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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박사 Dec 11. 2017

"일을 잘한다"는 말을 듣고 싶은 당신에게

언젠가부터 매년 연말과 연초엔 '트렌드'를 분석한다는 책이나 글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 당장 2017년 한 해를 되돌아봐도 욜로(YOLO), 휘게(Hygge), 1코노미(1+Economy), 혼밥 혼술, 비혼주의, 영 포티 등 다양한 키워드가 떠오른다. 트렌드는 그 사전적 의미처럼 "사상이나 행동 또는 어떤 현상에서 나타나는 일정한 방향"이기에, 때로는 모두가 그것을 '요즘 뜨는 것'으로 따라가다가도 어느새 반추해보면 '그게 이제 트렌드는 아니지...'라고 고개 젓는다.


2014년 연말 미생과 그에 뒤따랐던 직장인 콘텐츠 열풍을 다들 기억할 것이다. 비정규직 종합대책이 '장그래 법'으로 불리는 등 한국의 사회 문화 담론을 휩쓸었던 '직장인' 트렌드는, 여느 트렌드 키워드가 그러하듯, 이제는 별도의 트렌드로 손꼽히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나는 어느 무엇보다도 직장인 소재를 장기 지속하는 콘텐츠 트렌드로 인식하여 바라보고 있다.


미생이 주류 시장에서 직장인 콘텐츠의 포문을 쏘아 올리자, 정관장은 해당 드라마의 클립을 활용해 자사 제품 '홍삼정 에브리타임'의 광고를 시작했고 이듬해에는 조정석 등과 전속계약을 맺어 직장인 콘텐츠로 꽉 찬 광고 캠페인을 수립했다. 이 광고 캠페인 초기에 함께 동원된 것은 양경수 작가의 '약치기 그림'이었다. 작가 이름과 제목은 모르더라도 누구든 그림을 보면 단번에 알아차릴 콘텐츠다. 직장인이라면 꿈꾸게 마련인 '퇴사'와 '창업'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콘텐츠 트렌드였다. '회사가 싫어서' '퇴사하겠습니다' '퇴사 학교' 등이 대형서점 주요 매대를 장식했다. 드라마를 다시 언급하며 콘텐츠 트렌드를 마무리해보자. 검색하지 않고 당장 떠오르는 것만 나열해보니 '김과장' '내성적인 보스' '자체발광 오피스' '직장의 신' '욱씨 남정기' '프로듀사' '샐러리맨 초한지' 등이 있다.


이제 더 이상 핫한 키워드 목록엔 이름을 못 올리지만, 직장인 소재는 무시할 수 없는 콘텐츠의 흐름이라 생각한다. 이것은 어쩌면 서로 아무 관계없는 드라마, 만화, 광고 이야기에 불과하겠지만, 어쩌면 한국의 문화소비계층이 피부로 느끼는 어떠한 현실적 무게감의 그림자일 수도 있다.


<직장과 일>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선 많은 것들이 필요하지만, 곁가지를 발라내고 보면 결국 남는 것은 일정 수준의 의식주와 좋은 인간관계 등 예나 지금이나 크게 변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변하지 않는 것들을 지키기 위한 수단은 시간이 흐르면서 끊임없이 변하고 있다.


현대 한국 사회를 규정짓는 날실과 씨실은 누가 뭐라고 해도 민주주의 정치체제와 자본주의 경제체제다. 이 2개의 상수와 그에 결부된 수많은 요소가 길항하며 2010년대 한국 사회를 디자인하는 중이며 2020년대와 그 이후의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그 과정에서 본능적으로 불안함을 느끼고 있다. 나의 경제생활을 가능케 해주는 주요 수단, 끓어오르는 열정과 패기로 들어왔건만 이젠 월요일마다 병이라도 걸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그곳, 눈 떠있는 시간 중 절반 이상을 보내야 하는 일터, 바로 직장이 위태로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직장이 위태로워지고 있다는 데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사업체로서의 조직 그 자체가 생존을 걱정하기 시작했다는 뜻이며, 동시에 그 안에 속한 직장인 개개인 또한 생존을 걱정하기 시작해야 한다는 뜻이다. 대다수 기업에 속한 평범한 절대다수의 직장인들은 각기 나름대로의 불안함을 달래며 2017년 직장 생활이라는 외줄타기를 이어가고 있다.


