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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백하게 Feb 01. 2023

자전거 배달

용돈과 운동이 부족했던 나는 퇴근 후 자전거배달을 시작했다. 이틀에 하루를 나가며 한 시간에서 한 시간 반 정도를 달렸다. 해보니 돈은 결국 푼돈이었다. 그렇지만 운동은 확실했다. 한파예보가 한창일 때도 배달 중에는 땀이 났으니까.      


배달 중에는 아무래도 조바심이 난다. 해보니까 알게 됐다. 음식이 혹은 식을까. 너무 늦었다고 컴플레인이 들어올까. 이런저런 걱정에 일단은 빨리 빨리가 습관이 된다. 그래서 더 허벅지가 터지게 밟게 된다. 보통 주문이 한 번 들어오면 연속해서 꼬리를 물게 되는데, 이러니 쉴 틈 없이 페달을 밟아야 한다. 정말 이 만큼 밀도 높은 운동이 없었다.     


배달 중에 한 번은 억울한 일이 있었다. 연립주택이 많은 곳이었는데 이런 곳은 주소를 찾아가기가 정말 어렵다. 그래서 배달 어플 이외에도 네이버 혹은 다음 맵까지 여러 번 크로스 체크를 한 후에 주소지를 찾는다. 어렵게 찾은 만큼 확실히 찾은 주소지였는데 한참 후에 음식을 받지 못했다는 연락이 왔다. 나는 사진도 있고 확신이 있어 어필을 했지만 막무가내였다. 시간도 없고 귀찮아지는 게 싫어 변상을 해드렸다. 나는 이게 본업이 아니니 상관없었다. 그쪽도 딱 그만큼을 원했던 것 같다. 그날은 기분이 안 좋아 바로 집에 들어갔다.  

    

반면에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언젠가 길 끝의 코너를 돌 때였다. 왼쪽에서 오는 차를 주시하며 코너를 돌기 위해 오른쪽으로 핸들을 돌리던 찰나. 그 앞에 자전거를 탄 아저씨가 갑자기 나타났다. 둘은 가까스로 브레이크를 잡았고 바퀴가 닿을 만큼이 돼서야 제동이 되었다.      


나는 놀란 마음에 외치듯 말했다.      

“아 죄송합니다”     

그러자 아저씨는 유쾌하게 웃으시며     

“고생이 많네요”     

라고 대답하셨다.      

이 날은 하루종일 기분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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