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혁, 변재일
나는 준비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준비할 시간이 없었던 것은 아니고, 미래를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고 살다 보니 준비가 안 된 채로 직장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래서, 현장에서 하나씩 배워야 했고, 그만큼 시행착오도 많았다. 직장 생활을 시작하는 처음 몇 년은 상당히 중요한 시기인데, 그 시기를 좌충우돌하면서 보냈던 것 같다.
아마 지금 직장 생활을 처음 시작하는 청년들 중에도 나 같은 사람이 많을 것이다. 지금의 대학생들은 예전에 비해 준비를 더 많이 하는 것 같지만, 스펙을 쌓는 것만으로는 직장 생활의 준비로 충분하지 않다. 직장은 사람과 사람이 부딪히는 현장이며, 학교나 다른 공동체와는 많이 다른 환경이기 때문이다. 특히, 눈에 보이지 않으면서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많은 곳이다.
그런 면에서, <우리는 아직도 출근 중입니다>는 사회 초년생들에게 의미가 있는 책이다. 이 책은 단순히 어떤 정보를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생활을 하는 직장인이 ‘체감’하는 것을 서술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책에도 정보들은 있다. 하지만, 정보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것들, 직장 생활 안내서에 잘 나와있지 않은 것들도 이 책은 보여주고 있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느낌은 마치 ‘VR을 이용하는 것 같다’는 것이었다. 나는 직장 생활을 20년 넘게 하고 있고, 그래서 직장 생활의 많은 것들을 이미 경험하고 알고 있다. 그런 나에게, 이 책은 마치 활자가 아니라 영상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게 했다. 그것은 이 책이 커다란 리얼리티를 담고 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책이 VR처럼 느껴지는 것은 저자들의 서술 관점과도 관련이 있다. 사회 초년생을 대상으로 하는 많은 글들은, 선배가 후배에게 조언을 하는 관점에서 작성된다. 그런데, 이 책의 글은 저자들이 직장 생활을 하면서 만나는 생각과 감정을 솔직하게 서술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다른 책에서는 만나기 어려운 세세한 부분까지 만나게 되고, 그런 디테일이 독자로 하여금 더 쉽게 몰입하게 만드는 것 같다.
책은 두 명의 저자가 같은 주제에 대해 번갈아 이야기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두 저자는 매우 다른 환경에서 근무하고 있는데, 한 명은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있고 다른 한 명은 외국계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누구나 쉽게 예측하듯이, 스타트업과 외국계 중견 기업은 많이 다르다. 한쪽은 체계보다 정서에 의존하고, 다른 한쪽은 정서보다 체계에 의존한다. 이렇게 극명하게 다른 두 환경이 대비되면서, 각 환경이 가지고 있는 특징도 더 두드러져 보인다. 그런 점이 이 책이 가지는 또 하나의 장점이다.
책이 가지는 또 하나의 장점은 당위성에 집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많은 책들이 올바른 조직 환경을 전제로 하고 있다. 효율을 추구하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며 직원을 성장시키려고 노력하는 조직에서, 개인이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서술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많이 다르다. 비효율적인 것을 알면서도 유지되는 관습이 있고, 의사결정은 매우 자주 비합리적으로 이루어진다. 직원의 성장에 투자하는 것을 아까워하는 기업도 많다. 이 책은 그런 환경을 인정한다. 심지어, 그런 환경이 웬만해서는 바뀌지 않을 것으로 전제하고 있다. 오히려 그 속에서 개인이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것들에 집중하고 있다. 그래서 어떤 면에서는 사회 초년생들에게 더 현실적인 조언이 될 수도 있다.
나는 리더십 서적을 상당히 많이 읽었다. 좋은 팀장이 되기 위해서였고, 실제로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래서, 직장 생활을 시작하던 시기에 책을 보지 않았던 것이 조금 후회된다. 직장 생활에 대해 앞선 사람들이 적어놓은 것들을 참고했다면, 분명 더 좋은 직장 생활을 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내가 다시 사회 초년생 시절로 돌아간다면, 나는 먼저 <우리는 아직도 출근 중입니다>를 읽을 것이다.
우리는 하루 중 상당한 시간을 직장에서 보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직장에서의 역할과 자신을 동일시하게 된다. 하지만 인간은 다면적인 존재다. 직장에서는 프로젝트 매니저일 수도 있지만, 집에서는 따뜻한 가족 구성원이고, 친구들과 함께할 때는 유머러스한 사람이며, 혼자 있을 때는 깊이 사색하는 철학자일 수도 있다. 이런 다양한 면들 중 어느 하나도 ‘가짜’가 아니고, 모두가 진정한 자신의 일부다. 직장에서의 모습도 분명히 자신의 한 면이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 이준혁, 변재일, <우리는 아직도 출근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