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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유가 Jul 27. 2018

와이너리 이야기 #오퍼스원

Oakville - Opus One

    매년 가는 나파 밸리이지만 나파의 와이너리는 항상 새롭다. 다섯 번째 가는 것임에도 아직 안 가본 와이너리들은 어찌나 많은지. 가봤던 곳을 다시 가도 와인맛이 다르고 풍광도 새롭다. 이번 여행의 일행 중 한 명인 나파가 처음인 친구가 돈에 상관없이 즐기고 싶다고 하여 그동안 비싸서 한 번도 가지 못했던 오퍼스원을 가보기로 했다. 항상 비싸서 지나치기만 했었지만 한 번쯤은 가보고 싶었던 곳. 오퍼스원은 가격적인 측면에서 다른 나파의 와이너리들과 비교했을 때 굉장히 비싸다고 느껴진다. 보통 다른 와이너리의 테이스팅 코스가 $20~60로 다양하고 3~5 종류의 와인을 테이스팅 하게 해주는 것에 비해 오퍼스원의 테이스팅은 한 잔에 약 $50으로 독보적이기 때문이다. 병 와인 또한 비싼데, 현재 판매하는 2014 오퍼스원의 경우 $325이다. 사람마다 얼마짜리 와인을 마시느냐는 다르겠지만 나는 보통 $10~$30 정도의 와인을 마시고 가끔 $50~$100 정도의 와인으로 사치를 부려본다.


# 신의 물방울, 오퍼스원

    그토록 가보고 싶었던 오퍼스원 와이너리로 향하는 동안 기대감에 충만해 있었다. 오퍼스원이 유명한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 첫째는 신의 물방울에서 이 곳이 언급되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그 만화에 대해서 많이 들어보기는 했지만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어서 어디서 어떻게 언급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첫 번째 권에서 나온다는 얘기를 들었다. 또 다른 이유는 오퍼스원의 와인이 최초로 세계에서 인정받은 미국 와인이라는 점일 것이다. 와인이라면 이탈리아나 프랑스의 것만 인정해주어 캘리포니아 와인은 싸구려 취급을 받던 시절, 오퍼스원이 최초로 $100 이상에 거래되었다고 한다.

오퍼스원 정문

    오퍼스원은 로버트 몬다비 와이너리와 프랑스의 샤또 무또 로스 챠일드 와이너리가 합작하여 만든 와이너리이다. 오퍼스의 뜻은 'Work'으로 처음 이 와이너리의 이름은 오퍼스였으나 후에 로버트 몬다비의 의견으로 '오퍼스원'을 와인 이름이자 와이너리 이름으로 사용하게 된다. 캘리포니아 와인과 프랑스 와인의 만남이 시작된 것이다.


# 클래식과 컨템포러리

    오퍼스원 정문을 지나면 길 양쪽에 가로수처럼 심어져 있는 올리브나무를 지나 특색 있게 생긴 건물에 도착하게 된다. 오퍼스원 와이너리 건물은 조금 특이하게 생겼는데 상공에서 바라보면 와인잔 모양이라고 한다. 이 올리브나무를 가로수로 심은 길이 와인잔의 목 부분을 담당한다.

정문에서 건물까지 이어지는 메인 도로. 길가에 심어진 올리브 나무들.

    처음 건물이 디자인될 때 와이너리의 오너이자 주문자는(갑이라 부름) 건축가에게 ‘컨템포러리’와 ‘클래식’이라는 함께하지 못할 것 같은 두 단어를 제시했다고 한다. (이건 뭐 따듯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주세요도 아니고) 이 건물의 건축가는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유명한 건축물인 BOA 빌딩을 건축한 사람과 같은 사람이다. 어쨌든 갑님은 만족할만한 결과가 나왔다고 하고 내가 봐도 꽤나 특색 있고 멋진 건물이니 성공적인 듯하다.

와인잔 모양의 컵 부분을 담당하는 메인 빌딩

    건물의 위 쪽에는 미국 국기와 함께 프랑스 국기가 달려 있는데 이것은 오퍼스원이 미국과 프랑스의 유명 와이너리가 함께 만든 것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컨템포러리와 클래식의 조화

    건물 앞쪽에도 올리브 나무가 심어져 있는데 실제로 이탈리아에서 가져온 나무들이라고 한다. 이 올리브 나무에서 열리는 올리브로 매해 올리브기름을 만들기도 하는데 그 양이 적어서 판매는 하지 않는다고.

