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에 책을 몇 권 새로 구입하게 되었다. 어떤 책을 구입할까 하다가 코로나 이후 세상이 어떤 모습을 갖게 될지 궁금하여 '트렌드 코리아 2021'을 구매 목록에 포함시켰다. 그리고 얼마 전 이 책을 다 읽게 되었다. 처음 볼 때는 큰 기대를 하지 않고 보기 시작하였는데, 읽어보니 키워드도 잘 뽑았고, 정리도 잘 되어 있었으며, 무엇보다 분석이 날카로워 크게 감명을 받았다. 그래서 책을 읽으면서 내 머릿속에 나름대로 정리되고 자리 잡게 된 세 가지 키워드에 대해 글로 한번 적어보기로 했다.
'트렌드 코리아 2021'에서는 주로 MZ세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나는 그중에서도 Z세대에 특히 더 관심이 생겼다. Z세대는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중반 사이에 태어난 세대를 주로 지칭하며, 지금으로 따지면 15~25세 정도를 구성하는 세대라고 할 수 있다. Z세대의 특징으로 거론되는 것이 여러 가지 있지만 여기서는 내가 특별히 관심을 두게 된 부분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먼저 Z세대는 '공정함'을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세대로 보인다. '공정함'과 관련된 사회적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공정함'을 훼손한 기업이나 제품 혹은 콘텐츠에 냉담한 태도를 보인다. 부정한 방법으로 특정 학생이 우수한 성적을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모 고등학교의 사례나 부정한 방법으로 아이돌 그룹 멤버를 선발한 것으로 드러난 모 프로그램에 대해 보이는 분노의 반응은 이전 세대들보다 훨씬 강렬하게 느껴졌다. 어쩌면 어렸을 때부터 치열한 경쟁 상황에 놓여 있었던 것 때문에 '공정함'의 가치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게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비약일 수 있겠지만, 아이의 교육에 부모가 적극 개입하여 아이의 행복한 미래를 어렸을 때부터 '만들어' 나가고자 하는 X세대 부모의 영향은 아닐까도 생각해 본다.
다음으로 Z세대는 '재미'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어렸을 때부터 다양한 미디어에 노출되어 있었기 때문인지, 의미와 가치도 중요하지만 당장 나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인가도 중요한 요소로 여기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운동처럼 '건강'이 주요한 키워드였던 활동에도 '재미'를 가미하고자 하는 것 같고, 콘텐츠를 소비할 때도, 콘텐츠를 더 즐겁게 소비하기 위해 참여하고 재생산하는 것에 적극적인 것 같다.
세 번째로는 능동적인 자기 개발을 꼽고 싶다. 선입견일 수 있겠지만, 지금의 젊은 세대는 어렸을 때부터 자신을 어떻게 개발하고, 어떤 능력을 쌓고, 건강은 어떻게 관리해야 좋을지에 대해 잘 알고 실행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물론, 그 세대의 모든 구성원이 그러는 것은 아닐 테고, 심지어 대부분의 구성원이 가진 모습은 아닐 수도 있겠지만, 직장 등 여러 곳에서 지금의 20대를 만나고 겪어본 바로는 기존 세대보다 훨씬 자기 개발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더 체계적으로 접근하는 느낌이다.
구매력은 4050에 해당하는 X세대가 더 높겠지만, Z세대가 트렌드를 주도하고 이전 세대도 그 트렌드의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에 공감이 많이 갔다. 작년부터 참 새롭다고 느꼈던 많은 콘텐츠들이 Z세대에 대해 조금 알게 되고 나니 더 잘 이해되는 느낌도 있다. 앞으로도 관심을 두고 지켜봐야겠다.
내가 관심을 갖게 된 두 번째 키워드는 '행복의 극대화'라고 할 수 있다. 세상에 돈과 시간이 넘치도록 많은 사람은 별로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제한적인 돈과 시간을 가지고 있고, 그중의 일부만을 지금 당장의 행복을 위해 쓸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은 점점 더 자신이 쓸 수 있는 자원을 가지고 자신의 행복을 최대한 늘리는 것에 관심을 갖는 것 같다. 어쩌면 이것도 Z세대가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라고 생각되지만 특별히 호기심이 가는 부분이라 별도의 키워드로 잡아 보았다.
