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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유가 Aug 11. 2018

와이너리 이야기 #스털링

CALISTOGA - Sterling

    스털링은 나파 밸리의 와이너리들이 길게 늘어선 세인트 헬레나 하이웨이를 따라가다 보면 꽤나 북쪽에 위치해있다. 꽤 멀다고 느껴질만 하지만 차로 움직이면 주요 와이너리들이 있는 곳에서 30분 내외로 갈 수 있고 세인트 헬레나 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때때로 사람들이 나파의 와이너리를 추천해달라고 물어오면 나는 나만의 기준으로 와이너리를 나누어 추천하고는 한다. 내가 와이너리를 나누는 기준은 가격(비싸고 좋은 곳), 전망(뷰가 좋은 곳), 와인맛(가성비로 와인이 맛있는 곳), 그리고 투어 프로그램(투어가 좋은 곳)이다. 이 네 가지 카테고리 중에 그 사람의 취향에 따라 한 두 곳을 추천하고는 한다. 내가 뷰가 좋은 곳으로 꼽는 와이너리 중 하나가 바로 여기 스털링이다.


#곤돌라를 타고 산 위로


    이 곳은 특이한 구조의 와이너리 중 하나인데, 곤돌라를 타고 산위로 올라가야만 한다. 입구에서 티켓을 사면 코인 하나와 가운데에 구멍이 뚫린 도넛 모양의 컵받침 같은 종이를 준다. 코인을 내고 곤돌라를 타고 산 위로 올라가면 와인잔을 하나 주는데 와인 잔 목부분에 종이를 걸게끔 되어있다. 이 종이는 입구에서 산 티켓에 따라 색이 달라서 어떤 와인을 테이스팅 코스를 선택했는지를 나타내는 것이다. 나는 가장 가성비가 좋아 보이는 옵션인 실버를 선택했다.

    곤돌라에서 내리자마자 웰컴 드링크인 듯 샤도네 화이트 와인을 한 잔 따라준다. 그 와인을 마시면서 조금 걸어 올라가다 보면 테이스팅 장소가 나온다. 다른 와이너리와는 달리 테이블이 준비되어 있었고 날씨가 좋아 야외에 앉겠다고 했더니 바깥쪽 자리로 안내해주었다. 테이블에는 치즈와 말린 과일이 약간 준비되어 있었고 와인과 아주 잘 어울렸다. 야외 테이블 옆에는 키가 아주 큰 나무들이 울창했는데, 처음 보는 파란색의 새들이 오고 가며 새소리를 냈다. 한국에서 날 찾아와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와인 이야기를 하고 있자니 여기가 천국인가 싶었다. 역시 와인은 신의 물방울인가 보다. 이렇게 천국을 보여주기도 하고.


#산책 투어

    스털링에서 내가 선택한 이 테이스팅 옵션의 특징 중에 하나는 투어 가이드를 따라다니는 투어를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보통의 투어를 생각하면 투어 가이드나 호스트가 있고 그 사람이 앞장서서 사람들을 이끌도 다니며 설명을 하는 것이 일반적일 것이다. 이 와이너리는 화살표를 따라 걸어가면 설명이 필요한 포인트에 스탭이 서있고, 그 사람이 와인을 따라주며 설명을 한다. 화살표가 안내하는 방향으로 따라 걷다 보면 와인 탱크가 나오고, 와인 탱크를 구경하다 보면 체크 포인트 같은 곳이 있어 그곳에서 스태프의 설명을 듣고 와인을 한 잔 받아 마신다. 숙성고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방식이 산책하는 듯한 느낌도 나고 나만의 속도를 즐길 수 있어 좋았다.

와인 탱크와 숙성 오크통들

    산 위에서 내려다 보이는 포도밭을 보면서 와인잔을 손에 들고 걸어 다니니 풍경도 어찌나 좋은지. 공기 좋고 탁 트인 곳에서 마시면 술도 취하지 않는다지만 걷다 보면 옆에서 한 잔씩 따라주는 통에 테이스팅임에도 불구하고 좀 많이 마셨던 것 같다. 투어의 마지막은 포도밭이 내려다 보이는 탁 트인 전경과 함께 디저트 와인을 마시는 것이었다. 날씨도 너무 좋았고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산책하면서 나눈 이야기도 좋았기에 함께 걸으며 와인 한 잔씩 했던 그 날이 기억에 오래 남는다.

너른 포도밭 전경








와인 색에 취하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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