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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약오르지 Nov 26. 2023

약은 왜 온라인으로 팔지 않나요?

약담화

 요새는 온라인쇼핑을 통해 쉽게 물건을 살 수 있습니다. 모바일폰을 이용해서 구매하면 다음날 물건을 받을 수 있고, 해외 판매상품도 앱을 통해 쉽게 구매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새벽배송도 생겨 식료품까지 냉장/냉동배송을 통해 다음날 아침 받아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사회환경에도 불구하고, 의료와 의약은 온라인과 거리를 두고 있습니다. 정부는 비대면진료를 도입하려는 시도를 했지만, 실상은 의료계의 반대로 도입 논의는 지지부진해 보입니다. 인터넷 의약품 판매도 그렇습니다. 온라인약국과 같은 아이템은 항상 규제개선 대표 과제이지만 약업계의 반대로 논의는 시작조차 못하고 좌초되기 일쑤입니다.


  오늘은 온라인 의약품 판매에 관하여 규제적인 측면에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약사법령에는 의약품을 약국에서 약사만 판매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안전상비의약품이라는 예외가 있긴 하지만, 여기서는 논외로 하겠습니다) 의약품을 판매하는 장소와 자격을 한정해 정하고 있는 것인데, 해당 규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약사법 」

제44조 ① 약국 개설자가 아니면 의약품을 판매하거나 판매할 목적으로 취득할 수 없다.

제50조 ① 약국개설자는 그 약국 이외의 장소에서 의약품을 판매하여서는 아니 된다.


  의약품의 판매 장소를 약국 내로 제한하는 목적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는 약사가 환자를 직접 대면해 충실한 복약지도를 할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환자는 의약품의 용법용량, 효능효과, 사용 시 필요한 주의사항, 부작용 등을 충분히 인지한 상태에서 복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약사가 환자를 확인하고 약을 직접 전달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 때문에 판매 장소를 한정한 것입니다.


  둘째는 의약품의 보관과 유통과정에서 의약품의 변질 오염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것입니다. 의약품은 특정 온도나 차광보관, 건조한 곳 등 저장방법이 정해져 있어 보관, 유통 시 주의가 필요하고, 잘못 보관하거나 유통되는 경우 의약품의 품질에 영향이 있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상기도 감염에 많이 쓰이는 항생제 시럽의 경우 실온에서 몇 시간만 두더라도 색이 변하고 약효가 떨어지므로 제대로 효과를 낼 수 없습니다. 따라서 의약품을 허가나 등록을 받지 않는 업체에게 보관이나 배송을 맡기는 것은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그렇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중간 과정 없는 의약품 직접 전달을 통해 책임소재를 분명히 하려는 것입니다. 약을 조제할 때 개수가 부족하거나, 빠뜨리거나, 다른 약으로 잘못 조제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정확히 조제되었는지 대면 확인을 통해 책임소재를 명확히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마약성 진통제와 같은 의료용 마약류는 약사, 환자 외에 함부로 취급할 수 없을뿐더러 퀵서비스 같은 제3자가 운반 시 마약류관리법에 위반될 수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의약품의 판매 장소를 약국 내로 제한하는 것은 직접 방문을 해야 하다 보니 구매 편의성이 떨어지는 측면이 있으나, 현시점에서는 국민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로 보입니다.


  외국의 경우, 우리나라와 달리 약사가 약을 온라인으로 배송하는 온라인약국을 운영하기도 합니다. 대부분은 오프라인으로 약국을 개설한 약사가 이메일, 팩스 등으로 처방전을 접수받아 택배를 통해 배송하는 것을 허용하는 형태입니다. 이는 약국이 의사가 처방한 의약품을 모두 갖추기 어렵고, 약국의 접근성이 우리나라보단 낮기 때문에 환자가 꼭 필요한 의약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보조적으로 허용한 조치로 보입니다. 다만 전면적으로 온라인쇼핑몰을 통해 의약품 판매를 허용하는 선진국은 없습니다.  



"진료는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


  2023년 우리나라 국민의 기대수명은 83.6년으로 OECD 국가(평균 80.3년) 중 상위권에 속하고, 1인당 외래진료 횟수(연간 15.7회)는 OECD 국가 중 가장 높을 만큼 의료 접근성이 좋습니다. 그리고 인터넷 환경도 좋습니다. 2020년 온라인 쇼핑 판매액은 160조를 넘어섰고 2022년은 212조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약국 내에서만 의약품 판매가 가능하지만 법령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바뀔 수 있습니다. 온라인 약국 또는 온라인 판매가 앞서 말한 약국 내로 제한하는 목적을 해소하는 설득력 있는 방안을 제시한다면 아마 정부도 국민의 구매 편의성 측면에서 온라인으로 의약품을 판매할 수 있게 허용을 검토할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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