행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을 행복하게 해주는 요소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 혼자서 사색할 때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 다양한 동호회 활동을 한다던가, 반대로 사람들과 있을 때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 집에서 명상에 잠긴다던가 하는 것은 자신을 최대로 행복하게 하는 것과는 거리가 있을 것이다. 따라서, 자신을 최대한 행복하게 만들려면 자신에게 맞는 활동을 해야 하는데, 사실 사람이 자기 자신을 정확히 파악한다는 것은 유사 이래로 언제나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정보가 넘치고 미디어의 영향을 많이 받으며, 사회 구성원으로서 요구받는 것이 많은 현대인에게는 어쩌면 더욱 어려운 일일 수도 있겠다. 그래서 사람들은 객관적인 근거를 가지고 자신을 파악하는 것에 몰두하게 된 것일지 모른다. 심리테스트나 MBTI에 열중하는 것이 여기에 기반하는 것 같다.
심지어는 멀티 페르소나도 이것과 관계된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나를 여럿으로 나누고, 각각의 인격에 걸맞은 행동을 함으로써 내 안에 존재하는 여러 인격들의 욕구를 골고루 만족시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내가 느끼는 행복의 총합도 증가하게 될 것이다.
소비에 있어서도 예전과는 다른 양상들이 나타난다. 중고에 대한 인식이 바뀐 것이나, 해외 직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것들을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을 것 같다. 현대에는 행복하기 위해서, 혹은 불행해지지 않기 위해서 돈은 필수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좀 더 효율적인 소비를 추구하고, 그것이 소비 패턴에 변화를 일으킨 것으로 생각된다. 돈뿐만이 아니다. 살고 있는 집, 가지고 있는 자동차 등 자신이 가진 모든 것에서 효용을 최대한 이끌어 내는 것에 많이들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행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건강이 필수다. 생각해보면 우리나라가 소위 '먹고살만하기' 시작해졌을 때부터 건강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던 것 같다. 한번 늘어난 관심은 그 이후에도 줄어들지 않았고, '건강'은 늘 우리 사회의 중요한 키워드에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다가 은퇴 이후의 삶이 중요해지면서 더 관심받는 키워드가 되었다. 그런데 예전에는 건강에 관심을 갖는 것을 어느 정도 나이가 든 것과 동일시하는 분위기였던 것에 반해, 최근에는 젊었을 때부터 건강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건강을 돌보는 것이 미래를 위한 저축일 뿐 아니라, 행복한 현재를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라는 인식이 존재하는 것 아닌가 싶다.
한때 YOLO가 유행하며, 미래보다는 현재에 가치를 두는 것이 유행한 적이 있다. 하지만, '하나뿐인 인생'은 지금 당장뿐만 아니라 내가 살아내야 할 미래까지를 포함하는 것이다. 어쩌면 지금의 이런 트렌드는 '하나뿐인 인생, 잘 만들어 가 보자'는 좀 더 긍정적인 YOLO로 보아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된다.
혼자 사는 사람이 많이 늘어났다. 더불어 혼자 하는 활동도 많이 늘어났다. 예전에는 혼자서 밥 먹고, 혼자서 술 먹고, 혼자서 영화 보면 청승맞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지만(거의 100% 들었던 것 같다.), 지금은 그런 것이 흉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혼자서 잘 즐기는 노하우가 중요한 정보로 대접받고 있다. 하지만, 혼자 살고 혼자 활동하는 것을 즐기는 사람들이라고 해서 사회적 관계나 감성적 교류가 필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아마 이런 사람들도 무인도에서는 살 수도 없고 살고 싶지도 않을 것이다. 물자와 자원이 넘치더라도 말이다.
사람은 아주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체로 사회적 교류가 필요하다. 사람이 자신의 존재 가치를 확인하는 과정에는 다른 존재와의 교류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만, 사회가 복잡해지고, 관계의 양이 증가하고, 내가 원하지 않을 때에도 관계를 강요받는 상황이 생기면서, 관계 혹은 교류로부터 받는 스트레스도 급격히 증가했다. 결국 많은 사람들이 그런 스트레스로부터 해방되고 싶어 했고 그것이 혼자 하는 활동이 늘어나게 된 여러 계기 중 하나가 되었다.
