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괜찮은 직장이었지만 나는 그렇게 사표를 썼다. 그리고 3년이 지났다. 사표를 쓴 후 1년은 생각보다도 더 힘들었다. 하지만 그 후는 계획보다 더 잘 됐고 나는 지금 어느 때보다도 더 만족한 삶을 살고 있다. 당시에는 몰랐지만 돌이켜보니 나는 아주 적절한 타이밍에 사표를 썼던 것 같다. 언제가 최적의 타이밍일까?
사실 사직 혹은 이직에 관한 고민은 직장인 상담 중에 탑 3 토픽이다. 그래서 너무 많이 들어서 그와 관련된 내용을 진작부터 <일취월장>에 쓰기로 결심했었고 “사표를 쓰는 타이밍”이라는 칼럼이 책에 실렸다. 우선은 직장이 힘들다면 무조건 참고 다니는 것은 능사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하지만 사표라는 카드는 절대 함부로 쓰면 안 된다. 우선 어떤 점을 가장 신경 써야 할까? <일취월장>에 실린 칼럼을 함께 조금 살펴보자.
“첫째, 절대 감정에 치우쳐서 퇴사를 결정하면 안 된다. 퇴사의 욕구를 불러 일으키는 가장 큰 원인 중의 하나는 바로 인간관계다. 실력도 부족하고 인격적으로 못된 상사가 내 위를 탁 막고 있다면 그것처럼 숨 막히는 일도 없다. 하지만 우리는 세계 3대 보존 법칙인 질량 보존의 법칙, 에너지 보존의 법칙 그리고 ‘미친놈’ 보존의 법칙을 절대 잊으면 안 된다. 어디를 가도 나쁜 사람이 있을 확률은 언제나 존재한다. 만약에 없다면 둘 중 하나이다. 정말 좋은 곳이거나 아니면 애석하지만 자신을 (본인이 나쁜 사람은 아닌지) 진지하게 돌아봐야 한다." <일취월장, p347>
내가 멘티들에게 언제나 조언하는 부분은 회사 일과 자신의 감정을 분리하라는 것이다. 쉽지는 않지만 약간만 의식해도 생각보다 많이 스트레스는 줄어든다. 무능한 직장상사가 아주 고약하게 나를 핍박(?)하고 힘들게 해도 내 삶으로 그리고 마음 속으로 그 사람이 잘못된 생각이 들어올 수 없다는 사실은 반드시 인지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못하면 퇴근 후에도 주말에도 온전한 내 삶을 가질 수가 없다. 계속 감정의 음의 되먹임(negative feedback)이 발생해 일이 싫은 게 아니라 삶이 싫어진다.
나는 현재 두 개의 회사에서 의사결정을 하고 있다. 나는 회사에서 친구들에게 가끔 퇴사(?)를 권유한다. 해고가 아니라 능력이 출중한 친구는 창업을 권해보는 것이다. 만약의 창업을 결심하면 회사 업무량과 봉급을 조절하여 회사 일을 최소한으로 할 수 있도록 해주고 창업을 할 수 있게 도와준다. (만약에 창업에 실패하면 언제든지 돌아올 수 있다고 약속도 해준다.) 남들은 미쳤다고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 직원이 좋은 회사를 차리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실질적 네트워크가 확장되어 더 건강한 비즈니스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이런 상황에서도 앞의 설명한 것처럼 감정적으로 결정하지 말고 합리적으로 판단하라고 조언해준다. 굳이 회사생활뿐만 아니라 어떤 중대한 판단을 할 때는 쉽지는 않지만 최대한 감정을 배제해야 한다. 말은 쉬워 보이지만 이렇게 의식적으로 고민해보지 않으면 막상 실제 상황에서 대부분 터무니 없는 판단을 내리는 실수를 범한다. (합리적 선택에 관한 부분은 <일취월장> “선택”편을 읽어보면 크게 도움이 된다.)
