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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며

기술을 읽는 근육

by Dr Vector

기술은 빠르게 변한다.


'빠르다'는 말보다 좀 더 정확히는, 항상 변화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도 어디선가는 새로운 알고리즘이 태어나고, 누군가는 밤새워 연구에 몰두하며, 또 누군가는 논문을 다듬고 있을 것이다. 분야와 상관없이, 각자의 분야에서 매일같이 필요한 문제들을 풀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 덕분에 지구 곳곳에서 철학, 예술, 기술, 인문학, 사회학 등의 학문이 발전하고, 우리는 그 결과물을 직간접적으로 영위하고 있다.

때로는 이 속도가 버겁게 느껴질 때가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최신이고 핫하다던 기술이 오늘은 시큰둥하고, 내가 공부해 놓은 것들이 상대적으로 과거에 머물러 있는 것만 같다. 특히 나는 데이터 사이언스와 AI 분야에서 일했어서 이러한 현실을 더욱 체감하는 것 같다.


기술의 흐름을 읽어내기

기술에는 분명 트렌드와 속도가 있다. 어쩔 땐 정체된 것 같다가도, 갑자기 그냥 뚫리기도 한다. 마치 음악의 한 곡안에서도 템포가 느려지거나 갑자기 빨라지는 것처럼. 마치 주말에 교외로 나가는 차량들의 행렬처럼.

불과 약 20년 전만 해도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라는 직업은 존재하지 않았다. 통계학자가 있었고, 프로그래머가 있었고, 분석가가 있었다. 하지만 데이터의 양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컴퓨팅 파워가 강해지고, 알고리즘이 정교해지면서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새로운 직군이 필요해졌다. 데이터 사이언스는 단순히 새로운 기술이라기보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혹은 필요에 의해 생겨난 개념인 것 같다. 예전에는 경험과 직관에 의존했다면, 이제는 데이터가 말하게 한다. 가설을 세우고 검증할 때에도 데이터를 바탕으로 하며, 데이터 안에서 패턴을 발견하고 새로운 통찰을 발견하는 것으로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변하고 있다.

이것을 더 잘하려면, 새로운 사고방식에 적응해야 하고, 새로운 도구에도 익숙해져야 하며, 빠르게 변화하는 이 흐름을 끊임없이 학습해야 한다.

(*최근에는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보다도 'AI 엔지니어' 등으로 직군이 또 세분화되는 경향도 관찰된다.)


읽고, 공부하고, 정리하기

그리하여 AI/Data 분야의 빠른 템포에 장단을 맞추고자, 매일 읽고 공부하고 정리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물론 나날이 정보는 넘쳐나는데 뭐를 어떻게 다잡고 뭐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는 날들도 많다. 아마도 이러한 고민은 비단 나만의 것은 아닐 것이다. 데이터 사이언스나 AI 분야에 발을 담근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을 것이다. 특히 이 분야의 성격상, 다양한 학제 간 융합의 성격이 강한 면이 있어, 수학이나 통계도 알아야 하고 프로그래밍도 제법 다룰 줄 알아야 하며, 소속된 집단이 속해 있는 도메인과 관련한 지식도 필수적이다.


그래서 스스로 더 잘 알아가기 위해, 기술을 읽는 근육을 키워 보려고 한다.

'기술을 읽는다'는 것은 단순히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는 것과는 다르다. 마치 같은 뜻을 가진 단어라도 뉘앙스가 조금씩 차이가 있듯, 새로운 기술을 배움에 있어 맥락과 흐름까지 이해하는 것이다. 왜 이 기술이 나왔는지,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는지, 이전에 있던 기술과의 다른 점은 무엇인지, 앞으로의 가능성은 어떤 것이 있는지를 종합적으로 파악하는 능력이다. 기술의 표면적인 사용법을 아는 것에서 더 나아가, 그 기술의 본질을 이해할 수 있는 근육을 만들어보고자 한다. 처음에는 잘 안되고, 어렵고, 낯설 것을 예상하고 있다. 그래서 벡터스페이스라는 나만의 공간 안에서 지속적으로 훈련하고, 그 과정을 이곳에 나누며 함께 가고 싶다.


함께 걸어갈 여정

벡터스페이스에서 앞으로 다음과 같은 것들을 시도해 보려고 한다.

첫째, 역사적 맥락을 살펴본다. 무엇이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은 없다. 선행 연구가 있고, 해결하려던 문제가 있고, 그 시점의 한계점들이 있었을 것이다. 과거부터 가능한 역사를 살펴보고, 맥락을 이해하며 기술의 본질을 깊이 이해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둘째, 중요한 인물들을 찾아 접근해 본다. 주요하게 영향을 미쳤던 분들을 알아보고, 그분들의 삶과 고민, 성공과 실패는 어떠한 것이 있었는지 이해하여 기술을 읽는 것에 생동감을 더할 것이다.

셋째, 실무와 이론의 균형을 맞춘다. 너무 이론적이면 현실감이 떨어지고, 너무 실무적이면 본질을 놓치기 쉬운 경향이 있다. 둘 사이의 적절한 균형점을 찾아보고자 한다.

넷째, 과거, 현재, 미래의 연결고리를 찾는다. 과거를 통해 기술이 현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그래서 나타난 현재가 미래에는 어떠한 가능성을 열어줄지 항상 염두에 두고 고민할 것이다.


아마 이 여정은 어려울 것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스스로 정리하고, 이 글을 읽게 될 분들의 의견도 듣고, 다양한 관점에서 이해하면서 생각을 깊고 넓게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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