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잼을 위한 공간에 대하여
오늘 하루가 참 지친다라는 생각이 들 때
집에 가서 발 씻고 아무 생각 없이 누워있는 것이 제일인 나에게도
집보다 더 위로가 됐던 그런 공간이 있었다
안타깝게도 지금은 사라졌지만
와인을 마시던 날들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공간
쌓여있는 일 다 제쳐두고 와인 한 병(혹은 두 세병) 들고 가서
야외 테라스에 앉아 밤공기와 와인 향을 맡으며
'아, 이 정도면 충분히 잘 살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이 시간을
우린 와인잼 이라고 불렀다
직접 요리를 할 때도 있었고,
이것저것 사가서 잘 차려 놓으면 세상 누구도 부럽지 않았던 시간이었다
와인을 마시면서 오늘 있었던 시시콜콜한 이야기도 하고
옛날에 그랬었는데, 그랬던 적이 있었나 라며 웃기도 하고
나중에는 이렇게 살았으면 좋겠다 하고 밤하늘도 쳐다보곤 했었다
그렇게 와인에, 밤에 취해서는
‘아후 취해’를 반복하거나 ‘너는 꿈이 뭐니?’라고 물어보거나
정말 만취를 해서 집에 돌아가거나 하는 날도 좋았고
다 같이 ‘이제 가자 역시 오늘도 이 곳은 좋다’ 하면서 헤어지던 날도 좋았고
햇빛이 좋은 날 낮부터 신나게 떠들었던 그날도 참 좋았다
항상 끝날 때는 같이 나눈 대화들과 감정들이 좋아서
더 특별하지만 너무 아쉬웠던 날들
좋지 않았던 날들이 없다
우리 충분히 잘 살고 있는지 확인하러 한번 더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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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ne Diary : Instagram @iamsuhy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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