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히 트렌드는 과거에도 존재했을 것이다. 그리고, 트렌드를 만들어 내는 요인은 다양했을 것 같다. 단순히 대중의 기호가 변화하면서 생긴 것도 있을 것이고, 국제 정세의 변화나 새로운 사상의 등장 같은 것에 의해서도 트렌드가 형성되었을 것이다. 물론, 기술적 발전에 의한 트렌드도 존재했을 것이다.
그런데, 요새는 기술이 트렌드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가 어느 때보다 큰 것 같다. 워낙 기술의 발전이 빠른 데다가, 사람들의 삶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기술이 연달아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이 사람들의 삶을 크게 변화시킨데 이어, 스마트폰이 다시 격변을 만들어 냈고, 이제 AI와 IoT 같은 기술이 또 한 번의 커다란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가까운 미래의 트렌드 키워드를 뽑아낼 때도 기술과 관련 있는 키워드들이 자연스럽게 많이 뽑히게 되었다.
요즘 어디든 키워드를 뽑으면 빠지지 않는 것이 인공지능일 것이다. 세상을 바꿀 만큼 강력한 기술인 데다 적용 범위가 넓기 때문에, 기술과 관련된 키워드로서는 단연 으뜸이다. 과거에도 세상을 혹하게 했던 키워드들이 여럿 있었고, 그중 일부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3D TV, VR, 3D 프린터 등이 한때 핫한 키워드였지만, 최근에는 잘 거론되지 않고 있다.
인공지능에 대해서도 한 때 유행이나 허상이 아닌가 하는 의견이 일부 있지만, 인공지능은 다른 기술적인 키워드와는 많이 다르다. 일단 이미 활용되고 있는 분야가 많다. 헬스 케어, 제약, 제조 공정, 물류, 콘텐츠 등 여러 분야에서 역할을 넓혀가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 충분히 실용화될 만한 연구 결과도 많이 나와 있다. 인공지능에 대한 기업들의 투자가 다른 기술에 대한 투자와 비교도 안될 정도로 활발한 것만 봐도 그 차이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기업들은 돈이 되지 않는 것에 잘 투자하지 않는다.
인공지능이 가진 특징 중 하나는 '소프트웨어 기술'이라는 것이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서로 결합되어 활용되는 것이 보통이기는 하지만, 문제를 어디에서 해결하느냐에 따라 소프트웨어 기술과 하드웨어 기술을 구분할 수 있을 것 같다. 3D TV, VR, 3D 프린터는 하드웨어로 문제를 해결한다. 반면, 인공지능은 소프트웨어, 즉 순수한 프로그램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그래서, 사용할 때 하드웨어의 제약이 적은 편이고, 넓은 범위에 적용 가능하다. 이런 면으로 보면, '인터넷'과 비슷한 종류의 기술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어쨌든 인공지능은 인터넷, 스마트폰처럼 앞으로의 10년을 지배할 키워드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예전에는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이 텔레비전과 라디오 정도였다. 오프라인에서도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지만, 소비량의 측면에서 오프라인이 온라인을 따라가기는 어려울 것 같다. 이 온라인 플랫폼에 인터넷이 추가되고, 또 스마트폰이 추가되면서, 그리고 네트워크 속도가 다량의 정보를 순간적으로 전송할 수 있을 만큼 빨라지면서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는 통로가 많아졌다. 그에 따라,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는 시간도 늘어났고, 결과적으로 콘텐츠 자체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한때 자율주행 자동차가 핫한 키워드가 되면서, 사람들이 차를 이용하는 도중에도 콘텐츠를 소비할 것이므로 콘텐츠에 대한 수요는 더 커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그것은 아직 몇 년은 더 기다려야 하는 얘기다. 자율주행이 일반화되는데 애초의 기대보다 시간이 더 많이 걸릴 것이라는 것이 최근의 중론인 것 같다.
그것보다는 콘텐츠를 이용하는 소비자층이 점점 더 확대되고 있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과거에 비해 어린 소비자와 나이 많은 소비자의 숫자가 계속 많아지고, 콘텐츠 소비에 소극적이던 사람들도 콘텐츠 소비에 점점 더 적극적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콘텐츠 자체가 사회적 연결의 강한 매개체가 되어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소비자들이 계속 새로운 콘텐츠를 요구하기 때문에 시장 참여자들이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점도 콘텐츠가 중요한 키워드로 자리 잡는 데 일조할 것으로 생각한다.
메타버스는 비교적 최근에 유명해진 개념이다. 그리고, 아직 그 경계가 명확하지 않은 개념이기도 하다. 여기저기에서 메타버스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사용하는 곳마다 그 범주가 조금씩 다르게 느껴진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아직 모호하게 느껴지는 개념이고, 한때 유행했다가 사라질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는 조금 주의해서 보고 있다. 왜냐하면 '메타버스'라는 것이, 그동안 없던 것이 새로 등장했다기보다는, 이미 존재하고, 발전하고 있던 것에 정의를 내린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메타버스를 조금 넓게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VR/AR 같은 것과 연결되는 좁은 범위로 보는 경우도 있는 것 같은데, 나는 기본적으로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같은 SNS 서비스도 메타버스의 일종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미 그 속에서 사람들은 현실과는 별개로 존재하는 또 다른 현실을 구성하고 있고, 그 안에서 현실의 나와는 분리되는 별개의 나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어디서나 동일한 인격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여겨지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환경에 따라 다양한 인격을 표출하는 것이 흔한 일이 되었다. 멀티 페르소나나 부캐의 개념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심지어 '놀이'로까지 여겨진다. 그렇다면, 여러 페르소나가 활동할 공간이 필요한데, 온라인 세상은 이를 위한 훌륭한 환경을 제공한다.