회사 생활을 하는 이들에겐 각자 자기만의 사정과 자기만의 위태로움과 자기만의 불투명함이 있을 것이다. 이런 불확실성에 사로잡힌 직장인들은 때로는 위로를, 이따금은 공감을, 또 어느 때엔가는 정신이 번쩍 드는 채찍질과 성공 가능성을 갈구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탄생해 이어지는 것이 직장인 소재 콘텐츠의 큰 흐름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위로와 공감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기회를 기약하고, 채찍질과 성공 가능성에 대해 집중해보고 싶다. 우리는 왜 성공하고 싶어 할까. 아니, 거창하게 '성공'을 운운하지 말자. 단순히 '일 잘하는 사람'이 되려는 욕심에 대해서만 생각해보자.


나는 이것이 생존을 위한 본능이라고 생각한다. 개체에 따라 본능의 발현 정도가 다를 수야 있겠지만, 동물로서 우리는 생명 유지를 향한 본능이 내재해 있다. 먹고 마시고 잠자고 활동하는 모든 순간의 기저에는 생의 의지가 펼쳐져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2017년 현재 먹고 마시고 잠자는 모든 행위를 위해 우리는 돈을 벌어야 하고, 돈을 벌기 위해선 사업활동이나 직장생활이 필요하다. 나를 포함해 이 글을 읽는 여러분 가운데 절대다수는 당연히 후자에 속할 것이다. 직장생활에서의 탁월함은 안정적인 돈의 흐름을 예상할 수 있게 해 주고, 이는 곧 안정적인 일상생활의 예측을 허락해준다. 인간의 시간관념은 다른 어느 동물보다도 특이해서, 현재의 안정감 위에서 미래의 단단함을 상상하고, 그렇게 떠오른 미래의 상에서 다시 현재의 만족감을 그려낸다.


이러한 되먹임의 관계에서 현재의 안정감을 담보하는 것이 바로 '일에서의 성공' 혹은 '일을 잘하는 것'이다. 어떤 근거를 토대로 하는 말이라기보단, 짧은 시간 사이에 경제적 토대에서 심각한 위기를 느꼈던 개인으로서 보유하고 있는 나름의 관점이다.


2015년 2월 나는 멀쩡히 다니던 정규직 타이틀을 벗어던졌다. 회사에서 직원들에게 모두 차례대로 돌아가며 홍콩 여행을 보내주던 시기였지만, 그것마저 거부하고 나는 사직서를 제출했다. 청운의 꿈을 안고 소위 말하는 '스타트업' 바닥에 들어갔다. 월급은 100만 원도 되지 않았다. 그러나 나를 이끄는 것은 지금의 안정감이 아니라 훗날의 비전이었고 당장 이번 달 통장에 찍히는 급여액은 중요하지 않았다. 스타트업 생태계의 최상위 서식지 실리콘 밸리에서 6주가량 머무르는 기회를 잡기도 했다. 착각은 오래가지 않았다. 3개월 후 아버지가 폐암 4기라는 진단을 받았다. 내 모험심이 설 수 있는 근간을 제대로 바라보게 된 것은 그때였다. 부모님의 생존과 건강, 그리고 앞으로 몇 년은 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던 소득이 바로 내가 천둥벌거숭이처럼 돌아다닐 수 있는 받침이었던 것이다.


