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S. 캐플런
나는 경험을 통해 리더의 역할을 제대로 하는 최고의 방법은 한걸음 뒤로 물러나 올바른 질문을 떠올리고 상황을 깊이 성찰하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통찰력을 얻고, 상황을 조정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방법을 알려주는 질문을 던져야 하는 것이다.
- 로버트 S. 캐플런, <리더십 탐독>
리더십에 대한 책은 정말 많다. 나도 리더십에 대한 책을 한 권 출간하기도 했고, 내가 읽은 리더십 책만도 수십 권 된다. 그래서, <리더십 탐독>을 선물로 받았을 때 별다른 내용이 있을까 싶었다. 그런데, 리더십의 바다는 정말 넓은 것 같다. 그렇게 많은 책을 읽었음에도, <리더십 탐독>은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왔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질문’을 중심으로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리더가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7가지 질문을 보여준다. 각 챕터에서는 그 질문이 중요한 이유와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들, 그리고 사례들을 나열하고 있다. 리더가 해야 할 일이 많고, 때로는 긴박한 이슈에 대처해야 하기도 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올바른 질문을 찾고 그 질문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것을 미루어서는 안 된다고 이야기한다. 말하자면, 빨리 행동하는 것보다 정확히 행동하는 것을 더 중요하게 보는 입장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가 던지는 7가지 질문은 다음과 같다.
무엇을 기준으로 결정할 것인가(비전과 우선순위)
시간을 어떻게 배분하고 활용할 것인가(시간관리)
어떻게 배우고 발전하는 조직을 만들 것인가(코칭과 피드백)
필요한 사람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승계와 위임)
현재 상태를 어떻게 평가하고 바꿀 것인가(평가와 일치)
조직의 인재상을 어떻게 정립할 것인가(역할 모델)
어떻게 자신부터 더 좋은 사람이 될 것인가(역량 발휘)
모두 좋은 질문이지만, 이 질문들을 관통하는 한 가지 질문이 더 있는 것 같다. 그것은 ‘내가 해야 할 행동과 내가 하고 있는 행동이 일치하는가’이다. 무엇이 좋은지는 알면서도 막상 그렇게 행동하고 있지는 않은 경우들이 있다. 혹은 자신이 제대로 하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는 경우들도 있다. 책에는 그런 사례가 많이 나오고, 저자가 어떻게 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었는지도 나온다.
저자가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교수이기 때문에 이론적인 부분에 치중하고 있을지 염려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책에는 실제 사례가 많이 나온다. 회사의 상위 리더가 어떤 문제를 겪고 있었고, 저자가 어떻게 문제의 근본 원인을 파악했으며, 어떤 해결책을 제시했고 결과가 어땠는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그런데, 저자가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청취한다는 것이다.
회사 대표가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지 파악할 때, 저자는 대표의 말에 의지하지 않는다. 주변 임원들을 만나보고, 낮은 직급의 사람들도 만나본다. 수십 명의 사람과 일대일로 대화를 나눠보기도 한다. 이를 통해 객관적인 시각에서 대표의 행동을 평가한다. 이런 평가 결과는 대표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것과 다를 때도 많다. 예를 들어, 어떤 대표는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주지 않아 답답해하는데, 사람들은 대표가 자신과 다른 의견을 들으면 눈에 띄게 불편해한다고 이야기한다.
이와 관련해 저자가 제시하는 독특한 개념이 하나 있다. 바로 ‘코치단’이다. 회사의 다양한 부서에서 한 사람씩 뽑아 리더와 정기적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코치단을 만드는 것이다. 이 사람들은 부서뿐만 아니라 직급도 다양하게 구성할 수 있는데, 높은 직급보다는 낮은 직급의 사람들이 더 좋다고 했던 것 같다. 물론, 사람들이 솔직한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도 충분히 해야 한다. 이 ‘코치단’을 통해 리더가 올바른 방향으로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는지 정기적으로 확인하라는 것이다.
또 한 가지 독특하다고 느꼈던 것은 ‘후계자 양성’이다. 보통 어떤 직책의 후계자는 조직에서 양성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저자는 리더가 자신의 후계자를 양성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다. 심지어, 후계자를 양성해내지 못한 리더는 승진시키지 말아야 한다고도 이야기하고 있다. 예를 들어, 어떤 본부장의 능력과 성과가 뛰어나서 임원으로 승진시키려고 했더라도, 만약 그 본부장이 후임 본부장이 될 사람을 양성하지 못했다면, 절대 승진시켜서는 안 된다는 식이다. 똑같이 후계자 양성을 중요하게 생각했던 잭 웰치는, 후계자 양성의 책임을 조직에 두고 있다. 나도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리더십 탐독>을 읽으면서 새롭게 고민해 보게 되었다.
<리더십 탐독>은 상위 리더를 중심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그래서, 하위 리더의 입장과는 다른 내용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저자가 말했듯이, 상위 리더가 될 준비는 하위 리더일 때부터 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작은 조직을 관리하는 중간 관리자들에게도 이 책은 가치가 있다. 게다가, 하위 리더들이 많이 겪는 ‘실무에 몰입하는 리더’의 이슈를 생각하면, 리더는 리더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이 책이 어쩌면 더 필요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조직을 경영하고 이끄는 열쇠는 ‘모든 답을 아는 것’이 아니다. 일정 주기로 한 걸음 물러나 조직의 미래에 도움이 되는 중요한 문제를 파악하는 것이 관건이다.
나는 올바른 질문을 하는 것만으로도 90퍼센트는 성공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너무 당연한 말처럼 들린다면 실제로 얼마나 정기적으로 질문을 하는지 스스로 물어보라. 대부분의 리더는 실제로 해야 하는 것보다 질문을 훨씬 덜 던진다.
- 로버트 S. 캐플런, <리더십 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