이미 존재하는 개념이고, 트렌드와 잘 어울리기 때문에 주의 깊게 들여다보고 있다. 어떤 모습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상상이 되지 않지만 말이다.
보안은 원래도 중요한 것이었지만, 앞으로는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당장, 자율주행 자동차나 사물 인터넷만 생각해도 보안이 얼마나 중요한지 상상할 수 있다. 누군가 내 차를 마음대로 조종하거나, 내 가전기기를 통해 나를 감시하고, 내 정보를 마음대로 사용한다면 끔찍할 것이다. 점점 더 정보와 자동화에 의존하는 기업도 보안이 취약하면 한순간에 위기를 맞을 수 있다. 고객 정보나 회사의 중요한 정보를 탈취당할 수도 있고, 서비스가 정상적으로 동작하지 않을 수도 있다.
보안은 사실 예전부터 중요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다소 등한시되는 느낌이 있었다. 많은 기업이 보안에 사용하는 비용을 매우 아까워했고, 그래서 최소한의 비용만 투자하여 최소한의 보안만 갖추어 놓는 경우들이 많았다. 덕분에 많은 기업의 고객 정보가 유출되었고, 보안이 무척 철저해야 할 것 같은 은행조차 해킹당하는 사례가 있었다.
하지만,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의 발달로, 정보와 자동화가 개개인의 삶에 더 깊은 영향을 미칠 것이 확실하고, 이 때문에 보안의 중요성을 고객들이 더 많이 체감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율 주행뿐만 아니라 생활의 많은 부분을 소프트웨어에게 맡기게 될 것이고, 건강 정보, 재무 정보, 그 외 개인과 관련된 모든 정보가 지금보다 더 활발하게 네트워크의 바다를 유영하게 될 것이다. 당연히, 해커의 입장에서는 해킹을 시도할 수 있는 지점이 많아지게 되고, 해킹하여 획득한 정보의 가치도 더 올라가게 되는 상황이다. 그만큼, 해킹 시도의 횟수 자체가 크게 증가할 수도 있다.
결국, 보안의 실제 가치도 점점 더 올라가고, 보안에 대한 소비자의 체감 정도도 커질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보안도 가까운 미래를 보는 하나의 키워드로 생각하고 있다.
생활가전에는 사실 크게 관심이 없었다. 꽤 오랫동안, 생활가전의 범주에서는 텔레비전, 세탁기, 냉장고, 에어컨 같은 전형적인 것들만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런데, 공기 청정기, 제습기, 건조기 등에 이어, 의류관리기, 안마기, LED 마스크 같은 것들이 흥행에 성공하는 것을 보면서, 앞으로도 새로운 가전이 많이 등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이 발달하면 그와 결합된 새로운 가전들이 개발될 것이고, 사람들은 삶의 질을 높여주는 새로운 가전을 계속 구매할 것으로 생각된다.
새로운 개념의 가전이 등장하는 것뿐만 아니라, 기존의 가전들도 계속 업그레이드될 것이다. 더 좋은 텔레비전, 세탁기, 냉장고, 에어컨이 등장할 것이고, 사람들은 계속 새로운 제품을 구매할 것이다. 20세기에는 쓸 만큼 쓴 후에 물건을 교체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지금은 아직 쓸만할 때 새로운 제품으로 교체하는 일이 많이 벌어진다.
어쩌면, 스마트폰을 주기적으로 교체하는 행동이, 제품이 쓸만할 때 새로운 제품으로 교체하는 방식에 익숙해지도록 만들었을지도 모르겠다. 거기에 중고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먼저 쓰던 제품을 적당한 가격에 팔기 쉬워졌고, 그만큼 새 제품으로 교체하는 부담도 줄어들었을 것 같다. 그리고, 이런 방식의 교체 방식 자체가, 물건을 사용한 만큼만 돈을 지불하는 방식과 닮아있기 때문에, 점차 구독의 개념으로 발전한 것 같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생활 가전도 구독이 일반화될 수 있고, 그러면 제품 교체 주기는 더 짧아질 것이다.
숫자 6개를 정해서 복권을 산다. 어차피 각 숫자가 나올 확률은 같기 때문에, 그냥 1, 2, 3, 4, 5, 6으로 정해도 1등에 당첨될 확률은 같다. 그런 면에서 보면, 자신만의 숫자 전략이라던가, 꿈에서 본 숫자를 포함시킨다던가 하는 것들은 다 무의미한 것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절대로 무의미하지 않다. 숫자를 선택하는 그런 방식들이 1등에 당첨될 확률을 올려주지는 않지만, 1등에 대한 기대감을 올려준다. 그리고 복권의 '재미'를 만들어 준다.
다가올 미래가 이런 키워드들과 별로 상관없을 수 있다. 내가 한 예상이 완전히 다 틀린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키워드를 가지고 있으면, 앞으로 벌어지는 일들을 보는 것이 더 재미있어진다. 게다가, 이것도 자꾸 해보면 점점 더 키워드를 잘 뽑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쯤 되면, 어떤 주식을 사야 할지 판단하는 데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