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일 머리가 있다, 는 말을 자주 쓰게 된다. 학력이나 경력과는 상관없이 일을 잘 하는 사람이 어디에나 있기 마련이다. 반대로 스펙만 보면 엄청 똑똑해야 정상인데 유독 답답하게 일을 하는, 그래서 조직 전체의 활기를 떨어트리는 일 못하는 사람도 어디에나 있다.
자화자찬을 하자면, 30살에 7가지 완전히 다른 분야의 직업을 경험해봤지만 한 번도 일 못한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없다. 물론 뒤에서 무슨 이야기가 오갔는지 다 알 수는 없지만, 학력과 경력에 비해 항상 높은 연봉과 대우를 보장 받았으니 나름 일 머리 있는 사람으로 여겨졌던 것 같다.
23살에 친척으로부터 자본금 1000만 원을 빌려 변두리 동네에 오픈했던 음악 학원은 문전성시를 이뤘었고, 취미삼아 인터넷에 소설을 써 덜컥 발을 들이게 된 장르소설 작가 생활은 60여 권의 책과 1편의 웹툰, 몇 건의 영화 계약과 함께 현재 진행 중이다. 가장 최근 발표한 신작 소설 ‘7번째 환생’도 카카오 페이지 장르 차트에서 3위를 기록했다. 덕분에 29살에 남부럽지 않은 차를 타고 작은 아파트를 살 만큼의 자립을 해낼 수 있었다.
음악과 글이 예능의 영역이라면 뉴미디어와 홍보, 그리고 방송은 완전히 다른 분야다. 페이스북에 내 생각을 포스팅하면서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사람들의 지지와 관심을 받게 됐고, 커다란 언론사의 기획위원이 되어 새로운 매체를 런칭하는 일을 도왔다. 2015년에는 세계적으로 가장 지명도가 높은 한국인 반기문 총장님을 돕는 일에 참여하는 영광도 누려봤다. 방송도 팟캐스트나 유튜브가 아닌 지상파 라디오에 출연하는 게 시작이었다. 28살의 나이, 전무한 방송 경력, 시사평론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학력과 스펙. 모두가 불안해했지만, 첫 방송이 끝나고 자연스레 고정 패널이 되어 1주일에 2번 이상 꾸준히 출연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모든 지상파, 종편을 통틀어 가장 젊은 시사평론가로 CBS 라디오와 OBS TV에 고정출연을 하고 있다.
짧지만 강렬하게 회사 생활도 경험했다. 급작스러운 제의를 받고, 연 매출 1조가 넘는 재규어 랜드로버 코리아의 홍보대행 비딩 PT를 맡았다. 보통 홍보 경력 10년차 이상이 돼야 비딩 PT를 하는데 관련 경력이 전무한 내가 약 1주일 동안 준비해서 유수의 에이전시들과 경쟁하게 된 것이다. 결국 비딩을 따냈고, 본사 홍보담당자가 공석인 상황이 발생했을 때도 큰 무리 없이 PR 업무를 이끌었다. PR 팀장직을 담당하며 자동차 업계 최대의 행사인 서울모터쇼와 2종의 신차 출시를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었다.
그동안 마치 커리어를 수집하듯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일했다. 이제 지난 경험을 바탕으로 대학과 지자체 강연을 다니며 도전의 DNA를 전수하는 역할도 주어졌다.여러 일들을 경험하며 스스로 아쉬움을 느낀 부분도 적지 않다. 그러나 내가 일을 못해서, 일에 익숙하지 않다는 이유로 나쁜 성적표를 받아본 기억은 없다.하지만 다양한 분야의 업무를 진행하며 정말 일 못하는 사람, 대체 어떻게 저런 사람이 저 자리에 있을까 싶은 경우는 드물지 않게 봤다.