막연한 계획으로 기반으로 퇴사를 해도 절대 안 된다. 생각보다 계획이 아닌 희망사항(?)을 근간으로 퇴사한 멘티들의 고민을 많이 들었다. 대부분 호기롭게 사표를 썼지만 냉혹한 현실 앞에서 모두들 힘들어 했다. 특히 직장을 다니다가 창업을 하려고 퇴사한 경우는 대부분이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다. <일취월장>에 나온 그렇게 나쁜 결과를 얻는 이유를 살펴보면
“창업을 목표로 퇴사를 한다면 회사에 다니면서 저녁 시간과 주말을 이용해 최소한의 시도를 해보는 것이 좋다. 직장에서는 하나의 업무만 전문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지만, 창업은 모든 분야를 다 잘해야 한다. 사업을 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문제가 너무 자주 발생하기 때문에 위기 대처 능력이 없을 경우 한 번에 허무하게 사업이 끝날 수도 있다. 자영업 10곳 중에 9곳은 10년 안에 폐업한다는 사실을 절대 잊지 말자. 통계가 이렇게 명확한데 아무 생각 없이 일단 나가서 생각하자는 식으로 퇴사를 한다면 준비운동을 전혀 하지 않고 찬물에 뛰어드는 것과 똑같다. (심장마비처럼 ‘인생마비’의 위험성이 높다.)” <일취월장, p348>
회사에서 일을 하다 보면 사실 큰 그림을 못 보는 경우가 많다. <일취월장>의 챕터를 보면 “운, 사고(思考), 선택, 전략, 현식, 조직, 미래, 성장”이다. 아무리 간단하게 일반화하려고 해도 일을 잘하려면 특히 본인의 비즈니스를 운영하려면 최소한 저 정도의 관점에서는 고민을 해봤어야 한다. 디테일로 들어가면 마스터해야 할 부분은 더 많아진다. 절대 즉흥적으로 충동적으로 그만두면 안되고 최대한 많이 공부하고 연구한 후 퇴사를 하는 것이 조금이라도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길이다.
만약에 정말 회사에서 어떤 불합리한 점이 마음에 안 들어서 퇴사를 하기로 결심했다면 그 점에 대해서 회사랑 이야기를 나눠봐야 한다. 만약에 본인이 실력이 출중하여 회사가 놓치지 싫은 인재라면 분명히 문제점에 대해 개선을 하려는 시도가 있을 것이다. 실제로 내가 퇴사를 신청하니깐 회사에서는 근무지가 혹시 너무 멀어서 그런 것이냐고 해서 집과 가까운 근무지로 다시 발령해주겠다는 오퍼도 제시했었다. 사실 메타인지가 떨어져서 개인적 역량 부족 때문에 힘든 것임에도 불구하고 회사의 잘못으로 판단하면 사표를 쓰고 어딜 가도 힘들 확률이 높다. 그러니깐 사표를 쓰기 전에는 차분히 자신을 되돌아보는 것도 중요하다.
사실 개인적인 문제보다는 대한민국에는 여전히 구조적인 문제가 더 많이 존재하는 것이 엄연한 사실이다. 힘들어도 하루하루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일을 하고 있는 모든 직장인들 진심으로 힘냈으면 좋겠다. <일취월장>의 “사표를 쓰는 타이밍” 마지막 단락을 인용하면서 글을 마친다. 모두 파이팅!
“회사의 존속도 중요하겠지만 결국 제일 중요한 것은 우리 개개인의 행복일 것이다. 하지만 그런 정글 같은 곳에서 우리의 행복을 싹틔울 기회가 절대 녹록하지 않은 것이 또한 냉정한 현실이다. 그런 냉혹한 상황 속에서 사표라는 카드는 어쩌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최후의 레버리징(leveraging) 수단일지도 모르겠다. 잘 쓰면 명약이고 조금만 잘못 써도 독이 되는 사표. 마지막을 위한 카드가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위한 비장의 카드가 될 수 있는 소중한 사표이니 모두가 신중하게 제대로 사용했으면 좋겠다.” <일취월장, p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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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연 일은 어떤 방식으로 작용하고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는지, 또 우리는 그런 일에 대해 어떤 전략을 수립해야 하는지, 일의 본질을 이해하고 더 나아가 제대로 그리고 즐겁게 일하고 싶은 분들에게 <일취월장>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