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이었을 때는 중학생 형들의 말이 모두 맞는 말인 것 같았다. 하지만, 내가 중학생이 되고 보니, 중학생의 생각이라는 것이 특별하지 않았다. 중학생 때는 고등학생들이 대단해 보였고, 대학생 때는 한 두해 먼저 대학생활을 한 선배들의 말이 큰 가르침으로 느껴졌다. 하지만, 고등학생이 되고, 대학교 선배가 되어 보니 역시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훨씬 많았다. 이것은 직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직장 생활을 처음 할 때는, 경력자들의 말과 그들이 하는 일이 대단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사실 그들도 아직 모르는 것이 많다. 그들의 말에도 틀린 것이 있고, 그들의 작업에도 서툰 점이 있다.
나보다 앞서 경험한 사람들의 말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분명 그들의 말과 행동에는 배울 점이 많다. 다만, 그것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그들도 아직 배워나가는 과정에 있는 사람들이고, 그래서 언제든 틀릴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세상에는 어디에서나 통용되는 진리가 없다. 아무리 좋은 말도 어떤 상황에서는 의미가 없을 수 있고, 심지어 좋지 않은 결과로 연결될 수도 있다. 과감한 것이 좋은가, 신중한 것이 좋은가? 능동적이어야 하나, 수동적이어야 하나? 혼자서 결정해야 할까, 다 함께 의논해서 결정해야 할까? 이런 질문들에 대한 유일한 답이라면 ‘그때그때 다르다’ 정도일 것이다.
서점에 가면 성공한 사람들의 책들이 많이 있다. 인터넷에도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글과 영상들이 넘쳐 난다. 그런 말들을 그대로 따르기만 하면 똑같이 성공할 수 있을까? 만약 그렇다면 실패를 겪는 사람이 별로 없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세상에는 성공보다 실패가 훨씬 많다. 게다가, 성공의 비결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조차 매번 성공하지는 못하고 있다.
사실, ‘비판적으로 수용하라’는 말은 흔한 말이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도 이미 여러 차례 들어본 말일 것이다. 그리고, 그 중요성도 이해하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런데, 어떻게 해야 비판적인 수용이 되는 것일까? 언제는 맞는 말이 되고, 언제는 틀린 말이 되는지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일단, 여러 가지 조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구글이 OKR 시스템을 도입하여 생산성을 올렸다면, ‘OKR 시스템이 생산성을 올려준다’고 기계적으로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구글이 가진 어떤 조건이 OKR과 잘 어울렸는지 살펴봐야 한다. 구글에 뛰어난 인재가 많이 모여있었기 때문일 수도 있고, 구글의 조직 문화가 OKR과 잘 어울렸을 수도 있다. 혹은 구글의 사업 자체가 OKR과 잘 맞을 수도 있다. 이런 조건을 같이 고려해야, ‘OKR 시스템이 생산성을 올려준다’는 문장이 언제 맞는 문장이 될지 구분할 수 있다. 물론, 일의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워낙 많고, ‘운’처럼 예측 불가능한 것도 있기 때문에, 100% 정확하게 구분할 수는 없다. 하지만, 여러 가지 조건을 같이 고려하면 예측이 맞을 확률을 올릴 수는 있다.
실패담을 같이 확인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모바일 게임 중에는 크게 성공한 게임들이 있고, 반대로 실패한 게임들도 있다. 성공한 게임과 실패한 게임이 품질 등의 면에서 크게 다를 수도 있지만, 때로는 비슷한 콘텐츠를 가지고 있고 품질도 비슷한데 성패가 갈리는 경우도 있다. 그런 경우에 성공작과 실패작을 세심하게 비교해 보면, 성공작만 봤을 때보다 더 많은 것들을 알아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내가 가진 조건과 내 주변의 환경을 정확하게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 어떤 진술이 지금의 나에게 적합하려면, 그 진술을 옳게 만드는 조건과 환경이 나의 조건 및 환경과 유사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알기 위해서는 먼저 나의 상황을 제대로 알고 있어야 한다. 달리기가 건강에 좋다고 해서 안 좋은 무릎으로 달리기를 한다던가, 지병이 있으면서 몸에 좋다는 음식을 아무것이나 먹는다면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을 것이다.
비판적으로 수용하라는 말은, 결국 깊고 구체적으로 살펴보라는 말이다. 긍정적인 사고를 가지라고 하면, 어떤 것이 긍정적인 사고인지, 왜 긍정적인 사고를 가져야 하는지, 긍정적인 사고의 부정적 영향은 어떤 것이 있을지 등을 다 생각해봐야 한다. 목표를 높게 설정하라고 하면, 어느 정도가 적정한 수준인지, 목표와 함께 생각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지, 목표를 의미 있게 만드는 조건이 무엇인지 등도 같이 생각해 보는 것이 좋다. 그러면 단순하게 따라 하는 사람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통찰을 내 통찰의 재료로 사용하는, ‘비판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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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다 앞서 나가는 사람들도 여전히 배우는 과정에 있는 사람들이다.
어디에서나 통용되는 진리는 없다.
어떤 진술을 사실로 만드는 조건들에도 관심을 가지는 것이 좋다.
성공담과 실패담을 함께 보면 도움이 된다.
내가 처한 상황과 환경을 정확하게 인식해야 한다.
무엇이든 더 깊고 구체적으로 살펴보는 습관을 갖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