놀라운 점은 조직 안의 다른 사람들도 누가 일을 못하는지, 누가 일을 잘하는지 정확하게 알아본다는 사실이다. 일을 하다보면 냉정하고 객관적인 평가를 할 수밖에 없다. 본인은 모르지만 주위의 평판은 상상 이상으로 정확하다. 인간성이나 친소 관계로 평가가 흔들리진 않는다. 싸가지 없는데 일 잘하는 A, 사람은 참 좋은데 답답해 죽을 것 같은 B 등 성격과 업무 능력을 구분해서 평가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렇다면 왜 누구는 싸가지가 밥을 말아먹어도 일 잘한다는 평가를 받고, 또 다른 누구는 착하고 성실해도 일 못한다는 평가를 받는 것일까.
학력이 낮아도 승승장구하며 건드리는 일마다 똑 부러지게 잘 해내는 사람도 있는데, 왜 훨씬 공부 잘한 서울대 출신이 바보 천치 머저리처럼 답답하게 일을 해서 주위 사람 모두에게 욕을 먹는 것일까. 이것은 내게도 풀리지 않는 의문이었다. 그렇기에 남들에게 조언을 해주기도 어려웠다. 완전히 다른 분야에서 성공적으로 커리어를 쌓아왔지만, 비결이라고 부를 만한 것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기껏해야 남들 다 하는 수준의 노하우만 기계처럼 읊는 게 전부였다. 사실 센스와 일 머리는 타고나는 게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일취월장’은 누구도 구체적으로 정리하지 못한 천기를 누설해버렸다.
일을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일을 못하는 사람은 왜 그 모양 그 꼴인지, 지금부터 일 좀 잘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무엇을 시작하면 되는지. 방대한 자료조사와 사례분석, 치열한 연구를 통해 일 잘하는 사람으로 거듭나는 비법서가 탄생했다.
사실 첫 번째 챕터가 ‘운’이어서 거부감이 들었다. 일을 잘하는 비법의 첫 번째가 운이라고? 내가 그동안 일 잘한다 소리를 들으며 성공해왔던 이유가 운 때문이라고? 그동안의 노력이 부정당하는 것 같아 기분이 나빴다.
하지만 인정 할 수밖에 없었다. 불확실성, 우리의 통제를 벗어난 운은 끊임없이 변수를 만들어낸다. 인생과 사회생활은 절대 계획대로 풀리지 않는다. 갑작스러운 변수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 그게 어쩌면 인생을 잘 살고 일을 잘하는 핵심일 수도 있다. 단순히 ‘모든 건 운에 달렸어’라고 자조하는 사람들은 멀리해야 한다. 인생에 하등 도움이 안 되는 부정적인 사람들이다.
그러나 운의 역할을 겸허히 인정하고, 불확실한 운의 영향마저 긍정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은 성공에 가까이 다가갈 수밖에 없다. 일취월장에서 고영성 작가와 신영준 박사는 운과 같은 변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자제력을 발휘하는 게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정밀한 예측과 전력을 투구한 기획으로 올인 승부를 거는 것보다는, 불확실성이 가득한 시장에서 양적으로 많은 시도를 통해 뭔가 ‘얻어걸리길’ 바라는 게 승산이 더 높을 수 있다는 것이다. 양보다 질이 중요하다는 게 정론으로 알려졌지만, 질보다 양으로 승부하는 게 롱런의 비결일 수 있다는 역설은 신선한 충격을 줬다.
책을 읽으며 2017년 최고의 히트곡인 윤종신의 ‘좋니’를 떠올렸다. 사람들은 좋니의 성공만을 말하지만, 사실 윤종신은 월간 윤종신 프로젝트를 통해 매달 수많은 곡을 발표해왔다. 제목조차 기억되지 못하고 사라진 곡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달 꾸준히 신곡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좋니의 역주행 신화가 터진 것이다. 운의 불확실성을 인정하게 되면 성공 앞에서 겸손해지고, 실패 앞에서 너그러워진다.
물론 실패를 아무렇지 않게 용납하라는 것이 아니다. 질보다 양을 중시한다고 해서 일을 대충 하라는 뜻도 아니다. 운도 실력이 있어야 내편으로 만들 수 있다. 다만 정말 똑똑한 사람들이 하나의 완벽한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변수가 발생해 일이 틀어졌을 때 자괴감으로 지독한 슬럼프에 빠지는 모습을 흔히 본다. 그럴 때 운의 영향력을 인정하고, 실패를 툭툭 털고 일어나서 플랜 B와 플랜 C를 빨리 내놓는 게 일 잘하는 사람의 특징이 아닐까.