관계 자체가 문제가 되기보다는 관계를 통해 발생하는 부정적인 상황들이 문제이기 때문에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관계 혹은 교류는 오히려 환영받을 수 있는 환경이 되었다. 이런 이유로 나는 예전부터 반려 동물과 관련된 산업과 캐릭터 산업이 계속 확장될 것으로 생각했다. 반려 동물과 캐릭터는 사람과 교감을 나누는 대상이 될 수 있으면서 관계로부터 오는 스트레스는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는 그런 '대체제'가 두 가지 더 발달하고 있는 것 같다. 그 첫 번째는 '느슨한 관계'이다. 예전에는 동호회 활동을 하면 뒤풀이 참가는 거의 필수로 여겨졌다. 의무는 아니라고 해도 뒤풀이에 계속 참가하지 않으면 싫은 소리를 듣기 일쑤였다. 그런 뒤풀이 문화 때문에, 혹은 끈끈한 관계로 엮이는 것에 대한 부담 때문에 동호회 활동을 기피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런데 요새는 뒤풀이 없는 활동도 많아지는 것 같고, 일회성으로 모여서 같이 무언가를 즐기는 활동도 많이 있는 것 같다. 이런 느슨한 관계는 예전부터 온라인에서는 많이 존재하던 것이라서, 온라인에서의 경험이 오프라인으로 전이된 것인가 하는 생각까지 든다.
대체제의 두 번째는 'AI의 발달'이다. 챗봇과 관련해서 해외에서도 우리나라에서도 이슈가 있었지만, 대화하는 AI는 결국 우리 곁에 다가오게 될 확정된 미래와 다름없다. 일본에서는 이미 AI가 노인들의 대화 상대가 되어주고 있고, 우리도 이미 몇십 년 전에 '다마고치'라는 디지털 존재와 교감을 나눈 적이 있다. 어떤 실험에서는 챗봇이 단순히 사람의 말을 반복하기만 하는 것으로도 위로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왔다는 것 같다. 예를 들어 사람이 '나 오늘 우울해'라고 했을 때, AI가 '오늘 우울하시군요.'라고 응답하는 것만으로도 위로의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예전부터 사람이 아닌 것과도 교감을 나누었고, AI는 사람이 아닌 것 중에서는 가장 사람 같으면서 동시에 사람을 위한 프로그래밍이 가능하기 때문에, 앞으로 AI와의 교감은 더욱 확장되고 진화할 것이다.
사람은 이성적이라기보다는 오히려 감성적 혹은 감정적인 동물이다. 그래서 감성을 소비하는 방식과 대상이 무척 중요하다. 세상이 빠르게 변하는 만큼 사람이 감성을 다루는 방식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앞으로 어떻게 달라져 갈지 개인적으로 무척 궁금하다.
한 때는 세상이 변해가는 모습을 잘 따라가고 있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트렌드 코리아 2021'을 읽으면서 내가 많은 것을 놓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 머릿속에 있던 세상은 이미 낡은 것이 되었고, 세상은 새로운 세대에 의해 새로운 모습으로 바뀌어 가고 있었다. 젊었을 때는 기성세대가 되는 게 죽기보다 싫었지만, 그것은 어차피 피할 수 없는 운명이었다. 그렇다면 적어도 '라떼는 말이야'를 부르짖는 라떼 전도사는 되지 않았으면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세상이 변해가는 모습을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선입견 없이 바라볼 수 있어야 할 것 같다.
20세기에도 세상에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21세기에 들어서는 세상이 참 드라마틱하게 변해간다는 생각이 든다. 인터넷, 스마트폰, 인공지능 같은 새로운 기술들이 세상을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고, 새로운 세대, 새로운 질병 같은 요인들이 변화를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예전에는 50년 뒤를 상상할 때 그려지던 것들이 이제는 10년, 20년 뒤에는 현실화되지 않을까 기대되곤 한다. 그만큼 미래를 예측하기는커녕 변해가는 현재를 따라가기도 벅차지만, 그래도 눈을 떼지 말고 한번 따라가 봐야겠다. 어쩌면 이런 변화를 관찰할 수 있는 것도 우리 세대의 축복일지 누가 알겠는가?
1. Z세대
공정함을 중요하게 여김
재미를 추구
능동적인 자기 개발
2. 행복의 극대화
자신을 정확하게 알기
시간과 돈의 효율적인 활용
건강에 투자
3. 감성적 교류
반려 동물과 캐릭터
느슨한 관계
AI와의 교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