이후 나는 모든 것을 정리했다. 보다 큰 기업으로, 그리고 보다 더 큰 기업으로 옮겨왔다. 그리고 지금 나는 이곳에서 매일 성장과 '멋지게 일하는 것'을 고민한다. 이곳에서 자리 잡고, 능력을 인정받아, 안정적이고 보다 높은 급여를 유지하여, 나와 사랑하는 내 가족의 행복을 계속해나가고 싶기 때문이다. (다행히 아버지는 성공적인 수술을 받았고, 이후 항암치료의 터널을 무사히 빠져나와 지금은 건강하게 지내신다.)

<출처: 원글자 김종욱님 페이스북>


<책 이야기>

이런 관점에서 나는 '일취월장'을 읽었다.


지금까지 크고 작은 성취를 이뤄왔고 동시에 이런저런 실수와 실패를 겪었다. 그럴 때마다 다른 사람으로부터 상이한 피드백을 몇 가지 받아왔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지금까지 내가 받았던 피드백들을 되돌아보고, 또 내가 누군가에게 느꼈던 감정과 감상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현재 회사에 입사하기까지 마주했던 수많은 '행운'을 되돌아보았고, 정말 멋있게 일한다는 인상을 받았던 어느 선배의 언행에서 묻어나던 반성적이며 시스템적인 사고방식을 떠올렸고, 예전 어느 회사에서 겪었던 불합리한 의사결정을 기억에서 끄집어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의미 있게 읽은 부분은 6장 '조직', 그중에서도 동기에 관한 내용이었다. 얼마 안 되는 직장생활 경험 와중에 올해 처음으로 긴 슬럼프를 겪었고, 그 과정에서 일을 잘하고 싶다는 동기가 완전히 사그라들었던 적이 있기 때문이다. 무엇이 나를 좌절하게 했었는지, 그 구멍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던 계기가 된 감정과 생각의 전환이 정확히 어디에서 기인하는 것이었는지를 보다 명확하게 바라볼 수 있는 기회였다.


아마 이 책 한 권을 읽는다고 모든 것이 단박에 달라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어제까지 서투른 직장인이었던 아무개가 한 권의 책을 읽고 다음날 '일잘'이 되는 것은 삼류 소설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다. 그러나 하루의 시간을 보내는 것을 블록 쌓기에 비유해보자. 우리가 오늘 보낸 하루의 블록은 반드시 어딘가에 자리를 잡는다. 7개, 30개, 180개, 365개로 쌓여가는 블록은 각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무언가의 모양을 만들어갈 것이다. 책 '일취월장'은 그 여정에서 지난날의 공과를 되돌아보는 중간 지점이자 앞날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을 수립하는 시작 지점으로서 유의미한 자리에 오를 자격이 있다. 책의 수많은 사례와 주장을 설계도에 녹여 블록을 쌓아나간다면, 그렇지 않았을 때와 비교해 훨씬 나은 그림을 그려나갈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원문 출처: https://goo.gl/6FMQiw


[작가의 말] "정규직 -> 스타트업 -> 일반기업 -> 대기업(?)" 경험이 정말 많은 독자분이시네요. 그래도 책을 통해 슬펌프를 과정을 되돌아 볼 수 있으셨다니 작가로써 매우 기분이 좋습니다. 또 자신의 과거를 살펴본다는 것은 자연스럽게 서평에도 언급된 반성적 사고와 연결되네요. 기회가 된다면 서평 작성자분과 만나서 인터뷰를 통해 더 많은 분들에게 좋은 이야기를 들려 드리고 싶네요. 다시 한 번 좋은 생각 많은 분들과 나누어 주신 김종욱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과연 일은 어떤 방식으로 작용하고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는지, 또 우리는 그런 일에 대해 어떤 전략을 수립해야 하는지, 일의 본질을 이해하고 더 나아가 제대로 그리고 즐겁게 일하고 싶은 분들에게 <일취월장>을 권합니다!

https://goo.gl/rtepq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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