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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유가 Jun 25. 2020

와이너리 이야기 #실버오크

Silver Oak

    나파 밸리와 알렉산더 벨리 두 곳에 위치하고 있는 실버 오크. 멀지 않은 곳에 와이너리를 두 곳이나 운영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인기 있다는 뜻이겠지. 둘 중 이번에 방문한 곳은 최근에 오픈한 알렉산더 벨리에 위치한 곳이었다. 사진으로 봤을 때 모던한 와이너리 테이스팅 룸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요새 캘리포니아 와이너리들의 콘셉트가 그러한 것 같다. 근처에 새로 짓는 와이너리 건물들이 다 비슷하게 심플하며 모던하더라.


    투어를 신청하고 예약한 시간에 맞추어 가면 가이드의 인솔 하에 눈앞의 포도밭부터 투어가 시작된다. 수확철에 와이너리를 간 것은 처음이었는데, 수확철에 가니 여기저기 포도의 잔해가 남아있었다. 올해는 날씨가 따듯해서 그런지 조금 수확이 빨랐던 듯하다. 바닥에도 떨어진 포도가 많았고, 가지에 달린 포도들도 바싹 말라 건포도가 되어 가고 있었다. 하지만 잘 찾아보면 아직 성한 상태로 남아 있는 포도를 볼 수 있었는데, 수확하고 남은 것이니 먹어도 된다고 하여 따 먹어 보았다. 투어를 시작하기 전에 와인을 한잔 받았는데 포도가 좋은 안주가 되었다.

    보통 와인을 만드는 포도는 크기가 작고 굉장히 달다. 그래야 그 당분에 발효가 잘 되고 그 과정에서 알코올도 생성된다. 껍질의 두께와 색깔도 와인을 만드는데 중요한 요소이다. 이 밭에서 먹어본 포도는 가장 유명한 까베르네소비뇽이었는데, 포도알이 블루베리 정도의 크기였고 굉장히 달고 껍질은 두꺼웠다. 크기도 작은데 껍질도 두꺼워서 알맹이는 더욱 작은 데다가 안에 씨도 하나씩 들어있어서 비록 달아서 맛있기는 하지만 과일로 먹기에는 귀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발효실과 숙성실도 들어가 볼 수 있었는데, 수확 시즌이라 그런지 발효실에서 바쁘게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이 곳의 건물들은 모두 지붕에 태양열 패널을 달고 있었는데, 와이너리의 모든 전력을 감당해내고도 남은다고 한다. 남는 전력은 전력회사에 기부를 하고 있다며 웃더라. 물 또한 재사용하고 있어 화장실 변기 물을 확인해보면 흙이 바랜 색깔의 물을 볼 수 있다고 하였다.

    숙성고는 온도 조절장치가 있어서 서늘했다. 날씨가 너무 더웠고 투어는 뙤약볕에서 포도밭을 거닐며 진행되었기 때문에 나도 그냥 숙성고에서 숙성이 되고 싶었다. 여기서 사용되는 오크통은 모두 미국 오크통이라고 한다. 다른 와이너리들은 비싸고 고급으로 유명한 프렌치 오크통만을 고집하는데, 미국 오크통을 쓴다니 좀 의아했다. 뭐가 다른가 하고 물어보았는데, 향이 어떻고 품질유지가 어떻고 하면서 열심히 설명해 주었지만, 내 머릿속에는 그냥 미국에 있으니 구하기 쉬운 거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투어의 마지막은 와인 라이브러리였다. 빈티지별로 이 와이너리에서 생산된 와인들이 벽에 빼곡히 꽂혀있었다. 와이너리를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나도 언젠가 이런 라이브러리를 갖고 싶다. (나로서는 마시지 않고 쌓아두는 것이 더 어려울지도 모르지만...) 벽에 줄지어 꽂혀있는 와인과 더불어 그 가운데 놓인 큰 테이블도 아주 마음에 들었다.

    투어를 하는 중간중간에 와인잔을 채워주셔서 이미 와인을 좀 마신 상태였지만, 마지막 와인은 항상 앞에 것 보다 좋은 것을 주기에 또 한 잔을 받아 마셨다. 투어가 끝나면 실버 오크 로고가 새겨진 와인잔을 선물로 준다. 이것도 꽤나 고급잔이라고 설명을 하더라. 이렇게 몇몇 와이너리에서는 와인잔을 기념품으로 주곤하는데, 확실이 다른 곳에서 받는 잔보다는 꽤나 좋은 잔이었다. (그리고 안전하게 가져가라며 잘 담아주는 센스도 겸비했다.)

    이곳저곳을 돌아다닐 때는 너무 더워서 녹아버릴 것 같았지만, 나무 그늘에 앉아서 와인을 마시고 있으니 선선한 바람과 즐거워 보이는 다른 사람들의 모습에 기분이 좋아졌다. 나도 오랜만에 느껴보는 캘리포니아의 햇살을 (그늘에 숨어서)만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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