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의 도시, 라스베이거스

by 취한하늘

환락의 도시? 오락의 도시!


미국에서 내가 가 본 도시는 샌프란시스코와 라스베이거스가 유이하다. 두 군데 모두 일 때문에 다녀왔는데, 특히 라스베이거스는 세 번 정도 방문한 것 같다.

라스베이거스라고 하면 아무래도 '갬블'의 이미지가 강할 것이다. 실제로 라스베이거스에는 카지노가 많다. 하지만, 막상 라스베이거스에 가보니 '갬블의 도시'라는 이미지는 그렇게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것보다는 오히려 거대한 테마파크처럼 느껴졌다. 카지노 말고도 재미있는 것이 많았고, 카지노도 그전까지 내가 생각하던 카지노와는 많이 달랐다.

이번 글에서는 라스베이거스에 관한 내 기억을 한번 꺼내보고, 그중 인상적이었던 것을 몇 가지 풀어 보고자 한다.


일단은 카지노!


카지노가 많기는 하다. 크고 작은 카지노가 정말 많다. 하지만, 우리나라 정선에 있는 카지노와는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 정선에 있는 카지노를 가보면 정말 갬블을 하는 곳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그런데, 라스베이거스의 카지노는 그냥 오락장 같은 느낌이 들었다. 사람이 빽빽하게 앉아있는 것도 아니었고, 게임을 하는 사람들의 표정도 비교적 밝아 보였다.

정선에 있는 카지노나 마카오에 있는 카지노를 가 보면, 심각한 표정의 사람들이 큰돈으로 베팅하고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는데, 라스베이거스에서는 적은 돈으로 즐기고 있는 사람들을 더 쉽게 만나게 된다.(물론 private룸은 안 들어가 봐서 모른다.) 실제로, 라스베이거스 카지노 매출의 대부분이 관광객에 의해 나온다고 하는데, 우리나라의 카지노나, 라스베이거스보다 매출이 높은 마카오, 싱가포르의 카지노와는 그런 면에서 큰 차이가 있다.

카지노에 있는 게임만 봐도 정선, 마카오와 차이가 있는데, 정선과 마카오에는 갬블의 성격이 큰 머신이 많고, 테이블 게임도 판돈이 매우 큰 편인데, 라스베이거스에는 적은 판돈의 테이블 게임도 많고, 아이언맨, 왕좌의 게임 등을 테마로 하는 오락성 있는 머신들이 많이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젊은 사람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모바일 게임에서 볼 수 있는 형태의 게임들도 실험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그런데, 적은 돈으로도 꽤 즐길 수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다른 오락에 비해 돈이 많이 드는 편이기는 하다. 운이 없으면 10만 원 정도는 금방 지출하게 되니, 예산을 엄격히 지키면서 즐기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그래도 관광객을 대상으로 해서 그런지 정선이나 마카오보다, 손님에게 좀 더 후하게 룰을 설정해 놓기는 했다.)


<마카오나 정선의 카지노와는 느낌이 많이 다르다. 오락실 같은 느낌?>


호텔 투어


유럽이나 미국을 다니다 보면 숙박비가 비싸서 고민이 된다. 큰돈을 지출하는 것에 비해 숙소의 퀄리티는 기대에 미치지 못할 때가 많다. 그런데, 라스베이거스나 마카오의 호텔 숙박비는 생각보다 괜찮은 편이다. 카지노가 있는 호텔의 경우, 카지노를 통해 올리는 매출이 크기 때문에, 숙박비를 어느 정도 부담 안 되는 선으로 설정해 놓는 것 같다. 물론, '싸다'는 것은 아니다. 호텔 시설에 비해 이용할만한 금액이라는 것이다. 특히, 일찍 예약을 하면서 각종 프로모션 같은 것도 잘 찾아보면, 괜찮은 가격에 좋은 호텔에 묵을 수도 있다. 기억에는 크리스마스가 있는 12월, 1월이 비수기라서 더 쌌던 것 같다.

호텔에는 카지노만 있는 게 아니어서, 여러 호텔을 돌아다니면 재밌는 것을 많이 볼 수 있다. 홀에서 아카펠라 공연 같은 것을 할 때도 있고, Wynn 호텔 같은 경우는 호텔 인테리어 자체도 구경할 만하다. 그리고 야외에서 하는, 벨라지오의 물쇼와 미라지의 불쇼는 꼭 한번 봐야 할 정도로 퀄리티가 좋다. 개인적으로는 벨라지오의 물쇼를 가장 좋아하는데, 마치 물에 감정이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인상적이었고, 기획자를 한번 만나고 싶다는 생각까지 했다.

유명 클럽이 오픈할 시간이 되면 클럽 앞에 길게 줄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옴니아 같은 유명한 클럽들이 여러 개 있으니 클럽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클럽에 가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맛집도 여러 개 있었는데, 내가 음식에 관심이 없는 편이어서 추천할 목록이 별로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래도 고든 램지 버거는 갈 때마다 먹을 정도로 맛있었던 기억이 난다. 가격은 좀 비싼 편이다. 햄버거 집 말고도 고든 램지 음식점이 몇 개 있는 것 같으니 한 번씩 가보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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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안밖으로도 재밌는게 많다. 좁은 구역에 밀집해 있기 때문에 그다지 힘들지도 않다.>


메인 스트립과 다운타운


라스베이거스 사진에 나오는 거리는 메인 스트립이라고 불리는 '신시가지'이다. 생각보다 크지는 않기 때문에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까지 걸어서 가볼 만하다. 낮에 보는 풍경과 밤에 보는 풍경이 다르니, 시간이 된다면 한번 걸어 다녀 보면 좋다. 다만, 아무래도 사막 지역이라 무척 건조하니, 보습은 잘하고 다니는 것이 좋다. 카지노 풍경들도 볼 만하고, 거리 풍경도 볼 만하다. 슈퍼 카들도 심심치 않게 지나다닌다. 여러 나라에서 온 관광객들도 많으니 걸어가는 시간이 그렇게 심심하지는 않다.

