욕은, 적어도 나와 비슷한 여성들에게는 프랑스의 파리만큼이나 매혹적인 도시다. 명품 상점이 늘어선 5번가, 타임스퀘어의 화려한 불빛, 계절마다 사람을 들뜨게 하는 장식. 전 세계의 음식과 패션이 모이고, 혼자 밥을 먹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으며,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처럼 성공을 위해 한 번쯤 살아보고 싶은 도시. 뉴욕은 여성들에게 그런 야망의 도시다.
이 소설의 주인공 역시 그 도시에 사는 팔레스타인계 이민자 여성이다. 그는 미국 사회에서 성공하고, ‘인정받는 사람’이 되기를 강하게 열망한다. 겉으로 보자면 부족함이 없다. 유산도 넉넉하고, 중학교 교사라는 안정적인 직업이 있으며, 사고 싶은 명품을 살 수 있는 경제력도 갖추었다. 『섹스 앤 더 시티』의 캐리처럼 힐을 신어야 할 것 같은, 도시적인 여성이다. 그러나 그런 외양과 달리 그의 내면은 불안으로 가득 차 있다. 집에 돌아오면 청소에 집착하고, 그 강박은 결국 학교에서 아이들에게까지 향한다. 아무리 청결에 시간을 들여도 먼지는 계속 쌓인다는 그의 표현은, 이 땅에 살아가는 이민자의 불안을 상징처럼 드러낸다. 그는 한 사람에게 마음을 온전히 두지도 못한다.
그는 미국 문화가 싫다고 말하면서도, 동시에 돈과 성공을 하나의 ‘코인’처럼 여기며 그것이 자신을 다른 세계로 통과시켜 줄 열쇠라고 믿는다. 그러나 상류 사회에 가까워질수록 그는 더 깊이 자신을 의심한다. 교사가 절실히 필요한 다른 장소를 두고, 나는 꼭 이곳에 와야 했을까? 아무리 명품을 걸쳐도 사람이 가장 근사해 보이는 조건은 체격일까? 그 어떤 조건에도 규정되지 않는 ‘나’라는 존재의 본질은 무엇일까? 에르메스 가방을 들수록, 그는 오히려 공허와 불안 속으로 더 깊이 빠져든다. 자신이 쌓아 올린 정체성의 가면, 그리고 그 불안정함을 깨닫게 되면서 점점 고립되어 간다. 소설은 ‘성공한 이민자’라는 이미지 뒤에 숨겨진 심리적 균열과 계급 폭력을 섬세하고도 냉정하게 그려낸다.
같은 이민자로서 나는 주인공의 심리가 유난히 선명하게 다가왔다. 사회에서 성공해야 하고, 남들보다 더 깨끗하고 단정해 보여야 하며, 불안 속에서 보이지 않는 차별을 견디며 살아가는 이민자들의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계급, 정체성, 소비문화, 소속감의 결핍이라는 복합적인 주제들이, 전 세계 여성들이 선망하는 뉴욕이라는 도시를 배경으로 펼쳐지며 단순한 이야기를 넘어 깊은 성찰을 이끌어낸다.
전자책으로 아무런 정보 없이 읽은 뒤, 종이책을 살까 고민하며 아마존 리뷰를 살펴보았다. 예상대로 반응은 극명하게 갈려 있었다. 나처럼 감정적·정신적으로 깊은 울림을 받았다는 리뷰도 있었지만, 주인공이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이고 불친절하다는 평가, 감정 이입이 어렵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리뷰 속에서조차 사회의 양면을 보는 듯해 씁쓸한 웃음이 나왔다. 그럼에도 나에게 『코인』은 이민자라는 정체성과, 세계에서 가장 상징적인 도시 뉴욕을 배경으로 돈과 계급, 정체성이 개인의 내면을 어떻게 잠식하는지를 집요하게 파고드는 심리 소설이었다. 날카로운 문체와 불편한 통찰이 오래 남는 작품이다.
소설의 마지막에서, 먼지에 집착하던 그는 마침내 지저분한 쓰레기를 일부러 곁에 둔다. 어쩌면 그 결말은 삶이 꼭 사회가 원하는 대로 반드시 정제될 필요는 없다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함께 바라봐 달라고 먼저 손을 내미는 그의 작은 바람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