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하는 방법에 관한 공부
물고기 자체보다 낚시하는 방법을 얻는 과정
연구실 생활을 시작하고 나서 한 달여쯤 되었을 때, 첫 번째 과제가 주어졌습니다. 연구실에서 진행하고 있는 산학협력 프로젝트에 소속되어, 선배들의 업무를 보조하는 것이었죠. 당시 제가 맡았던 업무는, 디스플레이에 들어가는 부품의 모양에 따른 광학적 특성을 시뮬레이션하는 것이었습니다. 선배들은 실험, 논문 작성, 아이디어 도출 등으로 매우 바빴기 때문에, 저는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를 스스로 배워 모델링을 해야 했습니다.
엑셀이나 워드프로세서, 또는 잘 알려진 컴퓨터 언어들은 시중에 나와 있는 책을 통해서 차근차근 쉽게 공부할 수 있지요. 하지만 당시 제가 다루었던 소프트웨어는 업계 사람들만 사용하는 전문적인 소프트웨어였기 때문에 쉽게 서적을 구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영어로 된 매뉴얼, 자료 등을 찾아가면서 스스로 터득해야 하는 것들이 많았죠.
아무 기초적인 지식이 없는 상황인데, 연습문제도 아니고 실무과제를 부여받으니 참 막막했습니다. 무엇을 공부해야 하는지도 모른 채로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읽고, 구글링을 하고, 연관된 업체의 엔지니어 분들에게 전화를 하면서 하나하나 '도장 깨기'를 해 나갔습니다. 처음에는 깜깜했지만, 하나씩 둘씩 알게 되면서 어슴푸레하게 무언가 알 것 같기도 하고, 그 과정에서 조금씩 개념이 잡혀 가게 되더군요.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조금 아는 상태"가 되니, 무엇을 더 알아야 할지도 좀 더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관련된 세미나도 참석하고 회사에 찾아가서 전문가에게 직접 코칭을 받기도 하면서, 연구실에서는 그 프로그램을 사용할 줄 아는 유일한 인력이 되었습니다.
연구실에서는 "목표"는 주어질지 몰라도 "방법"은 스스로 찾아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방법을 찾기 위해 이것저것 탐색하는 과정 자체가 공부가 됩니다. 중고등학교, 그리고 학사과정에서처럼 이미 정립된 지식을 전수받고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알아야 되는지, 어떻게 하면 알 수 있는지를 스스로 탐색하고 시행착오를 거치는 과정이야말로 좀 더 깊은 수준의 공부겠지요.
연구실에서 스스로 탐색하는 공부의 경험을 쌓는 과정에서 자기만의 학습 방법론을 정립해 갈 수 있습니다. 만나는 과제와 목표는 그때그때 달라집니다. 다만 "지적 무일푼"상태 에서 지식 자본을 쌓아가는 그 "방법론"이 체득되어 있다면 어떤 환경에서든 필요한 지식을 쌓아가는 강력한 도구를 갖추게 되는 것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