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치다 다쓰루
자신의 한계를 아는 것이 적어도 “나는 이것도 알고 있고 저것도 알고 있다”라고 아는 것을 열거하는 것보다는 자기 자신의 지적 성장에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아마도 제가 속한 집단 전체의 지적 성장에도 도움이 될 겁니다. 지적 성장이라는 것은 ‘자신이 무엇을 모르는가에 관한 앎’에서부터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 우치다 다쓰루, <무지의 즐거움>
책을 읽는 즐거움 중 하나는 새로운 사람, 새로운 관점, 새로운 생각을 만나는 것이다. 유명한 작가나 이미 알고 있는 작가의 책을 읽는 것도 좋지만, 전혀 알지 못하던 사람의 생각을 만나고, ‘이런 생각도 있구나’하고 발견할 때 나는 큰 즐거움을 느낀다. 그리고 얼마 전에 그런 사람과 생각을 새로 만나게 되었다.
<무지의 즐거움>의 저자 우치다 다쓰루는 이미 100권이 넘는 책을 출간하였다. 그중 우리나라에 번역된 것만 해도 40권이 넘는다고 한다. 그렇게 많은 책이 출간되었는데도 전혀 그 존재를 몰랐으니, 새삼 내 식견이 좁다는 생각이 들었다.
100권이 넘는 책 중에서, <무지의 즐거움>은 한국 독자를 위해 쓴 책이다. 일본에 출간한 것을 번역한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한국 출간을 목적으로 쓴 책이라는 이야기다. 상당히 특이한 사례인데, 그동안 우치다 다쓰루의 책을 다수 번역한 박동섭 옮긴이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인 것 같다.
책은 총 25가지 질문에 저자가 답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옮긴이가 질문을 하고, 그 질문에 답을 하는 것이 하나의 챕터다. 그러다 보니, 책의 주제를 저자가 설정했다기보다는 옮긴이가 설정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다. 그리고 우치다 다쓰루 연구자를 자처하는 옮긴이가 질문을 던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배움’이 큰 맥락을 형성하게 된 것 같다.
책에 나타나는 저자의 성품에서는 ‘겸손’이 두드러지게 느껴진다. 특히, ‘앎’에 있어서의 겸손이 두드러진다. 자신은 모르는 것이 많고, 자신이 저술한 것들에 대해서도 잘 알아서 쓴 것은 아니라는 태도를 가지고 있다. 몰라도 이야기할 수 있고, 누군가 잘못된 것을 알려주면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으니 좋다고 한다. 지성이란 진리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생각을 활성화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저자가 저술을 대하는 태도가 그것을 잘 뒷받침하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책의 제목이 참 매력적이다. 배움 자체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강한 매력을 느끼게 되는 제목이 아닐까? 모르는 게 많아서 우울해하는 것이 아니라, 아직 배울 것이 많아서 즐거워하는 태도. 모르고 있는 것을 새로 발견할 때마다 느껴지는 쾌감. 어쩌면 어린 시절에 누구나 한 번쯤 느껴봤던, 그러나 경쟁 사회 속에서 자연스럽게 잊어야 했던, 그런 <무지의 즐거움>을 이제 다시 한번 느껴보면 어떨까 한다.
배움은 이 책에서도 반복해서 이야기한 것처럼 무방비, 즉 모종의 순수함 없이는 달성할 수 없습니다. 지나치게 방어적이거나 늘 주변 사람과의 상대적 우열/강약/승패를 신경 쓰는 사람은 좀처럼 무방비/무구/천진할 수 없습니다.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누군가로부터 비판받거나 허점을 보일 수 있고 공격받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그런 방어적인 사람은 연속적인 자기 쇄신을 할 수 없습니다. 자기 쇄신 없이 인간은 성숙할 수 없지요. 지식과 기술이 아무리 더해져도 그건 성숙이 아닙니다. 사람은 배우지 않고 성숙할 수 없습니다.
- 우치다 다쓰루, <무지의 즐거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