메인 스트립도 볼만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구시가지'에 해당하는 다운타운을 더 좋아한다. 아마 스트립이 형성되기 전에는 다운타운이 라스베이거스의 중심가였던 것 같다. 다운타운에 가면 다운타운만의 분위기가 있다. 메인 스트립이 화려한 느낌이라면, 다운타운은 화려함보다는 활기찬 느낌이 더 강하다. 그래서 한 번은 다운타운에 있는 호텔에 혼자 묵은 적도 있다.(가격도 훨씬 싸다.)

다운타운에 가면 재미있는 가게들도 있는데, 그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술집(?)이 하나 있다. 모토사이클 라이더들이 모이는 술집이었는데, 라이더들이 모여있는 것도 인상적이었고, 라이더들 가운데에서 여성 점원이 마치 영화 '코요테 어글리'에 나오는 것처럼 테이블 위에서 주문을 받고 있는 것도 재밌었다. 다운타운 한편에 할리 데이비슨 가게도 있는 걸로 봐서, 할리 데이비슨 라이더들이 많이 모이는 곳인 것 같았다.

다운타운 한편에는 무대가 있고, 저녁이 되면 무대에서 공연을 한다. 내가 볼 때는 주로 밴드 공연이 있었는데, 거리 무대라서 딱히 무언가를 주문해야 하는 것도 아니었다.(심지어 의자가 아예 없었던 것 같다.) 공연자들의 실력이 꽤 좋아서, 그 앞에 서서 음악을 듣기만 해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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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클래식한 느낌의 다운타운이 더 좋았다.>


후버 댐과 그랜드 캐니언


라스베이거스 주변으로는 후버 댐과 그랜드 캐니언이 있다. 둘 다 한 번씩 봤는데, 후버 댐이 크기는 정말 컸다. 할리우드 영화에서 음모가 벌어지는 장소로 후버 댐을 활용하는 것도 이해가 되었다. 그랜드 캐니언은 우리말로 하면 '거대한 계곡'인 셈인데, 정말 거대하기는 엄청 거대한 것 같았다. 돈이 있으면 헬기를 타고 하늘에서 바라보는 것도 가능했다. 우리는 그럴 돈은 없었기 때문에, 차로 이동하여 공원 한편에서 그랜드 캐니언을 바라보았다.

그랜드 캐니언을 보기 전에는 무언가 대단한 장관을 볼 것으로 기대했는데, 막상 그랜드 캐니언을 보니, 너무 거대해서 그냥 그림을 보는 느낌이었다. 크기가 너무 크면 오히려 실감이 안나는 것 같다. 그랜드 캐니언을 바라보는 장소에는 울타리가 쳐져 있는데, 그 울타리를 넘어 위험한 곳에 가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꼭 있다. 덕분에 매년 몇 명의 사람이 떨어져서 죽는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거기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은 누군가의 죽음 위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랜드 캐니언도 나쁘지 않았지만, 그랜드 캐니언까지 가는 길이 무척 좋았다. 말이 라스베이거스 주변이지, 차로 몇 시간을 달려야 했다. 생각해 보니, 서울과 부산 정도 되는 거리인 것 같다. 그런데 가는 길이 영화에서 많이 봤던 황야의 모습이었다. 그래서 (내가 운전한 건 아니지만) 황야를 달리는 경험을 했는데, 그때 창 밖으로 보던 풍경이 그랜드 캐니언보다 더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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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거대하니까 그림을 보고 있는 것인지 실물을 보고 있는 것인지 구분이 안 됐다.>


한 번 정도 가볼 만한 곳


여러 도시를 돌아다니다 보면 살고 싶은 도시가 있고, 다시 오고 싶은 도시가 있는 반면에, 한번 방문하면 다시 오고 싶은 생각은 별로 들지 않는 도시도 있다. 라스베이거스가 나에게는 그런 곳이다. 재밌는 것이 많아서 좋은 기억들을 많이 남겼지만, 굳이 두 번 방문할 필요는 별로 느끼지 못했다. 그래도 아직 한 번도 방문하지 못한 사람에게는 언젠가 한 번은 방문할만한 도시라 생각된다.

세계적으로 카지노 매출이 가장 높은 도시는 마카오였다. 두 번째는 싱가포르이고, 세 번째가 라스베이거스였다. 젊은 사람들이 카지노를 찾지 않고, 카지노를 방문해도 구경만 할 뿐, 게임을 별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라스베이거스의 카지노 매출은 계속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위기감을 느낀 카지노들이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상황이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어쩌면, 카지노의 이미지는 점점 줄어들고, 테마파크의 이미지가 더 강해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최근에는 메타버스가 이슈가 되고 있는데, 언젠가는 라스베이거스를 메타버스에서 만나게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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