전력을 다해 플랜 A 하나만 100% 준비하는 사람보다 플랜 B와 플랜 C까지 85% 레벨에서 두루두루 준비해놓는 사람이 현장에서 훨씬 유연한 태도로 업무를 원활하게 이끌 수 있다.
나의 준비가 100%라 해도 운이라는 놈이 장난을 쳤을 때, 그때 패닉에 빠지지 않고 여유롭게 변수를 인정하는 자세가 베테랑들의 공통점이다. 이런 사람들은 일이 잘못 풀려도 주위를 들들 볶지 않는다. 신경질과 짜증을 자주 낸다는 것은 자기 시나리오대로 일이 풀리지 않을 때, 여유가 없어 궁지에 몰렸을 때 나오는 반응이다.언제나 최악의 시나리오를 미리 예상하는 것도 운을 친구로 만드는 방법이라 소개됐다. 이 점은 나도 매번 실천하고 있다.
방송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월요일 라디오와 금요일 TV 모두 생방송이라서 늘 긴장할 수밖에 없다. 대본에 없는 질문을 받으면 어떻게 될까, 생방송 도중 갑자기 기침이 터지는 최악의 상황에서 수습할 수 있는 멘트는 뭘까, 사전 조사가 전혀 안 된 주제로 방송이 진행되면 뭐라고 둘러댈까 등등 가능한 모든 최악의 시나리오를 머릿속에 그리고 들어간다.이렇게 준비해도 돌발 변수에 완벽히 대응하긴 힘들다. 그렇지만 적어도 한 번은 상상해본 경우이기에 그나마 조금 덜 당황할 수 있다.
홍보 일을 할 때, 100명이 넘는 기자들을 초청하는 행사에서는 반드시 시간 여유를 넉넉히 둬야 한다는 점도 뼈저리게 배웠다. 브랜드의 진가를 보여주기 위해 많은 준비를 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꾹꾹 채우는 것은 어쩌면 욕심일지 모른다. 행사 도중에는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만큼 기상천외한 변수들이 발생한다. 비가 오거나, 시승차 타이어에 펑크가 나거나, 준비한 코스가 밤새 무용지물이 되거나, 일일이 열거하기도 어렵다. 아무 악재 없이 행사가 진행되면 다행이지만, 운이 나쁜 경우에는 욕심을 부려 완벽하게 짜놓은 시나리오가 오히려 독이 된다. 결국 행사 시간 약속을 못 지켜 최선을 다해 준비를 하고도 기자단의 원성을 사기도 한다.
그 다음 행사에서는 힘을 살짝 빼고, 변수를 고려해 여유로운 프로그램을 짰더니 기자단 반응이 훨씬 좋았다. 물론 행사의 밀도가 낮아 아쉬움을 토로하는 기자도 있었지만, 그 부분은 추후 별도 시승으로 얼마든지 커버가 가능했다. 운은 내게 좋을 쪽으로 발생할 수도 있지만, 나쁜 쪽으로 발생할 수도 있다. 그 운을 인정하는 것, 그리고 운을 내편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부터가 일 잘하는 사람이 되는 출발점이다. 그래서 일취월장의 첫 번째 챕터가 바로 ‘운’이 된 것 같다. 일 잘하는 사람들에게는 겸손을, 일을 못해 답답한 사람들에게는 희망을 주기 위해서.
