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사 과정에 입학할 때부터, 저는 막연히 대학원에 가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대학원에 와 보니 다른 동기들은 학부 2~3학년 때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하다가 학문에 뜻을 두고 대학원에 온 사람들이 많았었죠. 그에 비해 저는, 처음부터 대학원 진학을 너무도 당연하게 생각해 왔던 터라, 어떤 의미에서는 별생각 없이 대학원에 온 케이스였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어찌어찌 정해진 절차에 따라 수업을 듣고, 정해진 절차에 따라 논문을 쓰고, 석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기회가 되어서 박사 과정을 밟았고, 우여곡절 끝에 박사학위도 받았습니다. 그렇게 대학원 생활을 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별 생각이 없었으니 큰 고민 없이 학위 과정에 지원할 수 있었고, 명함에 공학박사 타이틀을 달 수 있었으니 말이죠.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학부를 졸업하고 취업을 할지, 아니면 2년의 시간을 더 투자해서 석사과정에 갈지를 결정하는 것은 꽤 중대한 문제겠지요. 회사에 간다면 수천만 원의 연봉을 더 받을 수 있을 것이고, 20대 중반~30대 초반의 나이라면 결혼도 생각해야 하겠지요.
사실 별생각 없이 당연하게 대학원에 진학하겠다고 마음먹은 저도 3학년쯤에는 여러 고민이 들더군요. 당시 스물세 살이었던 저는, 30대가 되도록 취직을 못 하고 결혼도 안 한다면 뭔가 인생에서 크게 늦는 거라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서른 살 되는 게 뭐라고 그런 고민까지 했는지 모르겠지만요. 그런저런 고민에 "대학원을 가는 게 맞나?" 하는 생각을 한참 했더랬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대학원을 가고,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그 후 몇몇 지인들에게 “대학원을 가야 하나요?”라는 질문을 받을 때가 종종 있습니다. 저는 큰 고민 없이 대학원을 왔지만, 다른 사람에게도 별생각 없이 “대학원에 가세요”라고 말할 수는 없는 일이지요. 그래서 가만히 생각해 보았습니다. 대학원에 가서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만약 학부생이 대학원을 고민한다면, 어떤 이유가 있을까요?
앞으로 몇 차례의 글을 통해서, 대학원 입시 준비와 대학원 생활에 대해서 이야기를 풀어 보려고 합니다. 슬기로운 석사생활이라는 가제목을 붙여 보았어요. 몇 편의 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이라는 걸 염두에 두고 한번 같이 고민을 나누어 보면 좋을 것 같네요.
저는 서울의 중위권 대학에서 전기전자공학을 전공하고, 카이스트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아마도 저처럼 타 학교로 진학하고자 하시는 분들도 많이 계실 것이고, 또는 본교냐 타교냐 사이에서 고민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요.
또는 이제 석사생활을 시작하면서 연구에 대한 부담과 고민을 느끼기 시작하는 분들도 계실 것이고, 학문에 뜻이 있어 박사과정에 진학하는 게 좋을지를 고민하시는 분도 계실 겁니다.
제 경험의 폭이 아주 넓지는 않겠지만, 이런 사람들도 있구나 하는 생각으로 부담 없이 읽어 주신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