올리브 나무 그늘 아래서 와인 한잔. 캬.

# 오직 하나의 와인

    오퍼스원은 매년 한 와인을 만든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와인은 '2014 Opus One'이다. 2018년에 2014년 와인이 판매되고 있는 이유는 이 와이너리의 프로세스 때문이다. 포도를 수확해서 여러 과정을 거친 뒤 판매가 시작되기까지는 3년이 걸린다고 한다. 

    투어 프로그램을 예약하면 호스트가 작은 그룹을 이끌고 와이너리 내부를 설명해준다. 주방처럼 생긴 와인 연구실에 도착하면 여러 가지 기계들과 작업들을 볼 수 있다. 그중 눈길을 끌었던 것은 수많은 코르크였다. 포도나 블랜딩뿐만 아니라 코르크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연구가 이루어진다고 한다. 

와인 연구실과 와인 탱크
나파 최초(?)의 포도 선별 기계

    처음 포도를 수확한 후 포도알을 엄선하는 작업을 한다. 크기와 색깔에 대한 기준이 있어 적합한 포도알만을 골라내는 작업을 한다. 포도알을 골라내 주는 기계는 오퍼스원에서 처음으로 사용하기 시작했고 지금은 나파에 다섯 대 정도가 있다고 한다. 기계는 열 맞춰 들어오는 포도알들을 카메라로 보고 기준에 맞지 않는 포도알을 골라내는 형태로 작동을 한다. 이 기계가 있기 전에는 이 작업을 모두 사람이 했는데 작업 과정이 너무 오래 걸리는 단점이 있었다고.

    선별된 포도알들을 옮기고 탱크에서 숙성시키는 과정은 포도알에 대한 손상이 없도록 조심스럽게 이루어진다. 포도를 한 방향으로 부드럽게 떨어지도록 하며 포도알 더미를 휘젓거나 누르거나 하는 일을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탱크에서 발효 후 프랑스산 오크통에서 18개월의 숙성을 거친다. (내가 방문한 나파의 와이너리들은 모두 프랑스산 오크통을 사용한다고 한 걸로 보아서는 프랑스산 오크통이 와인 숙성에 매우 좋은가 보다.) 이후 병으로 옮겨져 다시 18개월 숙성을 거치는데 병에서 숙성을 한 번 더 하는 이유는 미국인들의 와인을 마시는 특성 때문이라고 한다. 프랑스에서는 와인을 산 이후에 오래 보관을 했다가 마시는 것이 일반적인데 미국에서는 와인을 원할 때 사서 바로 마시기 때문에 좀 더 나은 맛을 제공하고자 병에서 숙성시키는 기간을 갖는다고 설명했다. 

프랑스 오크통에 담겨진 와인 향이 진하게 나는 숙성 창고와 테이스팅룸

    이 과정을 모두 거쳐 와인이 생산되는 데에 3년이 걸린다. 이 날 투어가 끝나고 테이스팅 한 와인 역시 오퍼스원 2014 였다. 샵에서는 2012와 2007도 판매하고 있었지만 추가 테이스팅은 2012만 가능하다. 하지만 추가 테이스팅을 하기에는 한잔에 $60이라는 가격을 무시할 수 없었다. 

    오퍼스원은 원래 오퍼스원 하나만 생산했었지만 1993년부터 오버쳐(Overture)라고 불리는 두 번째 와인을 내기 시작했다. 오버쳐는 투어 시작하기 전에 테이스팅을 했는데 이 또한 맛있었다. 오버쳐도 가격이 싸지는 않지만 오퍼스원의 반 값 정도이니 오퍼스원의 와인을 맛보고 싶은데 금전적인 부담이 있다면 차선으로 괜찮을 것 같다. 

    

    오퍼스원의 와이너리 투어는 한 번쯤 가볼만하다고 느껴졌다. 담당 호스트가 친절하고 설명도 굉장히 잘해주시고 오버쳐와 오퍼스원 테이스팅이 포함된 가격이라 나쁘지 않은 듯하다. 담당 호스트의 추천으로 옥상 테라스에 앉아서 남은 와인을 마셨는데, 새파란 하늘 아래 바람 부는 테라스에 앉아 눈부신 햇살을 받는 포도밭을 보면서 와인을 마시고 있으니 와인색에 취하고 분위기에 취하고 천국이 따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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