선택과 조직, 성장이라는 챕터도 모조리 프린트해 작업실 벽에 붙여놓고 싶었다. 우리는 선택을 내릴 때 과연 꼭 고려해야 할 것들을 짚고 넘어가는가. 선택지에 올라온 후보들은 충분했는지, 검증의 과정을 거쳤는지, 경쟁자를 염두에 뒀는지 돌아보면 당시에는 꼼꼼히 고민했어도 너무 대충 내린 선택들이 많았다. 특히 집단 의사결정의 맹점을 다룬 파트에선 여러 번 무릎을 내리쳤다.왜 집단 의사결정이 실패하는지, 잘못된 브레인스토밍이 어떻게 개인과 조직의 역량을 갉아먹는지, 어떤 리더가 조직을 침묵시키는지는 전국의 모든 팀장급 이상 직장인들이 필독해야 한다. 집단 의사결정을 빙자한 리더의 일방적 의사소통을 경험하며 속에서 열불을 내본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이렇듯 일취월장은 현장에서 당장 적용할 수 있는 문제들을 이론적으로 분석하고, 알맞은 대안을 제시해준다.
개인적으로 10명 안팎의 친구, 동생들과 정기적인 모임을 가지며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금융, 언론, 법조, 정치, 방송 등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친구들이지만 다들 근본적인 불안함을 토로한다. 급변하는 세계에서 지금의 역량으로 언제까지 인정받을 수 있을지 불안한 것이다. 10년 뒤에는 몇 가지 직업이 사라질까. 20년 뒤에는 또 얼마나 많은 직업이 흘러간 역사로 남을까. 100세까지 살아야 하는데, 우리의 미래를 생각하면 희망적이기 보단 등골이 서늘해지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일취월장에 나온 방식대로 꾸준히 공부하면, 빠르게 변하는 세계에서 새로운 영역에 도전할 때 어드벤티지를 안고 갈 수 있다. 지난 10년 동안 내가 다양한 분야에서 크고 작은 성공을 거뒀던 노하우 또한 일취월장이라는 한 권의 책으로 설명이 가능 할 것 같다. 물론 책 한 권 읽는다고 인생이 바뀌지 않는다. 고영성 작가와 신영준 박사의 전작 ‘완벽한 공부법’을 15만 명 넘는 사람이 구입해 읽었지만, 15만의 인생이 전부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150명이라도 책을 읽은 대로 공부를 시작했다면 그때부터 인생은 기적을 보여준다.
GOD의 노래 촛불하나처럼 어둠 속에서 작은 초 하나를 켜니 그 옆에 다른 초가 보이고, 계속 초를 밝히다보면 결국 세상이 환해진다. 좋은 책을 읽지 않고 인생이 바뀌길 바라는 사람은, 촛불 하나도 켜지 않고 세상이 환해지길 원하는 사람처럼 미련한 셈이다. 좋은 책은, 그리고 일취월장은 촛불 하나다. 이 책을 읽고 또 다른 초를 켜는 사람, 즉 책에 나온 내용을 실천하는 사람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일 잘하는 사람으로 성장 할 것이다. 그러다보면 언제 어떤 기회가 주어질지 누구도 장담 할 수 없다.
내가 그저 인터넷에 취미로 글을 쓰다 인기 작가로 전업하게 된 것처럼, 남들 다 하는 페이스북을 통해 언론사 기획위원도, 매주 방송에 출연하는 시사평론가도 된 것처럼, 뜬금없이 럭셔리 자동차 브랜드의 홍보를 담당하게 됐던 것처럼, 인생에는 깜짝 놀랄 반전과 기회들이 주인을 찾고 있다. 자신도 놀랄 기회의 주인이 되기 위해, <일취월장>이라는 촛불을 켜기를 권한다.
원글 출처: https://goo.gl/peqbzL
[작가의 말] 책에는 상대적으로 부족한 국내 사례를 이렇게 생생하게 써주신 장예찬님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나중에 찾아뵙고 인터뷰를 진행하여 더 생생한 이야기를 많은 독자분들에게 들려 드릴수 있는 기회가 꼭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덧. 앞으로도 많은 독자분들의 서평을 꾸준히 살펴서 이렇게 계속 소통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나온 서평들을 잘 모아서 무료 Ebook을 제작하여 더 많은 분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과연 일은 어떤 방식으로 작용하고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는지, 또 우리는 그런 일에 대해 어떤 전략을 수립해야 하는지, 일의 본질을 이해하고 더 나아가 제대로 그리고 즐겁게 일하고 싶은 분들에게 <일취월장>을 권합니다!