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는 이제 글을 쓰려하는가
나는 명문대에서 오래 공부했다.
탐구하는 것을 좋아했고, 신중하게 깊이 생각하는 것을 즐겼다.
그래서 공학박사를 취득하기까지 힘들지만 즐겁게, 훌륭한 것들을 참 많이도 배웠다.
나는 내가 속한 자리에서 성실하게 일하고, 전문성을 잘 쌓아가면 그것으로 충분할 줄 알았다.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시기인 2~30대는 그것으로 어느 정도 충분하다고 느꼈다.
이제 불혹의 나이를 지나면서 가만히 고민해 보면,
박사 후에 약 10년에 가까운 시간을 직장에서 견디다 보니,
이제는 조금 다른 생각이 든다.
그동안 애써 멀리했던 정치나 경제, 사회 이슈...
그것은 나에게 덜 중요한 일이 아닌,
동료들과 점심 먹을 때의 이야깃거리로서가 아니라,
조금 더 능숙하게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근육 같은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떤 동료가 나에게 물었던 적이 있다.
"지금 전 20대 초반인데, 앞으로 어떤 일을 하면서 살아갈지 아직도 좀 캄캄해요.
30살이 되면 좀 능숙해지나요?"
같은 질문을 나도 20대 때 스스로에게 했었다.
그리고 서른 살 즈음이 되어서는,
'음... 서른 살이 되어도 세상살이가 능숙하지 않네. 마흔 살이 되면 능숙해지게 노력해야겠다.'
하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다.
마흔 살이 지나 요즘 드는 생각은
'이제 내 전문성을 갈고닦는 것은 어떻게 해야 잘하는지 알았으니,
그동안 키우지 못했던 소양을 키워야 이 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겠구나' 한다.
그래서 도전해 보려고 한다.
내 생각과 비전이 무엇인지,
내가 어떻게 문제를 정의하고, 어떻게 풀어나가는지,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예기치 못한 상황은 어떻게 마주하는지,
배경지식이 사뭇 달라 생각의 속도가 다른 사람들에게도 매끄럽게 표현해보고 싶다.
그들에게 공감받고, 그들을 설득할 수 있는 방법을 배워보려고 한다.
처음이라 서툴고, 아직 표현이 유려하진 않지만 이렇게 내 생각을 하나씩 글로 풀어보려 한다.
이 과정을 통해 내 고민도 더 잘 정리되고,
혹시 모를 창의적인 생각도 떠오르지 않을까 기대하며.
그래서 조심스럽게 ‘작가’라는 꿈을 꾸기 시작했다.
누군가의 삶에 닿는 문장을 쓰고 싶다는 마음이 어느 순간부터 진심이 되었다.
내 생각을 진정성 있게 풀어내고, 나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기록하고 싶다.
인생을 설계하면서, 커리어를 개발하면서, 고민으로 가득 채웠던 수많은 밤들을,
공부하면서 수없이 마주한 그 많은 성공과 실패의 경험들을,
그리고 사회에 나와 경험한 더욱 날것의 대인관계와 커리어 고민들을,
그리고 요즘 가장 관심 있게 탐구하는 주제들을,
예쁘게 꿰어 나가다 보면 누군가에게는 작은 울림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소망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